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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 up with Fur

FASHION

엄동설한이라는 말만 들어도 반사적으로 어깨부터 움츠러드는 12월. 시베리아 고기압에 대적할 ‘핫’ 아이템으로 모피만 한 것도 없다. 부드럽고, 포근하며, 훈훈하게 추위를 녹여줄 퍼 스타일링 퍼레이드!

 

GIRLISH
작은 바람에도 ‘차르 차르 차르르르’ 소리를 낼 것만 같은 밍크. 부티 나는 외모 때문에 여전히 중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을 달리해야겠다. 왜? 듀오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촐리의 발렌티노 컬렉션에 등장한 퍼는 소녀 감성 그 자체니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로 잘 알려진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와 정물화와 풍경화로 명성을 떨친 얀 브뤼헐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화이트 칼라나 숄더 장식 그리고 커프를 곁들인 A라인 실루엣으로 재창조했다. 이 중 엉덩이를 살포시 덮는 길이의 레드 혹은 화이트 밍크 소재 코트는 낭랑 18세도 울고 갈 만큼 섬세한 소녀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걸리시 무드는 마크 제이콥스가 제안하는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에도 등장한다. 순백의 밍크에 까만 칼라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코트는 별다른 장신구 없이도 사랑스럽고 화사하다. 밍크로 만든 드레스를 선보인 셀린느도 인상적이다. 누가 이런 상상을 했을까 의구심을 자아내면서도 자꾸 시선이 가는데,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드레스에 초커 타입 네크리스를 매치하거나 배꼽 위로 껑충 올라간 짧은 길이의 크롭트 톱을 매치한 디자이너의 스타일링 팁이 요긴해 보인다.

 

GLAMOROUS
팜파탈은 여우와 친하다? 엉뚱한 명제 같지만 랑방 컬렉션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터. 걸을 때마다 보디라인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실크 슬립 드레스에 퍼 머플러를 두르고 입술마저 새빨갛게 칠한 모델이 뿜어내는 관능적인 오라는 독한여자 포스를 제대로 발산한다. 생 로랑 캣워크의 소녀는 어떤가. 크리스털 장식 빼곡한 마이크로 쇼츠에 워커를 신었지만 거침 속에 섹시함이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 모두 퍼 때문이다. 그것도 페로몬 향기 진동하는 폭스! 밍크나 양에 비해 장모인 폭스는 소재 자체만으로 화려하면서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내 파티나 연말 모임에서 돋보이기 위한 소재로 이만한 것도 없다. 문제는 일상에서 이를 활용하고 싶을 때인데, 이에 대한 해답은 엠마누엘 웅가로가 제시한다. 블랙 터틀넥과 블랙 시가렛 팬츠, 스쿨 걸 무드의 체크 원피스처럼 정숙한 이너웨어를 입는 것! 또 퍼와 실크를 적절히 혼합한 롱 코트 혹은 장모인 폭스와 단모인 밍크를 적절히 섞은 재킷을 매치하기도 했는데 과하지 않은 데이 룩으로 안성맞춤이다.

 

SPORTIVE
매년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모피에 대한 공방을 펼친다. ‘리얼이냐, 페이크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퍼 트렌드에서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탐스러운 폭스, 풍성한 라쿤,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밍크, 보송보송한 세이블 등 다양한 소재를 한데 조합하는가 하면 줄무늬로 오리고 V자로 커팅한 후 다시 한데 모아 기존에 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이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에 집중되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 펜디, 발렌시아가, 지방시를 꼽을 수 있다. 매 시즌 기발하고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을 과시해온 이들은 퍼를 소재로 복잡하고 구조적인 아이템을 완성했다. 특히 퍼의 명가 펜디는 렛-아웃 기법이라는 브랜드 전통 가공 기술을 적용해 겉감과 안감에 모두 기하학적 패턴을 입힌 디자인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한편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옷 입기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모은다. 이를테면 밑단을 허리선에 맞게 커팅한 아우터에 하이웨이스트 팬츠, 롱 드레스를 매치해 경쾌하게 연출했다. 일상에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옷 입기 방식이라 반가울뿐더러 기존 퍼 아우터의 거추장스러운 이미지를 날려 한결 가볍다.

 

MANISH
“아빠 코트지? 아니면 오빠? 그게 아니라도 네 건 아니지?”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 난감한 순간도 있을 터. 오버사이즈 코트의 유행을 타고 투박한 퍼를 소재로 한 박시한 실루엣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 디자이너로는 드리스 반 노튼과 하이더 아크만. 특히 드리스 반 노튼의 스타일링이 신선하다. “머스큘린 요소와 페미닌 요소를 접목한 감각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다”라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담아 오버사이즈 디자인의 페이크 퍼 코트에 팬츠와 스커트를 함께 입은 것. 기이해 보이지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만큼 평화, 평등의 가치를 담은 스타일도 없을 듯싶다. 한편 에르메스와 3.1 필립 림은 두꺼운 퍼 아우터 대신 포멀한 슈트 혹은 매니시한 코트 안에 각각 길고 짧은 퍼 베스트를 레이어링했다. 보온성을 고려한 그들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 아우터 안에 이너웨어로 입는 만큼 퍼의 길이가 짧아 슬림한 고트와 양털을 선택했다는 점을 유념하자.

 

+IDEA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두툼한 아우터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장갑, 모자, 귀마개처럼 말단 부위를 보호할 액세서리다. 사실 손, 발, 머리는 찬 바람에 쉽게 노출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각지대. 알렉산더 왕, 에르마노 설비노, 마우리지오 페코라로 등 수많은 디자이너가 이를 지키는 스타일 수호신을 자처했다. 조용필의 ‘단발 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샤넬의 밍크 모자, 템플(다리) 부분을 퍼로 감싼 펜디의 선글라스, 킹콩이 아가씨였다면 이런 발이 아닐까 싶은 마르니의 털부츠처럼 웃음꽃 피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몽클레르 감므 루즈 컬렉션 에스키모 모자가 눈에 띈다. 라쿤, 비버, 폭스 등 풍성한 느낌의 다양한 퍼로 완성한 퍼 모자는 보는 것만으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느낌이다. 또 루이 비통, 도나 카란은 보들보들 부드러운 퍼 백과 클러치를 소개했는데, 한겨울 꽁꽁 언 가죽 가방에 진저리 친 기억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보아도 좋겠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