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ll Love Sweets
올리버스윗과 정통 아메리칸 베이킹의 숨은 고수 박칼린이 만났다. 칼린의 스위트 키친을 통해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달콤함을 선물한다.
베이킹 철학을 공유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된 올리버스윗 김윤희 대표와 함께
온 동네에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드립니다’라고 쓰인 광고지를 붙이고 다니던 아홉 살 소녀가 있었다. 첫 케이크를 팔아 손에 쥔 것은 단돈 5달러. 하지만 단순한 용돈벌이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아빠 엄마를 따라, 언니들과 한데 어울려, 또 가끔은 용기 있게 홀로 주방을 드나들던 그 시절, 베이킹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그녀는 무척 재미있었다. 밀가루와 달걀, 버터, 우유, 소금과 설탕 등 각기 다른 재료가 만나 하나의 완성된 (그것도 먹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몇 그램, 아니 몇 밀리그램을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니 이는 마치 과학 실험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리고 오븐에 불이 켜지면 소녀는 그 따스한 온기에,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주방을 떠나지 못했다.
소녀는 자라서 공연 연출가가 되었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공중파의 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전히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예나 지금이나 베이킹은 하나의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집에 쌀은 떨어져도 베이킹 재료는 떨어지는 법이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쿠키와 케이크를 굽는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냉장고 속 재료에 따라 정해진 것 없이 레시피를 바꾸며 모험을 즐긴다. 그녀는 손으로 반죽을 치대 곱게 모양을 내고 장식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고 새로운 힘과 아이디어를 얻는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 달콤한 결과물을 나눌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란다.
공연을 완성하는 건 연출자가 아닌 관객이다. 음식 또한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제 ‘가치’를 발휘한다. “박칼린 선생의 솜씨가 일품이야. 맛이 끝내줘.” 그녀의 손맛에 많은 사람이 반했다. 먹는 사람의 취향과 체질까지 세심히 반영해 요리하니 누군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지 않으리.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16년 지기 드러머를 위해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올리지 않은 순수한 맛의 당근 케이크를 만들고, 체중 관리에 민감한 배우들에게는 식감이 가볍고 칼로리 부담이 적은 에인절 푸드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그녀다. 맛이면 맛, 정성이면 정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케이크를 나누는 시간, 사람들과의 교감이라고 말한다. 밥은 허기를 달래고 에너지를 내기 위해 먹는 것이지만 디저트는 잉여의 음식, 이미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상태에서 대화를 하고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 먹는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오븐에 불을 밝히듯 마음에도 불을 지펴주는 베이킹의 매력. 박칼린이 가족과 친구, 지인들과 공유한 베이킹의 따뜻함과 평화를 우리에게 전한다. 12월 1일부터 페이스트리 전문 숍 올리버스윗(Oliver Sweet)에서 런칭한 ‘칼린의 스위트 키친(Kolleen’s Sweet Kitchen)’을 통해서다. 화려한 무대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온 그녀가 이제 달콤하고 아기자기한 디저트로 한층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데뷔작은 ‘아메리칸 초콜릿칩 쿠키’. 쿠키는 만드는 방법이 가장 쉽고 간단한 베이킹의 기초이며, 초콜릿칩 쿠키는 미국 가정에서 흔히 만들어 먹는 것으로 소박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담겨 있다. 이어서 20년의 내공이 담긴 박칼린표 브라우니와 피칸 타르트, 레몬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정된 맛을 내기 위해 올리버스윗과 함께 테스트 키친을 진행해 레시피를 정리했다. ‘미스터쇼’ 등 공연 작업과 맞물려 진행하고 있지만 이건 일이 아닌 평상시 늘 하던 것, 일상의 일부라며 힘들지 않고 마냥 즐겁다고 말한다. 오히려 올리버스윗 덕분에 한층 세련된 얼굴(모양)로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고. 주고받는 손끝의 온기, 입안의 행복, 작은 디저트 하나가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 부디 박칼린의 진심이 통하길 바란다.
박칼린의 레시피로 만든 디저트
아메리칸 초콜릿칩 쿠키
박칼린이 말하는 칼린의 스위트 키친
올리버스윗과 협업한 배경은? 올리버스윗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돈을 주고 사 먹던 페이스트리 브랜드다. 이곳의 모든 작품(메뉴)이 맛있고, 진지하다. 진지하다는 얘기는 오리지널에 가깝다는 의미다. 재료 또한 탁월하다. 쇼트닝을 전혀 쓰지 않으며 100% 우유 버터, 방목 유정란, 프랑스와 벨기에산 고급 초콜릿을 사용하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즐겨 만드는 디저트는? 눈처럼 새하얀 에인절 푸드 케이크. 빨간 딸기를 올려 장식한다. 계절 과일을 듬뿍 넣은 미국식 파이도 좋아한다. 이때 핵심은 파이 시트. 절대 돌같이 딱딱해선 안 된다. 가볍고 바삭해야 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플레이키(flaky)한 상태.
박칼린의 레시피로 만든 초콜릿칩 쿠키는 어떤 맛인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며, 진한 초콜릿 풍미와 함께 호두가 들어가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아이처럼 흰 우유에 찍어 먹는데, 그 맛이 기막히다.
패키지 디자인도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갈색빛 쿠키와 잘 어울리는 오렌지와 브라운 컬러를 골랐다. 15년 동안 함께한(그러나 얼마 전 곁을 떠난) 삽살개 해태의 얼굴을 마스코트처럼 그려 넣었다. 내가 베이킹하는 모습을 곁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개다.
향후 출시 예정인 브라우니와 레몬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내가 만든 브라우니는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으며, 레몬바의 경우 여자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부드럽게 부서지는 버터 시트와 촉촉한 레몬 필링의 조화가 돋보인다.
아메리칸 디저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푸짐하고 손맛이 있다. 한국 음식에 비유하면, 전라도 스타일이랄까.
베이킹 말고 다른 요리도 잘하나?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 건 바비큐 요리다. 가족 모임을 할 때는 칠면조 구이도 내가 담당한다. 한국 음식도 웬만큼 하는 편이다. 직접 채소를 길러 쌈밥을 만들고 된장찌개도 끓이고, 갈비찜도 한다. 김치도 담근다.
베이킹을 할 때 주로 듣는 음악은? 청소와 요리를 할 때 음악을 듣는데, 헤비메탈이나 록처럼 빠르고 강한 음악을 선호한다. 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그 외에는 집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우아하게 베이킹을 하면 과연 잘될까? 리드미컬하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데, 클래식은 너무 늘어진다.(웃음)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박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