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Please!
기력이 쇠하기 쉬운 여름철에 마시는 물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자연이 선사한 ‘좋은’ 물을 찾아 ‘잘’ 마시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From Tree To Tap
직업이 뷰티 에디터다 보니 피부 좋은 미인을 만날 기회가 많다. 그때마다 건강한 피부 비결을 물으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물을 자주 마셔요.”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답변처럼 심드렁하게 들리지만, 물을 자주 마신다는 건 가만 따져볼 때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이다. 물을 좀 더 자주 쉽게 마시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색다른 물을 만났다. “요즘 테니스와 필라테스에 푹 빠져 있는데, 운동이 끝나고 생수 대신 이온 음료를 적어도 한 병씩은 마셨거든요. 맹물은 잘 못 마셔서요. 그러다 시중에 파는 이온 음료에는 당분이 많아 살이 찔 수 있다는 주치의의 충고에 황급히 대안을 찾았죠. 평소 강남콩 앱으로 장을 보는데, 예쁜 물이 베스트 상품으로 떠 있는 거예요. 덴마크 유기농 음료 브랜드 시랜드비르크의 자작나무 워터였죠. 호기심에 주문했는데 맛도 좋고 미네랄과 비타민 C,유기산, 아미노산을 함유한 영양 성분표도 믿음직스러워 백에 늘 넣어 다녀요. 보는 이들마다 무슨 물인지 많이 물어보죠.” 라 부티크 피알 어소시에이트 남혜진 실장의 설명이다. 그녀가 운동 후 마시는 생명수는 핀란드 청정 지역에서 자란 자작나무 수액 95.11%,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 4.6%를 함유한다. 맛은 오리지널, 진저 앤 라임, 엘더플라워, 블루베리 총 네 가지로, 열량이 32kcal밖에 되지 않는다. 덩달아 호기심이 생겨 마셔보니 진저 앤 라임은 깔끔한 단맛과 은은하게 풍기는 생강 향, 상큼한 라임 향의 조화가 산뜻하게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감각적 패키지와 천연 종이 캔 때문인지 보는 이들마다 질문을 쏟아낸다. 맛도 좋고 시선을 끄는 재미도 있지만, 시랜드비르크의 자작나무 워터처럼 수입산 플랜트 워터는 식물에서 추출한 수액을 원료로 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 공정을 거친 ‘음료’에 가깝다. 한편 국내의 공기 좋고 물 좋은 산자락에서 ‘산지 직송’ 푯말을 세우고 판매하는 수액은 ‘물’ 그 자체다. “냉장고에 귀한 물 있다. 한잔 마셔봐.” 아버지의 지인이자 ‘자연인’인 분이 지난겨울 직접 채취해 냉동한 1.2L의 물 한 병을 선물로 보내주셨다는 얘기에 귀한 약재 한 점을 손에 쥔 듯 정중하게 마셨다. 첫맛은 새콤한데 끝맛은 달달하고, 색깔은 불투명한 자연의 물. 생수와 비교할 때 목 넘김이 더 좋았다.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는 겨우내 땅속 수분을 빨아들여 물탱크처럼 저장하는데, 1년 중 우수에서 경칩 무렵에만 채취가 가능하다.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을 지닌 골리수(骨利樹)라고도 불리며 마그네슘, 칼슘, 자당 등 미네랄 성분을 함유해 관절염과 변비, 위장병, 신경통, 습진 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국내에는 지리산, 백운산, 덕유산, 한라산 등 자락에서 채취하는 농가가 많고 에디터는 섬진강 백방산 자락에 자리한 방아뜰농원에서 주문해 마시고 있다. “국내에서 파는 고로쇠 수액, 자작나무 수액은 실온에 하루 두면 바로 상해요. 안 상하면 가짜죠. 평균적으로 유통기한은 냉장 보관 시 20일, 냉동 보관 시 1년이에요. 뿌옇게 뜨는 침전물은 수액 속 고유한 성분인 섬유질과 천연 자당이 엉켜 생기는 현상이고, 신맛이 강하게 나는 것은 산패 현상이 일어나 변질되기 시작한 상태이므로 음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18년 동안 약 3만 평의 나무 숲을 일궈온 방아뜰농원 김정필 대표의 설명이다.
평범한 물이 아닌 만큼 마실 때 신경 쓰고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대표원장은 먼저 의사의 진료를 받고 마실 것을 권한다. “나무 수액은 보통물보다 생체 성분에 필요한 무기질, 아미노산, 칼륨 등을 다량 함유해 체내 흡수가 빠르고 갈증 해소에 효과가 있습니다. 고로쇠 수액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고 건조증 개선에도 효과가 있죠. 한의학에서는 백화피(자작나무 껍질)를 이뇨·진통·해열효과를 위해 한약재로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물 대신 나무 수액을 마시고 싶다면 한 번에 습관을 바꾸기보다 양을 조금씩 늘리는 편이 좋습니다. 체질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고로쇠 수액은 식물에 들어 있는 이당류의 하나인 자당을 함유해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또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든창의원 윤수정 원장은 아토피 질환이 있는 경우엔 특히 알레르기 검사를 먼저 해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골다공증이 있는 쥐에게 고로쇠 수액을 일주일간 투여한 뒤 골밀도와 두께, 길이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즉 우리가 마시는 음용수보다 칼슘 함량이 높아 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토피는 신체 알레르기 반응을 기반으로 하는 질환인데, 나무 수액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바로 음용하기보다는 먼저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합니다.”
Another Water Recipe
“여름에도 찬물은 잘 안 마셔요. 되도록 미지근하게 마시죠. 성인의 평균 체온이 36~37℃인데, 찬물은 몸에 일종의 충격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한 달 전 만난 현대 무용가 차진엽은 물에 관한 철학이 확고했다. 맹물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엔 깔라만시나 석류 원액을 조금씩 곁들인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깔라만시를 찬양하는 또 다른 이는 해든창의원 윤수정 원장. 그녀는 평소 깔라만시나 도토리 가루를 물에 넣어 마신다. “모든 영양소는 가공한 제품보다는 천연 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그래서 건강보조식품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비타민 C를 다른 채소나 과일로 섭취하면 많은 양의 과당을 같이 섭취하게 되는데, 깔라만시는 칼로리 및 과당 함량 대비 비타민 C 함량이 매우 풍부해 물에 넣어 마셔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저녁 식후 도토리 가루를 한 숟가락 정도 물에 희석해 마시죠. 도토리 가루는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미세먼지 퇴치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유클리닉 권유경 원장은 채소, 과일, 허브 등을 넣어 2~3시간 우려낸 인퓨즈드 워터를 추천한다. 인퓨즈드 워터는 과일과 채소의 영양 성분과 살아 있는 효소가 그대로 물에 녹아 비타민과 미네랄을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착즙해 마시는 게 영양 섭취 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편하게 물처럼 자주 마시기엔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죠. 저는 출근하면 1~2리터 용량의 보틀에 물을 채운 뒤 생강과 오이를 얇게 썰어 티백에 넣고 레몬은 즙을 낸 다음 몇 조각 넣어 우려내요. 생강은 천연 소염제라 불릴 정도로 항염 효과가 뛰어난 데다 대표 성분인 진저롤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 내장 지방을 태우는 역할을 합니다. 오이는 이뇨 효과가 큰 이소쿠에르시트린 성분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과 함께 노폐물을 배출하고 부종 제거에도 도움이 돼요. 또 레몬은 비타민 C, 비타민 E를 함유해 피부 미용에 그만이죠. 무엇보다 물을 시야에 보이는 위치에 두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진료실에 두고 보일 때마다 마십니다.”
최근 UFC 김동현 선수가 방송에서 소개해 화제가 된 다이어트 워터 ‘시나몬 물’에 대해서도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대표원장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액체 다이어트는 음식량 감소로 인한 부수적 효과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시나몬이든 팥이나 소금이든 무엇을 첨가한 물을 마심으로써 잠시 허기를 달랠 수 있기에 다른 음식을 덜 먹게 되고 그로 인해 다이어트 효과가 나는 거죠. 시나몬 물은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은 칼로리 소모가 늦어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액체 다이어트는 보조 수단일 뿐 주요 수단이 돼서는 안 됩니다. 과한 절식 대신 영양소가 고루 잡힌 식단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해야 요요 현상이 오지 않습니다. 원푸드 액체 다이어트는 언제나 반짝 유행하다가 이내 사라졌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디터 박은아(eunahpark@noblesse.com)
사진 김래영 스타일링 류미나 도움말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대표원장, 해든창의원 윤수정 원장, 유유클리닉 권유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