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ever You Want!
신차 출생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비즈니스 세단, 고성능 왜건, 스포츠 SUV를 몰며 그 진가를 탐구한 시간.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다.

BMW 뉴 5시리즈
대작을 뛰어넘는 역작
BMW 6세대 5시리즈는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차다.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역대 5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 그래서 다음 세대의 5시리즈가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이보다 잘 만들 수 있을까? 지난 2월 22일, 삼성동에 위치한 파르나스타워 39층에서 화제의 주인공을 영접했다. 새롭게 바뀐 트윈 원형 헤드램프, 키드니 그릴과 연결된 글라스 헤드램프 커버 등 전면부터 날렵한 세련미로 존재감을 드러낸 뉴 5시리즈. BMW는 국내에만 전 트림에 1000만 원 상당의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했다. 곳곳에 M 엠블럼을 부착하고, 스포티한 성능을 발휘하는 M 스포츠 서스펜션과 M 스포츠 브레이크 등을 더해 안팎으로 한층 역동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랜만에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차에 올랐다. 이번 시승은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을 타고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까지 가는 코스. 7시리즈에 적용한 제스처 컨트롤, 디스플레이 키, 한층 넓어진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전에 없던 첨단 기술을 담아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풍긴다.

제스처 컨트롤 기능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현재 판매하는 차량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자랑하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 백미. 요즘 신차라면 일정 부분 알아서 운전하는 것은 기본. 하지만 뉴 5시리즈는 더 정확하고 정교한 반응으로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한다. 재빠른 제동이 주특기인 크루즈 컨트롤도 흥미롭지만,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은 정말 수준급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려 하면 강한 힘이 스티어링 휠을 원상 복귀시킨다. 그간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에 미세한 진동을 전해 경고하던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 주행 감각은 예상한 대로 안정적이다.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며 과격하게 몰아도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시속 180km까지 속력을 높여도 엔진 소리나 창밖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주행 능력은 서킷 위에서 더 빛을 발한다.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달리기엔 위험한 상태였는데, 젖은 트랙에서도 뉴 5시리즈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일부러 코너를 크게 돌거나 급가속을 해도 바퀴의 접지력이 좋아 미끄러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유연하게 코너를 빠져나온다. 시트가 몸을 단단히 잡아주어 피로감도 덜했다. 과연 완벽함에 끝이 있을까? 6세대 5시리즈가 완전무결에 가까웠다면 정교한 디테일과 달리는 재미를 더한 뉴 5시리즈는 이를 뛰어넘는다.

2017년형 레인지로버 스포츠
스포츠 세단의 탈을 쓴 SUV
취향의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SUV를 선호하지 않는다. 짐을 많이 실을 일이 없고, 험로를 달릴 상황도 흔치 않다. 세단에 비해 승차감은 떨어지고, 덩치가 커서 운전도 어렵다. 그래서 갖고 싶은 차를 떠올릴 때마다 세단과 스포츠카에 밀린 SUV. 하지만 2017년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타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 차를 운전하는 내내 ‘갖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던지. 신형은 디젤과 가솔린 2가지 엔진으로 배기량과 사양에 따라 총 5가지 라인업이 들어왔다. 그중 3리터 V6 슈퍼차저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3.0 SC HSE 다이내믹 모델을 시승했다. 보통 스포츠 모델은 일반 SUV에 비해 차체를 낮추고 몸집을 줄인다. 하지만 그런다고 레인지로버의 유전자가 어디 갈까. 험로를 헤쳐나가야 하는 숙명을 보여주듯 전체적으로 각지고 볼륨감이 살아 있다. 막상 그 앞에 서면 만만치 않은 크기에 압도당할 정도. 반전은 이렇게 거대한 차가 조련된 사자처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 일단 덩치에 비해 차체가 가볍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2세대 모델부터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소재를 채택해 420kg가량 무게를 덜어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 때도 차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뿐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유롭게 이 차를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발끝에 힘을 세게 주었다. 최대출력 340마력을 기록하는 차답게 계기반 숫자를 여유롭게 올리며 튕기듯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가솔린엔진의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함까지 더하니 스포츠 세단이 따로 없다. 질 좋은 가죽과 스틸 마감, 10.2인치 터치스크린 등 내부도 고급스러움 그 자체. 사용해볼 순 없었지만 국내 최초로 인컨트롤 선택 옵션을 제공한다. 안전을 위해 SOS 긴급 출동, 랜드로버 어시스턴트 서비스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차량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최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 정도 스펙이면 다소 낮은 연비를 감당해야 하지만, 거대한 몸집임에도 잘 달리고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투박한 차를 경계해온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1 볼보 V60 폴스타 2 스포츠 주행을 배려한 인테리어
모터스포츠의 정신을 품은 안전한 차
저 멀리서 왜건 한 대가 달려온다. 하늘빛에 가까운 쨍한 블루 컬러로 주변을 밝히는 것으로 모자라 요란한 소리까지 낸다. 예상치 못한 화려한 등장. 볼보 V60 폴스타(Polestar)와의 첫 만남이다. 폴스타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파격적으로 튜닝한 왜건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북극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폴스타는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같은 고성능 버전이다. 폴스타는 모터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한 볼보와 오랜 시간 협력 관계를 유지한 튜닝 브랜드. 2015년, 볼보에 인수·합병되면서 브랜드의 고성능을 대표하는 라인업이 됐다. 그리고 올봄, 4도어 왜건의 고성능 버전인 V60 폴스타를 내놓았다. 이제 운전석에 앉아 이 차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느낄 차례. 작정하고 만든 차라니 나긋나긋 얌전하게 달리는 대신 곧장 북악스카이웨이로 차를 몰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코너링을 할 때마다 휘청거리지 않고 야무지게 몸을 잡아준다. 등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에 스웨이드 소재를 더한 폴스타 전용 시트 덕분.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방지해 통기형 가죽을 두른 스티어링 휠에서는 묵직함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스포츠 주행을 배려한 요소가 저마다 제 몫을 해 와인딩에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출시한 모델은 기존에 탑재한 3리터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에서 다운사이징해 2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을 품었다. 엔진 배기량이 줄었는데 출력은 오히려 350마력에서 367마력으로 증가했다. 뻥 뚫린 고속도로 구간은 이러한 폴스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니 무서울 정도로 속력을 높이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오히려 ‘이것밖에 못 밟아?’라고 비웃는 듯 힘을 비축한 게 느껴질 정도. 이 정도 실력을 지녔음에도 운전이 어렵진 않다. 여느 스포츠카와 달리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는 대로 차가 안정적으로 잘 따라 움직이니까.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운전해보니 묘하게 탐난다. 역시 진정한 고수는 외모보다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