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 You Want to Eat?
어딜 가든 주방장 추천 메뉴는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메뉴판의 1페이지 가득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셰프 추천 코스 메뉴’가 결정 장애 극복을 도와주는 최상의 선택이 될 터. 가격이 비싼 만큼 ‘최고’의 것만 모았다. 셰프가 자존심 걸고 만드는 음식이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정통 프렌치 코스 요리
줄라이 Traditional French
오세득 셰프가 방송으로 인기를 얻기 전부터 줄라이는 국내에 흔치 않은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프렌치라고 하여 어렵고 생소한 요리를 하는 대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제철 식자재로 먹기 편한 요리를 제안한다. 단품 메뉴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은 셰프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코스를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 식자재 수급 상황에 따라 매일 코스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단골에게는 마냥 반가운 일이다. 보통 디너 코스는 아뮈즈부슈로 시작해 7단계로 이어진다. 새콤달콤한 살구 퓌레를 곁들인 푸아그라 구이, 바다 향 가득한 성게알 고대미 리소토, 퍼프 형태의 얇은 페이스트리 위에 하몽을 올려 펴고 양송이버섯 볶음과 한우 등심, 푸아그라를 올린 후 감싸 구운 ‘비프 웰링턴’ 등이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다.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를 곁들인 더덕 아이스크림은 달콤쌉싸래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준다.
Add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164 Time 12:00~15:00, 18:30~22:30 (일요일은 21:00까지) Inquiry 534-9544

서울 한복판에서 즐기는 스페인 맛 기행
떼레노 Traditional Spanish
프렌치, 이탤리언처럼 친숙한 서양식이 아니라 스페인의 정통 요리가 궁금하다면 가야 할 곳. 한옥 많은 북촌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은 스패니시 레스토랑 떼레노다. 스페인 음식 하면 술과 함께 즐기는 안주 개념의 스몰 디시 타파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일품요리 8개를 모아 하나의 코스로 제안한다. 스페인 와인 위주로 엄선한 와인 리스트를 참고해 스페인 스타일의 와인 & 다인 타임을 즐겨도 좋은 곳. 스페인 남부, 날씨가 더운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즐겨 먹는 찬 토마토수프가 산뜻한 애피타이저가 된다. 동부 발렌시아에서 유래한 파에야는 랍스터 꼬리살과 샹티 크림을 넣어 한층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대구포가 들어간 감자 퓌레를 곁들인 스페인산 염장 대구 구이는 신승환 헤드 셰프가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 그가 스페인 요리를 배운 본고장인 북부 지방 바스크 스타일로 조리해 대구의 깊은 감칠맛을 이끌어냈다. 디저트로 내는 ‘세미프레도 데 페드로 히메네스(Semifredo de Pedro Ximenez)’는 캐러멜 향이 느껴지는 달콤한 히메네스 와인과 달걀, 크림을 섞어 반죽한 후 얼린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아삭한 셔벗 같은 질감으로 시원하게 입가심하기 좋다.
Add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71 Time 11:00~14:30, 17:30~23:00 Inquiry 332-5525

최상급 재료로 즐기는 현대적 가이세키 요리
슈밍화 미코 Contemporary Japanese
일본 가이세키 정식을 근간으로 조리법을 다양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이곳의 신동민 오너 셰프는 과거 슈밍화를 통해 화려한 분자 요리 테크닉을 선보였지만 슈밍화 미코에서는 원론으로 회귀, 식자재에 대한 고찰을 통해 건강하고 좋은 요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채, 샐러드, 오늘의 요리, 다타키, 우동, 디저트가 기본 코스로 오마카세는 생랍스터, 캐비아 등 식자재 구성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다. ‘핫슨’이라 부르는 4가지 전채로 이뤄진 일본식 애피타이저가 눈앞에 놓인 순간 ‘이 집 보통이 아니네’ 하는 기대감이 들 것이다. 액화 질소로 연기를 불어넣은 수박 주스, 사케와 다시마 육수에 3시간 쪄낸 전복과 마로 만든 두부 등 작지만 맛의 포인트가 살아 있는 입맛 돋우는 요리에서 셰프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메인 요리 다타키는 저온 숙성한 소고기의 겉면을 살짝 익혀 낸다. 호주산 최상급 알치맛살을 숯불로 그슬린 숯 다타키, 간장과 후추를 뿌린 한우 채끝 소이 다타키, 오븐에 구워 기름을 쏙 뺀 보섭살 로스트 다타키 중 선택이 가능하다. 커피 만드는 사이폰 기구로 육수를 추출한 사이폰 오차즈케도 이곳의 명물이니 놓치지 말자.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85길 14 Time 11:30~14:00, 18:00~23:00, 일요일 휴무 Inquiry 3446-1227

익숙한 식자재의 화려한 변신
밍글스 Contemporary Asian
국내산 제철 식자재와 장, 발효초 등을 활용해 한식, 중식, 일식, 프렌치 등 조리 기법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강민구 셰프. 이번 시즌 코스는 계절 엄선 아뮈즈부슈로 시작해 채소 라비올리, 차가운 훈제 꼴뚜기 쌀국수, 오늘의 생선 요리와 메인 요리, 디저트로 구성했다. 모던 한식을 궁금해하는 외국 손님의 방문이 잦은 편이라 다양한 식성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채소 라비올리는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메뉴를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버섯·제비콩·고사리로 소를 만들고 무와 콜라비로 만든 피로 감싼 요리로, 간장에 조린 전복을 곁들여 보양식으로도 손색없다. 메인 요리 중 구운 채소를 빻아서 만든 가루를 뿌려 조리한 양갈비구이가 유명하다. 잡냄새 없이 은은한 불 향과 감칠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 전과 묵 등 정갈한 한식 반찬과 게살장 비빔밥을 제공하는 밍글스 5첩 반상은 서양식에 취약한 토종 입맛을 지닌 사람에게 추천하는 메인 요리. 이곳 최고의 디저트는 ‘장맛’ 제대로 살린 ‘장 트리오’다. 간장에 조린 피칸과 고추장을 넣어 볶은 곡물을 곁들인 된장 크렘브륄레로 위스키 카푸치노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낸다. 동서양의 멋진 하모니를 느낄 수 있는 메뉴로, ‘우리의 장이 이런 맛이었던가?’ 싶을 만큼 상식을 깨는 놀라운 맛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758 Time 12:00~15:00, 18:00~22:30, 일요일 휴무 Inquiry 515-7306

카페 안 시크릿 플레이스
앤드다이닝 Contemporary European
한남동 ‘카페 앤드’ 내부에 은밀히 자리한, 단 8명을 위한 다이닝 공간. 바 테이블에 앉아 장진모 셰프와 함께 소통하며 미식을 즐기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오로지 코스 메뉴만 주문 가능한 곳으로 컨템퍼러리, 프렌치, 노르딕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번 시즌엔 ‘자연주의’가 컨셉으로 손님이 음식을 맛보며 바다, 계곡 등 자신이 경험한 자연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의도했다. 기본적으로 코스는 15가지 메뉴로 이뤄진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바다 이미지를 표현한 시위드 크리스피(Seaweed Crispy)로 타피오카 튀김 위에 전복장과 명란, 멍게 무침을 올려내는데 생김새가 굴을 꼭 닮았다. 비트로 감싼 게살과 홍합 튀김, 토치로 구운 골뱅이 등 전채 코스는 전부 손으로 먹는 것으로 재미까지 더했다. 육회식으로 달걀노른자를 곁들인 비프 타르타르, 얼린 우니 파우더를 뿌린 관자 타르타르는 재료의 궁합이 뛰어나 ‘날것’을 선호하지 않아도 꼭 시도해볼 만한 메뉴다. 저온 조리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식감의 대구 요리와 최상의 상태로 익혀낸 양고기 스테이크(그의 오리 가슴살 구이도 수준급!) 등 미식의 여정은 길게 이어지지만 내내 흥미진진하다. 식사의 대미는 검은 돌처럼 생긴 디저트가 장식한다. 패션프루트와 유자 등 과일 필링을 초콜릿으로 감싼 것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82 Time 18:00~22:00,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 Inquiry 790-5023
CHEF’S SIGNATURE DISH

서래 달팽이‘스와니예’ 이준
시즌별로 새롭게 연구한 코스 요리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선보이는 스와니예. 7가지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동안 변하지 않은 메뉴가 하나 있다. 바로 서래 달팽이다. 달걀찜에서 영감을 받은 커스터드 크림 위에 트러플 오일을 첨가하고, 저온 조리해 버터에 구운 달팽이를 올린 요리. 살짝 볶은 시금치를 곁들이고 대파 오일과 파르메산 치즈로 마무리해 감칠맛을 더했다.

치킨 소시지‘오키친’ 스스무 요나구니
오키친 하면 일본식 터치를 가미한 파스타가 유명하지만 셰프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또 다른 메뉴가 있다. 수제 소시지, 그중에서도 치킨 소시지다. 스스무 셰프가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딸을 위해 여의도 오키친의 안성환 셰프와 함께 개발한 레시피다. 닭고기와 우유, 마늘, 후추와 파슬리 등이 들어간다. 아빠의 사랑이 담겨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푸아그라 간장찜‘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셀레브러티 셰프로 등극한 최현석. 그의 요리를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실속 없는 허세가 아닌 정말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엘본 더 테이블을 통해 창조적 모던 퀴진을 선보이는 그의 시그너처 메뉴는 푸아그라 간장찜. 지난 1년간 VIP 특선 메뉴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요리다. 장미 소스를 곁들인 바닷가재, 5가지 콜드 파스타도 꼭 맛봐야 할 대표 메뉴다.

안심 스테이크‘라 싸브어’ 진경수
국내 1세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10년 넘게 서래마을을 지켜온 라 싸브어. 이곳의 오너 진경수 셰프의 안심 스테이크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13년 동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킨 진정한 의미의 시그너처 메뉴. 웨트에이징 방식으로 2~4주 숙성한 소고기로 만들며 레드 와인을 주재료로 향만 느낄 정도의 사프란을 첨가해 만든 소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홍유리 (yurih@noblesse.com)
취재 정혜미(프리랜서) 사진 이창재,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