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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Makes Museum Shine

ARTNOW

미술관을 정의하는 단 한 점의 작품이 있을까?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 이 질문을 던졌을 때 흥미롭게도 답변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일부 큐레이터는 즉각 단호한 선택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한 반면, 다수의 큐레이터는 조용히 주요 소장품 목록을 건넸다. 침묵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속에서 빛나는 소장품 목록은 그 미술관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되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Installation View of ‘Old People’s Home’(2007) at 〈M+ Sigg Collection: Another Story〉, 2023. Courtesy of M+ Sigg Collection, Hong Kong, By donation. Photo by Lok Cheng. © Sun Yuan and Peng Yu.

Installation View of 〈M+ Sigg Collection: Another Story〉, 2023. Courtesy of M+, Hong Kong. Photo by Dan Leung.

Installation View of 〈M+ Sigg Collection: Another Story〉, 2023. Courtesy of M+, Hong Kong. Photo by Wilson Lam.

엠플러스(M+), 홍콩
2021년 11월 공식 개관한 홍콩의 엠플러스(M+)는 현재 여러 갤러리와 공간을 합쳐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미술관이다. 하나의 전시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복합적 성격을 띤다. 많게는 10여 개의 전시가 한꺼번에 열리며, 전시 작품만 1500여 점에 달할 정도다. 정도련 부관장은 M+를 대표하는 단일 전시 혹은 작품을 꼽는 것이 미술관의 정체성을 협소하게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도 ‘우리의 모나리자는 무엇인가?’라는 농담 섞인 질문이 오가지만, 단 하나의 상징적 작품만으로 미술관의 성격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M+는 아시아라는 지역적 틀을 넘어 동시대 글로벌 시각 문화를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현재 M+에서는 〈The Hong Kong Jockey Club Series: Picasso for Asia – A Conversation〉전을 개최 중이다. 대다수 관람객이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피카소의 작품 60점과 M+의 소장품 약 130점을 함께 전시하며 작품 사이에서 문화 간, 세대 간 어떠한 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이렇듯 미술관은 단순히 세계적 거장 피카소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것을 넘어 보다 고차원적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중국 현대미술을 오랫동안 수집해온 스위스 출신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의 방대한 컬렉션은 M+의 근간을 이룬다. 1500여 점의 작품이 ‘지그 갤러리’에서 〈M+ Sigg Collection〉전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개관전 〈From Revolution to Globalisation〉으로 연대기적 서사를 통해 그의 컬렉션을 톺아봤다면, 현재 개최 중인 〈Another Story〉전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중국 현대미술의 스타일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 정도련 부관장은 “2~3년에 한 번씩 테마 전시를 통해 소장품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1500여 점이나 되는 컬렉션을 고르게 펼쳐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그 컬렉션 전시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작품은 순위안(Sun Yuan)과 펑위(Peng Yu)의 ‘Old People’s Home’이다. 이 작품은 13개의 휠체어를 탄 실제 할아버지처럼 만든 마네킹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넓은 갤러리를 마치 범퍼카처럼 돌아다니다 부딪쳐 멈추고, 또 움직이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일종의 키네틱 설치 작품이다. 2007년에 만든 이 작품은 점차 노인들이 세상을 통제하게 되는 역설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정도련 부관장은 오래전 작품임에도 관람객의 반응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에서 작가의 유머와 통찰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처럼 M+는 ‘하나의 상징’보다는 ‘다수의 이야기’를 택하며, 오늘날 미술관이 무엇을 보여주고 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Henri Matisse, V – Horse, Rider and Clown(Le Cheval, l’Écuyère et le Clown) (plate V, pages 34 and 35) from 〈Jazz〉, Color Pochoir in Opaque Watercolor on Paper, 42.228×65.088cm, 60.643×83.82×3.81cm (Framed), 1947. © Museum purchase, Gift of Margaret and William R. Hearst III. © Succession H. Matiss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Wilsey Court at the de Young Museum, San Francisco. Courtesy of the 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De Young Museum – Hiram Powers’ ‘Greek Slave’. Courtesy of the 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프란시스코 미술관(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벌써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은 디 영 뮤지엄(De Young Museum)과 리전 오브 아너 뮤지엄(Legion of Honor Museum)으로 구성됐다. 특히 디 영 뮤지엄에는 20여 년 동안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Three Gems’다.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바라보도록 정밀하게 설계한 공간으로, 관람객은 이곳에서 감각에 집중하며 사유의 시간을 갖는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요의 시간을 여행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마치 혼자만 다른 차원에 머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 터렐의 작품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의 프린트 및 드로잉 담당 큐레이터 나탈리아 로리첼라(Natalia Lauricella)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 말고도 미술관에서 손꼽는 보물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앙리 마티스의 〈Jazz〉(1947)다. 이 희귀한 미제본 책은 2024년 미술관의 새로운 소장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탠실 인쇄 기법인 포슈아(pochoir) 판화 20점으로 구성된 책은 서커스와 연극을 주제로 한 생동감 넘치는 판화 그림이 빼곡히 지면을 채운다. ‘가위로 그린 드로잉’이라 불린 종이 오리기 기법으로 만든 이미지가 특징인 이 책은 마티스 그래픽 아트의 정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고. 현재 디 영 뮤지엄에서 ‘Matisse’s Jazz Unbound’란 제목으로 7월 27일까지 다른 마티스의 서적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색과 형태, 이야기 전달 방식을 실험한 20세기 예술가의 또 다른 목소리를 들으러 갈 시간이다.

Georges-Pierre Seurat, Port-en-Bessin, Entrance to the Harbor, Oil on Canvas 54.9×65.1cm, 1888,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Lillie P. Bliss Collection. Courtesy of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Lillie P. Bliss and the Birth of the Modern〉(November 17, 2024–March 29, 2025) Photo by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Starry Night Saint Rémy’ by Vincent van Gogh, 1889. Courtesy of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Lillie P. Bliss Bequest (By Exchange).

뉴욕 현대미술관(MoMA), 뉴욕
미술관마다 대표 소장품이 있지만,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얘기할 때 빈센트 반 고흐의 ‘The Starry Night Saint Rémy’를 빼놓을 수 없다. MoMA는 1941년 이 작품을 미술관 건립에 기여한 인물 중 한 명인 릴리 P. 블리스(Lillie P. Bliss)에게 기증받는다. 그 후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MoMA에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아달라고 했을 때 단번에 ‘The Starry Night’를 추천했을 정도다. 사실 이 작품은 실제로 보면 놀랄 정도로 크기가 작다. 그러나 작품이 내뿜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느낀 감정을 추상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의 문을 여는 실마리가 되었다. 하지만 MoMA는 절대 하루에 이곳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돌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현대미술관의 화신 같은 곳. 이에 소장품을 모아 갤러리를 순차적으로 오픈하며 미술관의 역동적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또 컬렉션으로 기획 전시를 구성하는 특별한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는데, 바로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열린 〈Lillie P. Bliss and the Birth of the Modern〉이 그것이다. MoMA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으로 미국에서 현대미술을 처음으로 지지한 릴리 P. 블리스의 유증 90주년을 기념하며 폴 세잔의 ‘The Bather’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Anna Zborowska’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미술관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폴 세잔의 ‘The Bather’를 꼽았다. 세잔의 남성 누드 작품이 상대적으로 드문 데다, 후기 회화 스타일이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MoMA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수집하는 공간이 아니다. 각 시대를 지나온 작품들이 현재와 호흡하며, 지금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게 한다. 익숙하다고 생각한 작품 속 문득 낯선 울림을 마주할 수 있는 곳에서 처음과는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기대해보자.

Olafur Eliasson, One-way Colour Tunnel, Oculus Bridge, SFMOMA, 2007. Courtesy of SFMOMA. Photo by Adam Jacobs Photography. © Olafur Eliasson

Jenny Holzer, Truisms, 1983 and Inflammatory Essays, 1979~1982 at 〈Afterimages: Echoes of the 1960s〉 in the Fisher and SFMOMA Collections. Photography. Courtesy of SFMOMA. Photo by Adam Jacobs Photography.

Installation View of ‘Elder Sun Benjamin’ by Frank Bowling at 〈Open Ended: Painting and Sculpture Since 1900〉, SFMOMA, 2018. Courtesy of SFMOMA. Photo by Don Ross.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샌프란시스코
2022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관장으로 취임한 크리스토퍼 베드퍼드(Christopher Bedford)는 포용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SFMOMA에 와서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핵심 운영 가치로 내세우며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소장품의 폭을 넓히는 등 미술품 연구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사실 SFMOMA의 도리스 & 도널드 피셔(Doris and Donald Fisher) 컬렉션은 전후 및 현대미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엘즈워스 켈리, 앤디 워홀, 로이 릭턴스타인, 지그마 폴케, 척 클로스, 리처드 세라 등 세계적 작가를 대거 포함해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렇듯 방대한 컬렉션을 등에 업고 베드퍼드 관장은 새로운 소장품으로 SFMOMA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다양성을 앞세운 만큼 SFMOMA가 앞으로 걸어갈 길은 뚜렷한 듯하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이를 대표하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양혜규다. 2023년 미술관은 양혜규의 ‘Mesmerizing Mesh’ 시리즈 4점을 소장품 목록에 추가했는데, 한국의 무속 신앙을 한지라는 전통 재료를 활용해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비서구적 세계관을 서구 중심 미술관의 주류 담론으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영성, 젠더, 전통,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를 매개로 SFMOMA가 지향하는 포용성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맥락과는 별개로, SFMOMA를 대표하는 공간적 경험이자 관람객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One-way Colour Tunnel’이다. 2007년 헬렌 & 찰스 슈와브(Helen and Charles Schwab) 부부가 기증한 이 설치 작품은 유리와 아크릴 삼각 패널로 구성한 공중 통로로, 빛의 굴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색채를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미술관을 방문한 이들이 빠짐없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Joan Mitchell, Iva ,1973. © Estate of Joan Mitchell.

Edgar Calel, The Echo of an Ancient Form of Knowledge, 2021, Liverpool Biennial 23 at TL1. © Tate Photography.

Tate Modern Exterior from the North Bank. © Tate Photography.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런던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대 미술 기관 중 하나인 테이트 모던. 2000년 개관 이후 상징적 공간인 터빈 홀을 이용한 커미션 전시, 터너상 수상작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전은 물론 테이트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상설전까지 매년 알찬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에게 그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이곳에는 누구나 알 법한 근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마크 로스코, 쿠사마 야요이,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은 그중 어느 한 작품을 꼬집어 ‘이것이 우리 기관을 가장 잘 설명하는 컬렉션’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테이트 모던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넘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시각예술, 퍼포먼스, 교육, 커뮤니티 활동 등이 유기적으로 얽힌 복합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터빈 홀은 설치미술과 퍼포먼스의 상징적 공간이 되어 관람객 참여형 퍼포먼스나 현대자동차 커미션 전시, DJ 퍼포먼스 등이 열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예술을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테이트 모던. 사색을 즐기고 싶은 사람, 역동적 에너지를 느끼고 싶은 사람 등 모두가 이곳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그런데 테이트 모던에 최근 또 하나의 상징적 작품이 더해졌다. 테이트 관장 마리아 볼쇼(Maria Balshaw)는 미술관이 받은 가장 중요한 선물 중 하나라며, 조앤 미첼의 대형 회화 작품을 공개했다. 총 길이 6m의 3개 패널로 구성된 트립티크(triptych) ‘Iva’는 현재 마크 로스코의 ‘Seagram Murals’와 나란히 자리해 미국 현대미술의 두 거장이 예술적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조앤 미첼은 가장 주목받는 추상표현주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지금 그녀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럴 때 작가 탄생 100주년과 맞물려 의미 있는 작품으로 소장품 목록도 늘리고, 더욱 확장된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테이트 모던은 이러한 대작 기증이 미술관은 물론 사회에도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Jackson Pollock, Untitled, Colored Pencil and Graphite Pencil on Paper, 35.6×27.9cm, c. 1939–1942,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urchase, with Funds from the Julia B. Engel Purchase Fund and the Drawing Committee. © The Pollock-Krasner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hristine Sun Kim, One Week of Lullabies for Roux, Seven Tracks, Sound, 2018,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Courtesy of the Artist and François Ghebaly, Los Angeles. © 2018 Christine Sun Kim.

Danielle Orchard, Sad Tulip, Oil on Linen, 137.5×127.6cm, 2023,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gift of Jen Rubio and Stewart Butterfield. © Artist or Artist’s Estate.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뉴욕
휘트니 미술관은 미국의 미술과 예술가를 전문으로 다루는 거의 유일한 미술관이다. 1930년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가 미국 예술가의 설 자리와 기반을 마련하고 그들의 작업에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 미술관을 설립했다.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장-미셸 바스키아, 알렉산더 콜더, 페이스 링골드 같은 거장을 포함해 4000여 명에 이르는 미국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은 미술관 정규 전시뿐 아니라 ‘휘트니 비엔날레’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이 탐구해야 할 주제를 선정하고 경계를 실험하며 대화의 장, 문화를 이루는 자리를 만들어왔다. 그런 점에서 변화와 확장의 흐름을 전시하는 살아 있는 미술 기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휘트니 미술관을 논할 때 에드워드 호퍼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인의 정서, 도시의 고독, 근대의 불안을 정제된 시각으로 차분히 그려내 미국을 상징하는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Nighthawks’는 깊은 밤 식당 안, 서로 마주 앉았지만 대화하지 않는 고독한 사람들을 통해 미국 도시의 침묵과 거리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후기 대표작 ‘A Woman in the Sun’은 나체 여성을 통해 존재의 고요한 불안을 표현했다. 극도로 단순화한 공간 구조와 나체로 그렸지만 성적이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여성, 햇빛이라는 감정의 조명 등이 호퍼 특유의 ‘고요한 불안’을 극대화한다.
휘트니 미술관은 잭슨 폴록의 초기작을 ‘눈여겨볼 작품’으로 소개하며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시작점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미술관은 총 17점의 폴록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7점은 1930~1940년대 중반까지 그린 드로잉으로, 당시 내면의 심리적 영역에 집중한 폴록의 작품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흑연과 색연필을 사용한 ‘Untitled’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진 아메리카 원주민의 도상을 떠올리게 하며, 초현실주의의 영향도 보여준다. 선은 빠르고 거칠게 그렸고, 색의 사용도 직관적이며 즉흥성과 구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데, 폴록은 이와 같은 작업을 몇 년간 지속하며 형상을 분절하다가 1947년 그의 첫 ‘드립(drip) 페인팅’을 완성한다. 휘트니 미술관은 그 초기 작품을 소개하며 대가의 위대한 여정을 세세히 짚어나간다.

Installation View of 〈Everyday, Someday and Other Stories. Collection 1950 – 1980〉. Photo by Peter Tijhuis.

Installation View of 〈Everyday, Someday and Other Stories. Collection 1950 – 1980〉. Photo by Peter Tijhuis

Jeff Koons, Ushering in Banality, 1988, Collection Stedelijk Museum Amsterdam. © Jeff Koons, 2007.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은 ‘시대정신’이 그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이는 소장품부터 전시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철학이자 기조다. 1960년대부터 미술관은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미술, 다매체적 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비물질적 예술과 개념미술, 퍼포먼스 아트까지 컬렉션 영역을 넓혀왔다. 현재는 사운드 아트, 인터넷 기반 아트, 아카이브형 전시, 사회적 실천 미술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시대정신을 기반으로 시민사회와 정체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술관이다. 그렇다 보니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역시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곳은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러시아 출신 작가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작품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 기관이다. 특히 ‘Suprematism’ 시리즈는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기존 질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그것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과 사상의 언어적 열망을 담아낸다. 미술관은 이런 말레비치의 급진성을 단순히 역사적 전위예술의 사례로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사회적 맥락과 연결 짓는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배치해왔다. 즉 표현의 자유, 반권위적 예술 실천에 대한 미술적 담론을 여는 데 말레비치의 작품은 중요한 출발점이 되며, 미술관은 이로써 기관의 시대 참여적 태도를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의 정체성과 철학을 말레비치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한다. 동시대 시각 문화의 욕망, 권력, 대중성과 예술 사이의 충돌을 대범하게 드러낸 작가 중 한 명인 제프 쿤스의 작품도 미술관의 시대정신을 상징적으로 체현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술관 소장품 중 하나인 ‘Ushering in Banality’(1988)는 고급 예술과 소비문화, 순수성과 키치, 성스러움과 진부함의 경계를 도발적으로 드러내며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위치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미술관은 이 작품을 단순히 미국의 팝아트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현재 정치적 · 사회적 현실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이미지로 읽었다. 따라서 이는 미술관이 단지 고전적 모더니즘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대의 문화적 충돌과 이슈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확장하는 유연한 기관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