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Your Name?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소개하는 첫 수단이 바로 이름이다. 이름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매력적인 제품에 매력적인 이름이 붙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1 흥미로운 알파벳 네이밍 프로젝트를 선보인 Chloe의 베일리 백
2 일련번호의 알파벳만 보고도 연식을 단번에 알 수 있는 Panerai 시계
3 스티치 수를 이름에 넣어 핸드메이드 제품임을 강조한 Fendi의 아델 1328
4 4년에 한 번만 조정하면 된다는 의미를 담은 Breitling의 내비타이머
샤넬의 평생 연인 보이 카펠에게 영감을 받은 보이 샤넬 백. 레이싱 워치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F1 경기와 트랙 이름을 붙인 태그호이어의 까레라와 모나코. 모양이 말안장을 닮아 안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셀라를 붙인 토즈의 셀라 백. 무슈 디올이 행운의 숫자로 여긴 8에서 유래한 디올 윗. 이처럼 제품의 이름에는 꽤나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때로는 단순히 생긴 모양에서 힌트를 얻어 이름 짓기도 하지만, 창립자가 사랑하거나 영감을 받은 사물이나 인물, 의미 있는 해를 담기도 한다. 최근에는 숫자와 알파벳, 혹은 재미있는 단어 조합을 이용해 이름 붙인 제품들이 눈에 띄는데, ‘예사롭지 않은’ 이름 때문인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첫 타자는 펜디. 올해 대대적으로 셀러리아 라인을 리뉴얼 런칭했는데, 새로운 디자인이나 디테일도 눈길을 끌지만 흥미로운 포인트는 바로 제품명에 있다. 총 8개 라인 중 6개 모델에 펜디의 창시자 아델과 5명의 펜디 자매 이름을 붙였는데, 물론 여기까진 그리 새롭지 않다. 아델 1328, 파올라 1192, 프랑카 2058, 칼라 650. 이름 다음에 붙인 숫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품에 들어간 스티치 개수다. 단순한 숫자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스터 장인이 손으로 작업한 스티치 수로 펜디의 ‘파토아마노’(손으로 만든다는 의미) 정신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다음은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 1461. 1461을 연도와 관계된 숫자로 생각했다면 오답! 캘린더 기능을 담은 브라이틀링 제품 중 컴플리케이션에 속하는 시계로 4년에 한 번씩만 조정하면 된다는 기능적 장점을 강조하고 싶어 윤년 캘린더, 즉 1461일을 이름에 넣은 것이다.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겔러는 새로운 가방 이름에 차례로 알파벳을 붙이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주자는 앨리스(Alice)와 베일리(Baylee). 특별한 의상이나 컬렉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붙이기 좋아한 창립자 가비 아기용의 네이밍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실제로 끌로에는 작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브랜드 탄생지인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키워드로 한 전시(B는 바나나, D는 데코, L은 라이트인 식), <끌로에, 애티튜드>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베일리에 이어 C와 D 그리고 Z까지 앞으로 어떤 이름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품게 한다. 파네라이 마니아(일명 파네리스티)의 세계에서는 알파벳 그 자체도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백케이스에 영문과 숫자로 일련번호가 각인되어 있는데, 이것이 일종의 ‘명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997년 리치몬트에 인수된 후 1998년부터 영문 알파벳을 넣었는데(알파벳순으로), 이것이 제조 연도를 나타내는 것. 예를 들어 번호가 A로 시작하면 1998년, H로 시작하면 2006년에 생산했음을 뜻한다. 물론 올해 선보인 제품에는 ‘따끈따끈한’ P가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브리오니의 두툼한 아우터. 툰드라 지역에서도 끄떡없을 만큼 따뜻해 보이는 이 아우터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툰드라다. 브리오니는 이번 F/W 시즌 극한의 추위에서 보호해줄 하이 퍼포먼스 패브릭 재킷을 선보였는데, 유머러스한 네이밍 덕분에 더욱 눈길이 간다. 더구나 3가지 스타일에 각각 익스플로러(Explorer), 디스커버러(Discoverer), 파이어니어(Pioneer)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탐험가가 된 듯 위트까지 더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