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n the World are the Oldest Wines?
오래된 것이 주는 깊이와 행복, 경이로움. 이제 진한 황갈색 와인으로 느껴볼 시간.
마데이라 섬의 토착 품종인 네그라몰(Negra Mole)과 블랜디 와이너리에서 출시한 1969년산 와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은 어디에 있을까? 포도나무가 아닌(이 또한 흥미로운 의문이다) 진정 오래된 ‘액체’의 은닉처. 물론 수백 년간 어딘가에 숨어 있는 와인도 있겠지만, 상업적인 거래가 가능한 희귀 와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많은 와인 생산자가 너도나도 소중히 보관해온 우드 포트(wood ports, 오크통 안에서 완벽히 숙성시킨 후 병입한 포트와인)를 공개하는 일련의 유행 때문이다. 테일러와 폰세카 등의 와이너리를 소유한 포르투갈의 플래드게이트 파트너십이 최근 1855년산 시옹(Scion)과 1863년산 테일러 싱글 하비스트 포트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유서 깊은 토니 포트(tawny ports, 오크통 숙성을 거친 황갈색 포트와인) 생산자인 비에세 & 크롱(Wiese & Krohn)과의 전격 합병도 화제가 되었다. 비에세 & 크롱은 1863년 설립한 가족 소유 기업으로 지난 역사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포트와인을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회사 설립 2년 전에 만든 와인도 있다). 리처드 메이슨이 저서 <포트와 두로>에서 ‘거의 음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농축되었다’고 묘사한 케케묵은 와인들이다.
플래드게이트 파트너십의 최대 라이벌인 시밍턴 패밀리 에스테이트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축하용으로 1952년산 콜헤이타(colheita, 수확이라는 뜻. 같은 해에 수확한 포도 품종만으로 와인을 만들어 숙성시킨다. 우드 포트 중 가장 상위 레벨)를 통해 우드 포트 시장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지난 6월에는 플래드게이트가 찾아낸 19세기 와인에 대한 반격으로 ‘그라암스 느 오블리(Grahamʼs Ne Oublie)’를 출시했다. 회사 설립자가 18세의 나이로 오포르투 항에 당도한 해를 기념해 구매한 3개의 1882년산 포트 가운데 하나를 베이스로 한 와인이다. 하나같이 호화스러운 패키지로 선보인 이 19세기 우드 포트는 희소가치에 따라 병당 수천 파운드를 호가한다. 이를 지켜보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나. 과연 도루 밸리나 빌라 노바 드 가이아의 항만 창고에는 상업적 잠재성을 알지 못한 채 무심히 잠들어 있는 오래된 포트와인이 얼마나 더 있을까?
병입 상태든 계속 통에 들어 있든, 와인이 식초로 변하지 않고 상당히 오랜 시간 버티려면 알코올 강화가 필요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19세기에 생산한 부브레(Vouvrays)와 물랭 투셰 앙주(Moulin Touchais Anjous)를 손에 넣은 이들이 익히 입증했듯, 최고 품질의 루아르 슈냉 블랑은 알코올 강화를 하지 않아도 수십 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높은 산도가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덕분이다. 같은 이유로 몇몇 독일산 리슬링 또한 긴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라인 강변의 클로스터 에버바흐(Kloster Eberbach)의 경우 1706년산 리슬링 와인을 보유했다는 사실. 브레멘 지방의 라츠켈러(Ratskeller)는 이와 다른 형태지만 더 오래된 독일 와인을 간직하고 있다. 와인 마스터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크리스티의 와인 담당자로 일하며 50년 동안 시음한 수천 종의 와인 중 최고급 와인만 기록한 그의 저서 <빈티지 와인>에 이렇게 적었다. “한자동맹에 참여한 이 무역도시의 공식 와인 창고에는 지극히 오래된 독일 화이트 와인이 든 대형 오크통이 보관돼 있다”라고.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16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의 표현대로라면 톡 쏘면서 그다지 맛이 좋지 않은 와인들이다. 여기에는 한참 어린 와인을 주기적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 반복된다.
왼쪽부터_ 테일러 1862 싱글 하비스트 토니 포트.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채로운 아로마, 당도와 산도의 조화 또한 놀랍도록 아름답다. 신동와인
시밍턴 패밀리의 주력 브랜드 다우의 2007 빈티지 포트. 올해는 유독 포트 와인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거운데 다우의 빈티지 포트 2011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나라셀라
스페인 헤레스 지방의 셰리로 솔레라의 표본과 같은 엘 마에스트로 시에라의1830년산 아몬티야도 비에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 공식 행사 와인으로 선정된 그라암스 1952 싱글 빈티지 토니 포트. 까브드뱅
리오하 와인의 개척자, 1858년 설립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지하 저장고와 먼지 쌓인 1880년산 와인
이처럼 주기적으로 와인을 일부 보충하는 방식은 스페인 남부 헤레스 지방에서 주로 셰리를 만들 때 활용하는 솔레라(solera) 시스템이 유명하다. 성당같이 회반죽을 칠한 헤레스 지방의 와인 창고에서는 확실히 오래되고 귀중한 오크통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 와인 중 일부는 최고 맛과는 거리가 멀다. 이 셰리들은 지나치게 농축된 소스처럼 불쾌한 맛이 날 정도로 너무 오랜 기간 보관한 경향이 있다. 이런 와인은 깊이감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블렌딩’용으로만 쓰는 것이 좋다.
바르바디요(Barbadillo)는 가장 오래된 솔레라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렐리키아스(Reliquias)라는 와인을 19세기 초부터 생산해왔다고 주장한다. 발데스피노(Valdespino) 역시 1842년부터 시작한 솔레라를 바탕으로 폭넓은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엘 마에스트로 시에라(El Maestro Sierra)는 지금도 1830년산 아몬티야도 비에호(Amontillado Viejo)를 판매한다. 현재 이 빈티지는 해당 솔레라에 보관한 와인을 일부 소량 함유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단, 빈티지 셰리의 경우 해당 연도의 와인 100%로 이뤄지는데, 윌리엄스 & 움베르트(Williams & Humbert)가 다양한 빈티지 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역에서는 1924년산 정도면 오래된 것으로 인식된다.
골동품 같은 귀중한 와인을 대량 확보하려면 대서양의 섬 마데이라(Madeira)를 찾아가야 한다. 잰시스로빈슨 닷컴(JancisRobinson.com)에 올려둔 10만 건의 시음 기록을 검색해 필자가 마셔본 가장 오래된 와인을 찾아보니, 18세기에 생산한 3종류 와인을 포함해 대다수가 마데이라산이다. 마데이라의 유력 와인 생산자 크리스 블랜디(Chris Blandy)는 자신의 회사 저장고에 18세기에 만든 마데이라 와인을 1000병가량 소장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마데이라와인가이드 닷넷(madeirawineguide.net)에서는 마데이라 섬에 있는 모든 골동품 와인을 검수한 결과 18세기에 생산한 와인만 30종류 이상이며, 이 와인 중 상당수가 여러 병 구비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 1715년으로 기록된 와인도 둘이나 된다! 마데이라 와인은 병을 개봉한 뒤에도 생명력이 상당히 끈질기다. 너무 인기가 높아져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와인의 보고가 심하게 약탈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밍턴의 친지인 벤 켐벨-존스턴은 런던에서 매년 BFT로 알려진 주정 강화 와인 시음회를 개최한다. 어느 해인가, 티에라스 데 몰리나(Tierras de Molina)가 100년 묵은 말라가(Malaga) 와인을 선보였다. 시칠리아 섬 서쪽에 위치한 쿠라톨로 아리니(Curatolo Arini) 와이너리의 저장고에는 그와 유사하게 오래된 마르살라(Marsala) 와인이 보관돼 있다.
옛 소련 영토에도 다양한 골동품 와인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는 철의 장막 정책의 잔재이자, 엘리트 계급을 위해 최고급 와인을 남겨두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강한 맛뿐 아니라 달콤한 와인도 찾아볼 수 있다. 마산드라 컬렉션(Massandra Collection)이 확보한 디저트 & 주정 강화 와인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제정 러시아 시절 휴가지였던 크림반도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이 와인은 당시에도 소더비에서 판매했고, 지금도 거래되고 있다. 2009년 크라스노다르 인근 지역에서 열린 최대 규모(라고 홍보한)의 옛 소련 와인 전시회에서 다양한 옛 소련 와인을 맛본 적이 있다. 75km에 달하는 몰도바 터널에 저장한 와인이 주로 20세기 초에 생산한 것이며, 그중에는 헤르만 괴링의 개인 소장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960년대 빈티지만 볼 수 있어 아쉬웠다.
이처럼 오래된 와인을 원하는 만큼 확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과거 주정 강화 와인을 대량생산했으나 유행에서 밀려 인기가 뜸해진 지역을 찾는 것이다. 호주가 바로 그런 곳으로, 바로사밸리의 세펠츠필드(Seppeltsfield)에는 1878년부터 매년 생산한 토니 와인이 연도별로 저장돼 있다. 100년 묵은 와인이 250리터에 달할 정도. 대부분의 와인이 지금도 오크통에 보관돼 있는데, 최근 소량씩 시장에 다시 선보이고 있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알 로페스 데 헤레디아(R Lopez de Heredia) 같은 스페인 리오하의 가장 전통적 와인 생산자들도 상당히 인상적인 골동품 와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오랜 와인 산지에는 진정 오래된 와인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라투르와 라피트처럼 처음 포도를 재배한 곳에서는 각기 자신들이 생산한 오래된 빈티지를 보유하고 있을 테고, 부르고뉴에서는 부샤르 페르 에 피스(Bouchard Pere et Fils)의 와인 창고 정도, 보르도 시에서는 네고시앙 말레르-베스(Mahler-Besse)가 가장 다량으로 20세기 초에 생산한 와인을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밖에 탐낼 만한 골동품 와인은 주로 개인 소장품이다. 영국과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의 몇몇 수집가와 옥스브리지 칼리지 출신, 특히 올솔스 칼리지 졸업생이 바로 그들이다. 경매업자들은 혹시라도 그들이 현금이 필요해 이 귀중한 와인을 내놓지 않을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