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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Anita’s Gallery

ARTNOW

색색의 조그만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내는 위대한 예술 작품, 에나멜링. 예술적 손맛을 자랑하는 에나멜링의 대가 아니타 포르셰가 당신 앞에 펼쳐 보이는 작지만 놀라운 에나멜 세계를 만나보시라.

에나멜링의 대가 아니타 포르셰

Encounter with Master
몇 년 전 파리에서 열린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 런칭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샤갈과 오페라 드 파리의 두 번째 시리즈를 공개하는 자리로, 그곳에서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 천장화 일부를 작은 시계 다이얼에 고스란히 재현한 환상적인 에나멜 시계를 마주했다. 그 시계 옆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실오라기처럼 가는 붓으로 작업하고 있던 사람, 바로 전설의 에나멜러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였다. 앞에 놓인 작은 유리 조각을 흥미롭게 바라보자 그녀는 “이것이 순수한 에나멜 조각이에요. 이것을 가루로 빻아 물감처럼 만들어서 황홀한 색깔을 내는 거죠. 정말 아름답죠?”라고 설명했다. 소녀같이 작고 여린 체구였지만 특유의 목소리와 몸짓에서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에나멜은 고대에 시작된 장식 기법으로 처음에는 주얼리와 장신구를 장식하다 시계의 경우 15세기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어려운 기술이라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졌고, 현재 몇몇 장인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뿐 아니라 피아제, 파텍필립, 샤넬, 에르메스 등 다양한 시계 브랜드의 에나멜링 작업을 도맡아 하는 스위스 출신의 프리랜스(!) 에나멜러 아니타 포르셰는 예술적 감각,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섬세하고 완벽한 기술로 많은 시계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에나멜링을 시작한 지 30년, 그중 시계에만 18년을 쏟아부은 그녀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클루아조네, 미니어처, 샹르베, 파요네 등 모든 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제 기술을 이렇게 펼쳐 보이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특히 시계의 경우 기술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시계 케이스, 바늘과 함께 다이얼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죠”라고 말하는 그녀. 그럼 아니타 포르셰와 함께 환상적인 에나멜 시계의 세계로 떠나보자.

Vacheron Constantin의 메티에다르 시리즈 중 대표작인 샤갈과 오페라 드 파리 컬렉션.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의 천장을 장식한 마르크 샤갈의 전설적 프레스코화를 그대로 시계 다이얼에 옮겨왔다. 실제 파리의 런칭 행사장에서 아니타가 직접 시연한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ROOM of Miniature Enamel
이곳에서는 아니타 포르셰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축소판처럼 그리는 에나멜링 기법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5cm 사이즈의 다이얼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 시계 다이얼보다 작은 사이즈의 팔레트에 다양한 컬러의 에나멜 물감을 짜놓은 후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작업대에 두고 현미경 혹은 루페(loupe)로 시계 다이얼을 들여다보며 극도로 가는 붓을 이용해 다이얼 위에 재현한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 아름다운 풍경화, 유명한 건축물에 그린 천장화 등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얼마나 완벽하게 재현하느냐는 전적으로 에나멜러의 능력에 달려 있다. 아니타는 “미니어처는 특히 강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하이라이트는 ‘굽기’ 과정이죠.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지켜 굽지 않으면 수백 시간 공들인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립니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감’과 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페인팅을 한 겹 더할 때마다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단 한 번의 레이어에서 의도한 컬러가 나오지 않으면 그 다이얼은 즉시 폐기 처분할 정도로 작업 과정이 까다롭다.

아니타 포르셰가 피아제와 작업한 시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로 꼽은 Piaget의 프로토콜 XXL 파리-뉴욕 컬렉션. 다이얼의 전반적 부분을 섬세한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연출했다. 뉴욕 버전은 자유의 여신상을 다이얼 표면에 인그레이빙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화이트 골드 소재를 아플리케 형식으로 붙인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시곗바늘이 자유의 여신상 부분에 오면 머리 뒤쪽으로 숨어서 돌아간다! 파리 버전은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과 에펠탑을 서정적인 배경과 함께 그려내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샤넬 여사가 가까이 두고 소중히 아낀 상징들과 물건에 경의를 표하는 Chanel Watch의 마드모아젤 프리베 코로망델 다이얼 시리즈. 중국풍 래커 병풍에서 영감을 받아 동양풍의 배를 그려 넣은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18K 옐로 골드 다이얼에 고온에 구워내는 그랑푀 미니어처 에나멜로 그림을 그려 넣고 나뭇잎 부분엔 24K 골드를 입혀 고즈넉한 풍경화 같은 멋스러운 다이얼을 완성했다. 3개 시리즈로 구성한다.

2013년 최초로 여성을 위한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선보인 Vacheron Constantin. 꽃을 주제로 한 플로리레쥬 컬렉션으로 로버트 손턴의 <꽃의 신전>에 주목해 19세기 영국 열대식물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는 세밀한 묘사를 강조했다. 커다란 백색 나팔 모양 꽃을 그려낸 화이트 릴리 모델, 1773년 영국 왕립 식물원에 전시한 식물 퀸에서 영감을 받은 퀸 모델, 기품이 느껴지는 중국 난초에서 영감을 받은 차이나 리모도론 모델 3가지로 구성한다. 모두 아니타 포르셰의 서명인 AP 마크를 새겨 넣었다.

Piaget의 중요한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장미를 클루아조네 기법으로 완성한 피아제 로즈 패션 컬렉션의 알티플라노 모델. 세밀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함과 매혹적인 그러데이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ROOM of Cloisonné Enamel
이제 아니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클루아조네 기법을 감상할 차례. 그녀의 작품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다이얼에 0.07mm 정도 두께의 가는 실버·골드 와이어를 이용해 윤곽선을 만들어낸다. 와이어를 구부리면서 모티브에 따라 형태를 잡고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다이얼에 부착한다. 와이어의 높이는 대략 1mm. “와이어를 경계로 이웃한 색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와이어 안에 에나멜을 조심스럽게 채워 넣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800~1200℃의 열을 가하면 에나멜이 녹으면서 금속에 달라붙고 다양한 층의 에나멜이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와이어를 폴리싱하면 클루아조네 다이얼 완성.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나비가 우아하게 날고 있는 Piaget의 미스 프로토콜. 나비 모양을 음각으로 파낸 후 아니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에나멜링 작업을 통해 입혔다.

2014년 SIHH에서 선보인 Vacheron Constantin의 메티에 다르 패뷸러스 오너먼트 컬렉션. 세계 곳곳의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식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컬렉션으로 아니타가 함께한 것은 인도 불화 모델이다. 그녀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 인그레이버, 젬세터 등 여러 분야 장인의 힘을 합쳐 완성한 진정한 예술 작품이다. 파란 하늘 아래 동양적인 느낌의 꽃이 만개했는데, 에나멜의 강렬한 색감으로 꽃을 더욱 풍성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그녀의 공. 샹르베 기법으로 윤곽을 완성한 후 에나멜을 채워 10개의 서로 다른 색을 만들어냈다. 다이얼 오른쪽 하단에서 그녀의 서명 AP를 발견할 수 있다.

ROOM of Champlevé Enamel
샹르베 전시실. 가장 오래된 기법 중 하나로 음각 판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인그레이빙 장인이 다이얼에 모티브를 그리면 그 윤곽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낸다. 파낸 부분에 에나멜을 채워 넣고 화덕에서 녹이는 과정을 거친다. 수십 차례 구운 후 에나멜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는데, 굽는 과정만 수십 시간이 소요된다고.

1 파요네뿐 아니라 클루아조네, 미니어처 기법까지 총동원한 Hermès의 케이프 코드 로카바. 메종의 로카바 담요에서 영감을 받았고, 네 마리 말이 행진하는 모습이 기품 넘친다. 특히 파요네 기법으로 완성한 반짝임이 말의 우아함을 부각시킨다.

2 전 세계에 단 한 피스만 선보이는 Hermès의 유니크 피스 아쏘 포켓 아마존. 앙리 도리니가 디자인한 넥타이 모티브를 아니타 포르셰가 다이얼 위에 재현했다. 파요네와 미니어처 기법을 함께 사용해 말을 탄 두 귀부인의 형상을 우아하게 표현했다. 안장과 드레스 자락이 흘러내리는 모양까지 실제 눈앞에 살아 있는 듯 생동감 넘친다.

ROOM of Paillonné Enamel
반짝이는 효과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파요네 에나멜을 만나보자. 금속 플레이트에 바로 에나멜 페인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포로 폴리싱한 독특한 질감의 극도로 얇은 금박 혹은 은박 포일을 금속 플레이트에 붙인 후 그 위에 반투명 에나멜을 페인팅하는 기법이다. 화덕에 굽는 과정은 동일하다. 반투명 에나멜 아래 보이는 금박 혹은 은박 포일의 독특한 질감 때문에 반짝이는 듯 보이는 것이 특징.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