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 WONDERS 2013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워치스 & 원더스가 9월 25일 홍콩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화려한 고급 시계를 위한 장으로 자리매김할 이 특별한 행사에 <노블레스>가 다녀왔다.
DE BETHUNE
몇 년 전부터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를 찾을 때마다 제네바가 아닌 아시아 어딘가에서 아시아 시장만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할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실체가 드디어 올해 모습을 드러냈다. SIHH의 아시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워치스 & 원더스(Watches & Wonders, 이하 WW)가 그것이다. SIHH는 매년 1월 제네바에서 개최하는 고급 시계 박람회로 몇 달 후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에 비해 그 규모는 훨씬 작지만 고급 브랜드만 엄선(주로 리치몬트 브랜드), 초대된 이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하이엔드 타깃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열리는 WW는 SIHH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SIHH가 철저히 바이어와 미디어, VIP를 위한 행사라면, WW는 먼 거리 때문에 SIHH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아시아인이 더욱 편하게 고급 시계를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오픈하는 행사다. 지난 수년간 고급 시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아시아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WW는 <노블레스>에도 의미 깊은 행사인데, <노블레스> 한국판과 중국판이 WW와 미디어 스폰서십을 맺고 행사장 안에 부스를 열었기 때문이다(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방문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번 WW에서는 어떤 제품을 선보였을까? 우선 기본 골자는 SIHH에서 선보인 제품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아시아 고객을 타깃으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도 있지만, 대부분 SIHH에서 선보인 신제품에 기능을 좀 더 추가하거나 화려한 주얼리 세팅을 더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소개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브랜드는 좀 더 다양한 제품을 대중, 특히 아시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SIHH 신제품을 포함한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모델을 대거 전시했다. 아무래도 SIHH보다는 폭넓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브랜드의 전반적 역사는 물론 고급 시계와 관련한 많은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배려가 엿보였고, 부스 안에서 워치메이커와 젬스톤 세터, 에나멜러 등의 장인이 시연회를 펼쳐 일일이 손으로 완성하는 고급 시계의 예술적 세계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소위 ‘Wow Product’는 SIHH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아시아 시장만을 위해 이렇게 다양한 고급 시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사실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또 회를 거듭할수록 오로지 아시아 시장과 아시아 고객만을 위해 특화한 놀라운 제품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WW의 행보, 충분히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WW에서 선보인 13개 브랜드의 하이라이트 제품을 만나보자.
문의 www.watchesandwonders.com

까르띠에의 시그너처인 탱크의 새로운 컬렉션 탱크 MC가 WW에서 대대적인 런칭 행사를 열었다. 1917년 처음 세상에 공개한 직사각 형태의 탱크 워치는 대담한 스타일로 사랑받았고, 까르띠에의 새로운 전설이 되었다. 올해 소개한 탱크 MC는 까르띠에 매뉴팩처에서 제작한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1904 MC를 탑재했다는 의미를 담았을 뿐 아니라, 남성의 우아함에 찬사를 보내는 컬렉션으로 선보였다. 함께 주목을 끈 것은 WW에서 처음 공개한, 탱크 MC를 위한 특별한 영상. 유덕화가 주인공으로 함께한 이 영상은 탱크의 모토 ‘Never Stop Tank’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자신에게는 늘 솔직한 그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이외에도 SIHH의 역작 미스터리어외 시리즈를 비롯해 까르띠에 드 아트 컬렉션을 한자리에 모아 예술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1 Tank MC & Tank MC Palladium Skeleton
까르띠에의 첫 매뉴팩처 무브먼트 1904 MC를 탑재하고 다이얼에 리드미컬하게 장식한 스몰 세컨드로 절대적 남성미를 강조한 탱크 MC는 기요셰 패턴을 새긴 다이얼, 철길 모양 분 표시, 블랙 바탕에 화이트 또는 화이트 바탕에 블랙 컬러로 늘어선 로마숫자 등 탱크 고유의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더한 탱크 MC 팔라듐 스켈레톤(9611 MC 탑재)은 탱크 특유의 장방형을 넉넉하게 변형해 칼리버가 박동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로마숫자 인덱스 자체가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는 점도 독특하다.
2 Rotonde de Cartier Mysterious Double Tourbillon Watch, Calibre 9454 MC, “Poinçon de Geneve”
마치 바늘이 허공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클록에 일가견을 지닌 까르띠에는 올해 SIHH에서 이 메커니즘을 손목시계에 구현하는 쾌거를 이뤘다. WW에서는 SIHH에서 선보인, 마치 투르비용이 공중부양한 듯한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스터리외 더블 투르비용을 풀 다이아몬드 세팅한 버전으로 소개했다. 신비로운 시계가 다이아몬드를 입고 한층 드라마틱한 변신을 꾀했다.

피아제는 WW에서 신제품보다는 울트라 씬 부문의 강자, 동시에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주얼러 부문의 강자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공고히 다지는 데 치중한 듯 보였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시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셰이프트 투르비용 등 이제까지 울트라 씬 부문에서 이룬 성과를, 주얼리 부문에서는 브랜드의 독자적 노하우로 제작하는 독특한 골드 브레이슬릿을 비롯해 다양한 젬스톤 세팅 노하우를 소개했다. 피아제 주얼리 공방에서 매년 300만 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데, 그것이 자그마치 2만7000캐럿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압도적이지 않은가.
Emperador Coussin Minute Repeater
피아제는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선보인 후 항상 그 모델의 ‘익셉셔널’ 피스를 제작한다. 그것이 단순한 컴플리케이션이든,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이든 말이다. 여기서 익셉셔널이란 주얼리를 세팅한 화려한 버전을 의미한다. 올해 SIHH에서 선보인 엠퍼라도 쿠썽 미니트리피터도 마찬가지. 심지어 고난도 컴플리케이션인 미니트리피터라면 더욱 화려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케이스에는 약 2.8캐럿의 260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약 7캐럿의 60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크라운에는 약 0.4캐럿의 12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미니트리피터(9.4mm)의 화려한 자태를 공개했다. 이 미니트리피터만 전시해놓은 단독 룸에서는 헤드폰을 끼고 미니트리피터의 생명인 청아한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WW를 위해 단단히 벼른 듯했다. 우선 <시간의 소리>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워치메이커가 컴플리케이션 중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는 스트라이킹/리피터 메커니즘 부문에서 19세기 초부터 일가견을 보여온 바쉐론 콘스탄틴은 리피터 노하우를 한데 집약한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리피터 기능을 갖췄으면서 심지어 얇기까지 한 18피스 시계를 엄선해 선보인 <시간의 소리>전은 소리의 파동을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독특한 전시 방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사실 이 전시는 WW의 야심작인 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울트라 씬 칼리버 1731을 세상에 공개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맑은 소리를 들려주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리피터 시계 말이다. SIHH에서 여성 시계에 초점을 맞춘 바쉐론 콘스탄틴은 WW에서 남성 시계에 주력했다. 최상의 소재 플래티넘(과거에는 왕족의 전유물로 간주하기도 했다)에 헌정하는 엑설런스 플래타인 컬렉션에서도 신제품을 선보인 것. 또한 2012년 네덜란드 예술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의 ‘테설레이션’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소개한 메티에 다르 레 주니베르 장피니의 두 번째 시리즈도 전시했다. 천사, 도마뱀, 기병 3가지를 선보였는데 기요셰, 인그레이빙, 그랑푀 에나멜링, 주얼 세팅 기술을 한데 집약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시계를 만들어냈다.
1 Patrimony Contemporaine Ultra-Thin Calibre 1731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니트리피터 칼리버와 시계를 만들겠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집념이 결실을 맺었다.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받은 3.9mm 두께의 칼리버를 장착해 8.09mm 두께의 시계를 완성한 것! 그래서 브랜드 창립자 장-마크 바쉐론의 탄생 연도인 1731년을 따 칼리버 이름을 지었다. 사실 1992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미 3.28mm 두께의 리피터 칼리버를 선보였지만 지금은 단종됐고, 칼리버 1731이 기능이나 성능적인 면에서 훨씬 진화했다.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의 경우 대부분 끝으로 갈수록 ‘찌르르’ 하는 잡음이 들어가는 데다 소리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이 새롭게 고안한 거버너는 배럴 스프링의 힘이 일정하게 전달되어 소리도 일정하고 잡음 역시 없앴다. 심지어 공과 케이스를 하나의 주물로 연결해 공명, 즉 울림이 훌륭하다. 소리의 대가다운 마스터피스가 아닐 수 없다.
2 Patrimony Traditionnelle 14-Day Tourbillon Collection Excellence Platine
케이스, 다이얼은 물론 스트랩의 실까지도 백금 소재를 사용한 이 모델은 이례적으로 14일간이라는 긴 파워 리저브(심지어 투르비용임에도)를 제공하는 핸드와인딩 칼리버 2460을 탑재했다. 6시 방향에는 말테 크로스에서 영감을 받은 투르비용 케이지 안에서 투르비용이 힘차게 회전하고, 12시 방향에서는 경이로운 14일간 파워 리저브를 보여준다. 이 시계는 특히 무브먼트뿐 아니라 시계 전체가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받아 그야말로 완벽한 피니싱을 자랑한다. 투르비용의 바 하나를 깎아내는 데 1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니 짐작이 가지 않은가.

SIHH에서와 마찬가지로 실물만큼 정교한 대형 그랑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본뜬 설치물이 부스 정중앙에서 반기고 있었다. 랑에 운트 죄네는 WW에서 보다 다양한 모델을 아시아 고객에게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스에서 대표 컬렉션인 랑에 1을 비롯해 점핑 플레이트 시스템을 적용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 랑에 자이트베르크, 브랜드의 고향인 독일 작센 주에서 유래한 삭소니아, 역사적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1815, 주로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는 리차드 랑에 컬렉션 등 다채로운 컬렉션을 둘러보고, 랑에 운트 죄네 제품 중 가장 복잡한 구조의 손목시계인 그랑 컴플리케이션으로 투어를 마무리했다.
Grand Complication
그랑 소네리와 프티 소네리를 통해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미니트리피터 기능으로 원할 때 시간을 소리로 들을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퍼페추얼 캘린더와 라트라팡테 크로노그래프, 점핑 세컨드 기능까지 하나의 시계에 담아냈다. 미학적 측면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랑에 운트 죄네답게 시계 다이얼은 세련된 에나멜로 제작했다. 이 시계 하나를 제작하는 데 걸린 시간? 자그마치 1년이다. 더군다나 이 시계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이는 전 세계 오로지 6명뿐이라는 사실도 시계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SIHH 부스에 전시한 황금 독수리가 홍콩으로 날아왔다! 역시나 SIHH에서 애정을 쏟은 엑스칼리버가 대거 등장했는데, 4개의 밸런스 스프링을 하나의 무브먼트에 탑재한 엑스칼리버 콰토르나 원탁의 기사 12명이 인덱스 역할을 하는 엑스칼리버 라운드 테이블은 여전히 놀라웠고, 여성에게 헌사한 ‘벨벳’의 루비 버전 또한 그 화려함이 시선을 압도했다.
1 Excalibur Quatuor in Titanium DLC
SIHH에서 선보인 콰토르에 특별히 티타늄 블랙 DLC 소재를 입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한 콰토르. 무려 590개의 부품을 사용해 완성한 무브먼트는 투르비용에 버금가는 정확성을 자랑한다(오히려 투르비용은 1분에 한 바퀴 돌면서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지만, 콰토르는 작동 즉시 상쇄하는 것이 특징). 시계업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제품에 100% 제네바 실을 받는 브랜드로 알려진 로저 드뷔답게 콰토르에 자랑스럽게 Poiçon de Geneve를 새겼다. 188피스 한정 생산.
2 Velvet – Passionate Diva
‘열정적인 디바’라는 별칭에 걸맞게 정열의 레드 컬러를 머금은 매혹적인 디바. 역시 WW를 위해 선보인 모델로 워치메이커와 주얼러의 노하우를 한데 집약했다. 다이얼과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했는데, 특히 다이얼을 모두 바게트 컷으로 인비저블 세팅하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 덕분에 다이얼 위아래의 커다란 쿠션 컷 루비 2개가 더욱 돋보인다.

SIHH에서처럼 요정이 날아와 맞아줄 것 같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 반클리프 아펠. SIHH에서 선보인 나비, 연꽃, 제비 등의 참 엑스트라오디네리 시리즈는 여전히 매혹적이었고, 역시 SIHH에서 발레리나를 주제로 선보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떼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다이얼 위 발레리나는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이와 함께 2006년부터 선보인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대장정(레이디 아펠 페어리, 레이디 아펠 퐁데 자모르, 레이디 아펠 버터플라이 심포니 등)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어 의미 깊었다. 부스 한쪽에서는 2011년 반클리프 아펠이 런칭한 주얼리 스쿨 레콜의 교수진이 직접 홍콩을 방문해 미니 레콜을 진행했는데, 에디터는 그곳에서 짧게나마 3가지 기법(왁스 커빙, 스톤 세팅, 폴리싱)을 직접 전수받았다!
1 Cerfs-Volants Extraordinary Dials
WW를 위해 제작한, ‘보호’를 상징하는 연을 나비의 모습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시리즈다. 다이얼 속 연 모티브가 마치 하늘 위에서 펼치는 발레 공연처럼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총 4가지 디자인으로, 최초로 머더오브펄에 미니어처 페인팅을 접목한 테크닉이 생동감 넘치는 볼륨감을 선사한다.
2 Lady Arpels Jour/Nuit Cerfs-Volants Poetic Complication
연 모티브는 레이디 아펠 주/뉘 서프 볼랑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하늘로 연을 날려보내며 소원을 비는 연인들. 24시간 모듈을 장착한 오토매틱 무브먼트(기존 레이디 아펠 주/뉘에 사용한) 덕분에 디스크가 24시간 주기로 천천히 회전하는데, 낮에는 연이 흩날리는 하늘을 보여주고 밤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다.
3 Pavot Mystérieux High Jewelry Timepiece
부스 정중앙에서 신비로운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은 하이 주얼리 피스. 반클리프 아펠이 사랑하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양귀비를 루비와 사파이어를 이용해 미스터리 세팅으로 완성한 시크릿 워치다(600시간을 오로지 미스터리 세팅을 위해 투자했다고). 아카이브에 있는 1951년 파보 클립처럼 꽃 부분을 클립으로 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올해 창립 180주년을 맞은 예거 르쿨트르는 WW를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화려한 하이 주얼리 &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을 뽐내는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 우선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가 축적해온 노하우를 한데 집약한 히브리스 메카니카 컬렉션을 아시아 최초로 전시했다. 마스터 자이로투르비용, 리베르소 그랑 컴플리케이션 트립티크, 듀오미터 그랑 소네리, 10번째 모델인 이번 SIHH의 주인공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용 3 주빌리까지 애트모스 미스테리어스를 제외한 9개 모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 새롭게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로 부임한 길랭 마스페티올(Guillain Maspetiol)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예거 르쿨트르의 다양한 면모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다. 특히 컴플리케이션, 클래식, 여성, 스포츠 등 그 어느 부문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한 매뉴팩처 브랜드라는 것을, 또 우리 시계가 인간의 눈(eye), 손(hand), 심장(heart)이 만들어낸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최근 아시아 시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또 아시아 고객은 시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WW를 위해 특별 제작한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 블루를 비롯해 SIHH에서 선보인 역작이자 180주년을 기념하는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투르비용 실린더릭 퀀템 퍼페추얼과 마스터 울트라 씬 주빌리, 그리고 디자인뿐 아니라 시계 속 기계적 측면까지 고려해 제작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랑데부 셀레스티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 Master Grande Tradition Gyrotourbillon 3 Jubilee
2 Duomètre Sphérotourbillon Blue 투르비용 캐리지 2개가 각각 다른 속도와 각도로 돌아가며 더욱 효율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는(그 덕분에 비주얼까지 심상치 않은!) 듀얼 윙 컨셉의 스페로투르비용이 WW를 위해 한껏 화려하게 치장하고 등장했다. 하이 컴플리케이션과 하이 주얼리의 완벽한 조우를 보여주고 싶었던 예거 르쿨트르는 스페로투르비용이라는 컴플리케이션(심지어 플라이백 스톱 세컨드 기능까지 갖춰 더욱 정확한 시간 세팅이 가능하다)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접목했다. 참고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는 사각 형태 다이아몬드로 일정한 면을 채우기 위해 일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보다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또한 서브 다이얼 안팎으로 반짝이는 푸른 빛깔의 사금석이 시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몽블랑은 여타 브랜드에 비해 WW에 주력한 듯했다. 올해 SIHH에서 시선을 모은 엑소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가 WW에서 라트라팡테(일명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즉 2개의 랩 타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이다)로 한 단계 진화했고, UTC보다 8시간 빠른 타임 존을 베이징이나 홍콩으로 표기하는 대신 12시 방향에 레드 컬러로 CHINA라 새긴 타임워커 월드타임 시노스피어 리미티드 에디션도 관심을 모았다. 또한 순간의 중요성을 깨달으라는 의미에서 별이 달린 레드 컬러 초침을 장착한 스타 스페셜 에디션 카르페 디엠은 ‘Fine Lifetime Companion’을 추구하는 몽블랑의 브랜드 정신을 잘 담아낸 컬렉션이었다.
Villeret 1858, ExoTourbillon Rattrapante
SIHH에서는 크로노그래프였다. WW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를 원한 몽블랑은 라트라팡테를 엑소투르비용에 접목했다. ‘엑소’는 그리스어로 밖으로 꺼낸다는 의미. 밸런스를 투르비용 캐리지에서 분리했다는 뜻으로 그 덕분에 투르비용을 작게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절감이 가능했고, 결론적으로 그 에너지를 크로노그래프 작동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12시 방향의 무한대를 상징하는 독특한 모양의 투르비용 브리지가 시선을 사로잡고, 2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가느다란 라트라팡테 바늘의 움직임도 우아하다.

매해 테마를 정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IWC의 올해 SIHH 테마는 인제니어였다. 하지만 WW에서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2011년 포르토피노 핸드와인드 8 데이즈의 심장을 책임지며 IWC 인하우스 무브먼트로서 신고식을 마친 칼리버 59000이 새로운 2개 모델에 장착되며 대표 무브먼트로 자리매김했고, 이제까지 강인한 남자들에게 어필해온 IWC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 Portofino Hand-Wound Big Date
포르토피노의 해인 2011년 플래그십 모델 포르토피노 핸드와인드 8 데이즈를 위해 고안한, 8일간 파워 리저브를 자랑하는 인하우스 칼리버 59000 시리즈를 기반으로 했다. 크라운을 돌려 시계에 ‘밥을 주는’ 핸드와인딩 시계 특유의 낭만은 물론 8일간 파워 리저브 기능, 읽기 쉬운 날짜 창까지 감성적·실용적 측면을 모두 만족시킨다.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스트랩에 숨어 있는데, 현재 2대째 이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수제 슈즈 매뉴팩처인 산토니 가죽으로 제작해 특유의 빈티지한 표면 처리나 그러데이션 효과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2 Big Pilot’s Watch Perpetual Calendar Edition Le Petit Prince
마냥 소년일 것 같던 어린 왕자가 70세 생일을 맞았다. 탄생 이래 27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어린 왕자>, 그리고 <어린 왕자>의 작가이자 파일럿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를 기념해 IWC는 특별한 시계를 선보였다(IWC는 2006년부터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청년 재단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날짜, 요일, 월을 포함해 네 자리 연도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인 빅 파일럿 시계. 12시 방향의 문페이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 위에 서서 별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왕자가 보인다! <어린 왕자> 책 표지를 연상시키는 이 위트 넘치는 디자인에 절로 미소가 나온다. 국내에는 12월 런칭 예정.

온통 1940년대 이탈리아 감성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라디오미르 1940 컬렉션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라디오미르 1940은 1940년 모델을 재현한 것으로, 1936년 파네라이가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를 위해 제작한 최초의 라디오미르 모델에서 크라운을 보호하는 장치를 탑재한 1950년대 루미노르 모델로 가는 전환기를 담은 의미 깊은 모델이다. ‘1940년대’는 WW 기간에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파네라이 프라이빗 디너의 테마이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1940년대 이탈리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부스에서는 라디오미르 1940 컬렉션을 비롯해 라디오미르 플라티노/오로 로소-47mm, 1930년대에 출시한 희귀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라디오미르 8 데이즈 GMT 오로 로소 등 일반인(!)의 눈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파네라이의 열혈팬(일명 파네리스티)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신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1 Radiomir 1940 Chrono Monopulsante 8 Days GMT- 45mm
라디오미르 1940 케이스 디자인과 인하우스 무브먼트 P.2004를 결합했다. 3개의 배럴을 갖춘 P.2004/10 칼리버 덕분에 8일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며, 다이얼 위 선의 형태로 보여주는 파워 리저브 표시 디스플레이를 통해 남은 동력을 확인할 수 있다. 9시 방향에는 오전/오후 표시와 함께 세컨드 타임 존 기능을 갖추었으며, 시간을 조정할 때 초침을 자동으로 리셋해 더욱 정확한 시간 세팅이 가능하다. 크라운 보호 장치가 없는 라디오미르 1940 케이스는 크라운, 그리고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제어하는 8시 방향의 푸시 버튼만 갖추어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특징이다.
2 Radiomir 1940 3 Days- 47mm Paneristi Forever
브랜드 사랑이 유별난 파네리스티(브랜드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www.paneristi.com 커뮤니티 회원으로 파네라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에게 헌정하는 모델로 DLC 코팅한 스틸 소재 라디오미르 1940 케이스 뒷면에 ‘Paneristi Forever’를 새긴 스페셜 에디션이다. 1936년 최초의 파네라이 오리지널 모델에 적용한 47mm 직경을 그대로 채택했고, 라디오미르 1940 최초로 스틸을 DLC 처리했다. 파네라이의 전설적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디테일을 구석구석 담은 이 특별한 시계는 전 세계에 500피스만 생산한다.

이번 SIHH에서 보메 메르시에는 그야말로 클립튼에 ‘올인’했다. 이번 WW에서는 1830년 설립한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알리고, 또 인하우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시계가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클립튼도 여전히 인상적이었지만 보메 메르시에의 대표 컬렉션인 케이프랜드와 리네아에서 선보인 월드타이머와 데이 & 나이트 시계도 매력적이었다.
1 Clifton 1892 Flying Tourbillon
SIHH에서 ‘1950년대 황금기의 귀환’을 모티브로 선보인 클립튼. WW에서는 플라잉 투르비용이라는 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며 브랜드의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과시했다. 18K 레드 골드 소재에 매뉴팩처에서 완성한 특별한 매뉴얼 와인딩 메커니컬 무브먼트 P591을 장착한 시계로, 크리스털 백케이스에서 전통 포켓 워치 피니싱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피니싱을 엿볼 수 있다. 30피스 한정 생산.
2 Linea 10119
보메 메르시에가 선보인 리네아 데이 & 나이트 시계 중 나이트 버전. 나이트 블루 컬러 머더오브펄 다이얼의 이 시계는 다이얼 위에서 달의 주기를 보여주고 0.33캐럿의 83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모든 리네아 시계와 마찬가지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브레이슬릿을 추가로 제공한다.

SIHH에서 오데마 피게는 로얄 오크 오프쇼어의 탄생 20주년을 자축했다. WW에서는 시계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재까지 창립자의 후손이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의 정통성, 또 직접 손으로 모든 부품을 만들고(심지어 육안으로 보기 힘든 나사, 톱니바퀴까지!) 데커레이션이나 피니싱 작업을 완성하는 철저한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다양한 로얄 오크, 로얄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 외에 여성을 위해 제작한 유니크 주얼 워치 등도 눈에 띄었다.
Royal Oak Offshore Grande Complication
그랑 컴플리케이션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미니트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등 고난도 기능을 로얄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담아낸 것은 처음. 특히 44mm 티타늄 케이스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더욱 청명하고 아름답다. 다이얼 앞뒤를 스켈레톤 처리해 환상적으로 피니싱 작업한 부품들이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참신한 소재,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미친 존재감’의 디자인까지 리차드 밀의 유니크한 워치메이킹 세계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이번 WW에서 리차드 밀은 관람객이 브랜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2001년 처음 소개한 RM 001부터 시계 역사상 최초로 카본 나노파이버 플레이트를 사용한 RM 006, 29g의 믿을 수 없는 무게로 선보인 투르비용 RM 009, 그리고 2013년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까지 다양한 시계를 대거 전시했다. RM 055 부바 왓슨 아시아 에디션이나 RM 26-01 판다 등 아시아를 위한 모델들도 눈길을 끌었다.
1 RM 055 Asia Limited Edition
2 RM 26-01 Panda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 판다가 투르비용을 감싸 안고 있는 시계. 옐로 골드를 손으로 깎고 다듬고 칠해 완성한, 대숲 사이에서 행복하게 댓잎을 먹고 있는 판다의 모습을 형형색색의 주얼리를 사용해 실감 나게 표현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