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Wine Talks

LIFESTYLE

트렌드란 문화의 성숙도와 연관이 있다. 초기에 어떤 문화가 정착해 적응기를 거치면 이후 좀 더 다양한 양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파생하는 형국이 된다. 와인 문화도 그렇다. 값비싼 엘리트의 술에서 이제는 누구나 일상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알코올 음료로 자리매김한 와인. 수입하는 와인의 양과 종류가 늘었고, 수준 높은 와인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입기를 거쳐 안정기로 향해 가는 요즘 와인 애호가들은 어떤 와인을 찾고, 마시고, 즐기는가 생각했다. 레드 와인을 향한 일편단심에서 벗어나 맑고 고운 화이트 와인의 매력에 눈떴다는 점, 잊혔다 되살아난 유럽 남부 지역의 토착 품종 와인을 탐닉하는 즐거움, 카베르네 소비뇽의 파워 대신 피노 누아의 우아함으로 잔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격 대비 괜찮은 와인에서 고급 와인으로 수직 상승한 칠레 와인 등 새로운 와인 문화의 패러다임을 담았다. 글만 보면 재미없다. 어쨌든 마셔야 한다. 당신의 집에서든, 레스토랑에서든. 마리아주에 관한 팁과 유력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 정보도 소개하니 꼭 함께 읽고 즐겨보시길.

Love for White
레드 와인을 향한 편애를 극복해야 한다. 요즘 대세는 맑은 금빛의, 풀빛이 살짝 감돌기도 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가볍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음식과 매치하기 쉽다. 무엇을 마실까 고민된다면 이 글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화이트 와인의 미덕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맑아서 부담이 적으며, 음료를 차갑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딱 어울린다. 안주나 음식이 변변치 않아도 용서된다. 과자 부스러기만 있어도 두어 잔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종종 TV에서 레드 와인을 맨입에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저게 화이트 와인이어야 잘 어울릴 텐데’ 하며 안타까워한다. 으레 와인이라는 설정은 레드 와인으로 대변된다. 간혹 화이트 와인이 등장할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파티 같은 아주 즐거운 자리에서 그렇다. 화이트 와인은 즐거움과 경쾌함, 레드 와인은 무거움과 진지함의 상징으로 해석했다면 제대로 짚긴 한 거다. 그렇지만 화이트 와인을 고민되는 상황에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왜 그런지 몰라도 화이트 와인 하면 농부가 연상된다. 우아한 실크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한 귀부인은 그다음이다. 근대에 와인이 흔해지면서 물이 시원치 않은 유럽에서는 화이트 와인에 물을 타서 마시며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네 농부가 막걸리를 마시는 게 꼭 목이 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듯 어쩌면 물의 품질이 전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화이트 와인은 갈증을 풀어주고, 무엇보다 심각한 상황을 환기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 싸움을 할 때 소매를 걷어붙이기 전에 먼저 화이트 와인을 한 병 따보자. 맥주는 안 된다. 맥주는 너무 빨리 딸 수 있어 분노를 잠재울 시간이 모자란다. 와인을 따기 위해 오프너를 찾고(이봐, 와인 오프너 어디 뒀어?), 온도를 감지하고, 잔을 준비하는(마침 깨끗이 씻어두었구먼) 동안 분노는 조금 김이 빠진다. 그런 점에서 트위스트 캡의 화이트 와인을 냉장고에 두는 건 이상적이지 않다. 가급적 따기 번거로운 긴 코르크 마개를 지닌 부르고뉴산이 좋을 것이다. 값이 좀 나가지만 비싸고 맛은 별로인 미국산보다 낫다. 요새는 어떻게 미국 화이트 와인이 종주국인 프랑스산보다 비싸냐며 투덜거리는 말을 여간 자주 듣는 게 아니다.
자, 그렇다면 이쯤에서 필자는 무슨 화이트 와인을 마시냐고 묻고 싶으실 거다. 내게는 ‘애정하는’ 화이트 와인이 몇 있다. 우선 비오니에(Viognier)다. 프랑스 론 지역에서 종종 보는 와인. 론의 마르산(Marsanne) 와인도 좋지만 위시 리스트에는 비오니에를 먼저 적어두시길. 랑그도크산도 있고 호주에서도 꽤 많이 나온다. 실키하고 복숭아 향이 난다. 그다음으로는 피노 그리(Pinot Gris)다. 이탈리아에서는 피노 그리조라고 부른다. 회색 포도라니 의구심이 들겠지만 맛은 훌륭하다. 스위트한 스타일과 드라이한 스타일이 있는데 필자는 엄청나게 드라이한 것이 좋다. 이탈리아 최동단에서 나는, 너무 드라이해서 입속을 말려버릴 것 같은 그것. 모스카토도 여전히 나의 사랑스러운 와인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건 이제 너무 흔하다. 발음은 비슷한데 다른 품종인 뮈스카델(Muscadelle)을 거론해보자. 흔히 이 품종은 소테른 와인에 소량 블렌딩하는 용도로 쓰지만 단독으로 품종 이름을 달고 나오기도 한다. 아무런 연관이 없으나 모스카토처럼 은은한 사향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비싼 제품이다. 피노 그리가 나왔으니 피노 블랑도 언급해야겠다. 알자스의 피노 블랑은 아주 멋지다. 누가 알자스산 아니랄까 봐 사과 향이 나고 매우 ‘스트레이트’하다. 귀엽고 간지러우며 사랑스러운 쪽이 아니라는 얘기다. 쭉 가는, 드라이한, 그래서 싫증도 안 난다.
베르디키오(Verdicchio)는 반주로 곁들이기 좋다. 아로마는 단순하지만 쌉싸래한 맛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가능한 한 차갑게, 더 차갑게! 특히 가지 파스타 같은 간단한 요리에 곁들일 때 최상이다. 가지의 제철도 여름이니 가지냉국이 생각날 때 이 와인을 떠올리시라. 한 가지 더, 꽤 유명하고 대중적인 품종이지만 한국에서 고전(?)하는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를 소개한다. 혹자는 이름이 너무 어려워 안 팔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맛은 좋다. 톡 쏜다. 어떤 것은 약품 냄새가 나고 시럽 같은 맛이 나기도 하는데(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대개 산도가 낮아서 방향성(芳香性)이 두드러진다. 개인적으로 독일 알자스산이 좋고 오스트리아산도 마음에 든다. 이 와인은 음식과 함께 마실 때 진가를 발휘한다. 중국 음식에 아주 잘 어우러진다고 나와 있다. 볶은 중국 요리, 한국식 생선찜 요리, 매운 프라이드치킨에도 잘 어울린다. 물론 비싼 것이라면 그냥 마셔도 좋다.
박찬일(셰프, 와인 칼럼니스트)

1 시칠리아 섬의 와인 선구자 마르크 드 그라치아의 네렐로 마스칼레제 와인 모가나치(Moganazzi)와 페우도 디 메초(Feudo di Mezzo)다. 달콤한 붉은 과일, 허브와 으깬 꽃 등 에트나 지역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비노비노
2 스페인 토착 품종 가르나차의 열정과 개성을 품고 있는 엘 레벤톤, 가르나차 드 비냐 보니타. 화산섬에서 일군 색다른 매력의 와인 세븐 푸엔테스. 큐리어스와인3 프로방스 테루아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샤토 시몽의 블랑, 로제, 루주. 특히 루주는 노블 타닌이라고 표현할 만큼 섬세하면서 견고한 타닌을 지녔고, 깊고 복합적인 아로마가 입안에서 계속 피어난다. 타이거인터내셔날

Southern Dream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이 네 나라의 남쪽 땅을 밟아본 적 있는가. 없다면 지금부터 시작하자. 따뜻한 태양이 선사한 싱그러운 와인 향기를 따라 훌쩍 떠나는 여행. 요즘 이 땅에서 난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와인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남쪽은 풍요롭다. 또 남쪽은 따뜻하다. 태양빛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남프랑스를 다채롭게 조명한 태양은 까다로운 미술가의 마음도 따뜻하게 물들였다. 태양은 그들을 소위 인상파로 변모시켰다. 남프랑스, 프로방스는 이제껏 많은 여행자를 매혹시켰다. 스페인 남부와 이탈리아의 최남단인 시칠리아 섬은 또 어떤가. 남쪽이 좋은 것은 따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엔 새로운 생각이 있고, 이국적인 개성이 넘치며 혁신도 함께한다.
요즘은 와인도 남쪽 땅에서 난 와인이 대세다. 서늘한 기후대에 있는 전통 산지, 즉 보르도와 부르고뉴,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리오하와 바하우를 자주 찾던 애호가들의 시선이 최근 남쪽으로 내려왔다. 사실 우리 입맛은 오랫동안 전통 산지의 서늘한 맛에 길들여졌다. 와인 생산 국가에서 주로 북부나 중부에 위치하는 지역이다. 필자 역시 남부에서는 좋은 와인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남부 와인을 맛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남부 와인이라고 다 뜨겁지 않고, 북부 와인이라고 다 서늘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더 확고해졌다. 와인 맛의 온도를 결정짓는 건 기후도 기후지만 토양이나 생산자의 철학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남프랑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러셀 크로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을 지표로 삼으면 좋다. 아름다운 프로방스의 풍광을 화면 가득 담아내는데, 유년 시절을 소개할 때 나오는 와인을 눈여겨보자. 샤토 시몽(Chateau Simone)으로, 이 지역 토착 품종인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생소, 시라 등을 혼합해 만든 와인이다. 그중 그르나슈의 역할이 압도적인데 투명하고 담백하지만 완숙한 과실미를 보이는 그르나슈는 뛰어난 양조가 품에서 오랜 숙성력을 증명해 보인다.
스페인에서는 ‘마차’를 기억할 것. 마차는 ‘마드리드의 가르나차’를 일컫는 말이다. 스페인의 와인 명산지인 리오하와 리베라델두에로를 기준으로 삼으면 마드리드는 남부에 속한다. 바로 이 남부, 엄밀히 말하면 마드리드에서 요즘 기가 막힌 가르나차 품종의 레드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마차 와인의 선구자는 다니엘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와인 양조를 공부했고, 집안에서 소유한 포도밭에서 자신의 와인을 만들며 가르나차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프랑스 샤토뇌프뒤파프의 샤토 라야스를 맛본 이후 스페인에서도 그런 우아하고 섬세한 가르나차가 나오길 바랐고, 그 일을 자신의 손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니엘은 친구 페르난도, 마르크와 함께 ‘코만도G’라는 그룹을 결성해 가르나차 양조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자신의 와인도 정성껏 다듬었다. 특히 ‘엘 레벤톤(El Revento´n)’을 양조하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와인과 함께할 것을 다짐했는데, 2008년 빈티지가 파커 포인트 97점을 획득하면서 동기부여가 한층 강화됐다. 엘 레벤톤은 남프랑스의 고급 그르나슈(그르나슈와 가르나차는 동일한 품종이다)에도 밀리지 않는 최고의 가르나차다. 이름의 뜻이 ‘펑크 난 타이어’인데, 실제 그의 포도밭에 큰 돌이 많아 타이어가 성치 않는다는 농담을 건넨다. 다니엘 친구 마르크도 베르나벨레바 포도원에서 뛰어난 가르나차를 만든다. 그의 공이 가장 많이 들어간 포도밭이 보니타로 그의 간판 와인 ‘가르나차 드 비냐 보니타(Garnacha de Vin˜a Bonita)’는 ‘보니타의 가르나차’라는 뜻이다. 보드라운 감촉에 농축된 과실미가 확고하게 도사리고 있는 와인이다. 부르고뉴의 샹볼 뮈지니처럼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구조감을 지닌다.
스페인 남부 와인 중에 아주 독특한 와인이 하나 있다. 극단적인 와인이다.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섬 테네리페에서 나는 와인으로, 위도는 모로코 남단에 걸쳐 있지만 스페인령에 속한다. 이 지역의 토착 품종으로 만든 세븐 푸엔테스(7 Fuentes) 와인. 화산재 토양에서 자란 독특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질감이 아주 곱고 촉촉해서 착착 입에 감긴다. 잰시스 로빈슨은 지난 2월 세븐 푸엔테스와 양조장, 이 화산섬에 대해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도 이와 유사한 화산섬이 있다. 바로 시칠리아다. 여전히 대량생산을 위한 국제 품종 포도밭이 대부분이지만 에트나 산 부근에는 지극히 개별적인 와인을 잉태하고 있다. 에트나 북서면은 무지막지하게 더운 시칠리아에서도 서늘하기로 유명하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서 맑고 곧으며 향긋한 레드 와인 네렐로 마스칼레제가 나온다. 피렌체의 와인상 마르크가 어린 딸의 그림을 라벨화한 에트나 로소(Etna Rosso) 와인은 그림만큼이나 깜찍하고 화사하다.
오스트리아에도 특별한 남쪽 와인이 있다. 빈의 남쪽,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곳이 그라츠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여주인공이 숨어든 이 낭만적 도시는 슈타이어마르크 주의 주도 역할을 한다. 슈타이어마르크가 자국의 주류 와인에 반기를 들고 전혀 다른 와인 세계를 연마하는 곳이다. 토착 화이트 와인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를 담금질하는 오스트리아 북부 명산지와 달리 슈타이어마르크에서는 소비뇽 블랑에 천착한다. 이미 슈타이어마르크의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루아르의 아성을 넘보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오스트리아의 토스카나로 불리는 풍광 좋은 슈타이어마르크의 산등성이에서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무장한 양조가들이 환상적인 풍미와 향취를 지닌 소비뇽 블랑을 척척 만들어낸다.
위에서 소개한 남부 와인은 편견을 깨는 것들이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더운, 가끔은 뜨겁기까지 한 기후도 극복해냈다. 만약 순응했더라면 우리가 익숙한 만족을 표할 만한, 그처럼 서늘한 맛을 보여줄 수 없었을 거다. 와인이 에탄올과 물의 조합이라고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생각을 바탕으로 대량 유통에 적합한 공장 와인을 찍어내는 세상이지만, 유럽의 일부 남부 지방 농부들은 기후에 도전하고, 혁신을 지향하면서 자신만의 개성과 우수성이 담긴 서늘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외친다. 남쪽 땅에서 난 와인도 북부 와인 못지않게 또렷하고 담백하며 향긋하고 우아하다고. 물론 숙성력도 훌륭하고.
조정용(<올댓와인> 저자, 큐리어스와인 대표)

당신만의 마리아주
맛있는 음식에 꼭 맞는 와인을 곁들이면 오감이 행복해진다. 와인 전문가에게 그 특별한 다이닝 경험에 대해 물었고, 그들은 금세라도 식욕이 동할 것 같은 이야기를 전해왔다. 기본 공식을 알고, 색다른 미각적 시도를 해볼 마음만 있다면 당신도 그 마리아주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며 노릇노릇 고소한 향을 내는 고등어구이와 금방 지어 윤기가 흐르는 고슬고슬한 찰현미밥으로 아주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와인을 한잔 곁들일까? 며칠 전 구입한 호주산 샤르도네의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찰떡궁합이다. 일반적으로 생선 요리나 해산물에는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기지만, 돌 냄새 같은 미네랄(광물성) 풍미가 강한 프랑스산 소비뇽 블랑이나 리슬링 와인은 고등어같이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붉은 살 생선과는 부딪칠 수 있다. 그렇다면 와인을 포기할까? 아니다. 호주나 캘리포니아, 칠레 등 따뜻한 지역에서 생산해 사과나 배 혹은 열대 과일 같은, 잘 익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미네랄 풍미가 너무 강하지 않은 화이트 와인은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를 오히려 감싸주며 적당한 산미가 특유의 기름기도 잡아준다.
– 이인순(WSApdp 와인 아카데미 원장)

내 고향 트레비소와 가까운 작은 마을 스프레시아노에 위치한 클래식한 와인 바 ‘에노테카(Enoteca)’에 갔을 때였다. ‘와인의 신’이라 불리는 오너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디저트 와인 파시토 디 판텔레리아(Passito di Pantelleria)를 고르곤졸라 피칸테와 아카시아꿀에 곁들여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입안을 가득 채우는 황홀한 그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향이 강한 치즈와 파시토가 만나면 와인의 맛이 완전히 죽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치즈의 독특한 맛이 와인의 달콤함을 살려주었고 와인이 머금은 말린 무화과, 설탕에 절인 오렌지, 꿀, 건포도 그리고 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허브 종류인 머틀의 맛과 향 하나하나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 알베르토 쿠짓(Alberto Cuzzit, 콘래드 서울 아트리오 총주방장)

봄나물과 새싹을 넣어 만든 비빔밥에 향긋한 와인 한 잔 곁들이는 것은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는 나만의 비법이다. 나물의 향긋함과 쌉싸래한 맛, 새싹의 아삭함이 고추장의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과 어우러진 비빔밥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프랑스 알자스의 레옹 베예 리슬링(Leon Beyer, Riesling). 리슬링의 풋풋하고 달콤한 향,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향긋함과 산미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가니에르서울에서도 올해의 봄 메뉴로 크림과 섞은 냉이 요리를 선보인다. 얼마 전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냉이를 생소해하는 프랑스인 고객에게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크리미하면서도 과일 향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미국산 화이트 와인 포그도그(Fogdog) 샤르도네를 추천해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었다.
– 이용문(롯데 호텔 서울 피에르가니에르서울 소믈리에)

얼마 전 2013년 뵈브 클리코 글로벌 VIP 투어의 총괄 셰프로 프랑스에 다녀온 후 영감을 얻어 다양한 음식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인 브뤼셀 스프라웃과 흑임자 스펀지케이크, 산딸기 스펀지케이크를 곁들여낸 쇠고기 필레 미뇽. 여기에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레드 와인 클로 푸르테(Clos Fourtet) 2009년산을 페어링할 것을 권한다. 클로 푸르테는 잘 익은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의 아로마가 풍부하고 타닌의 꽉 찬 구조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참숯 향이 은은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린다.
– 조너선 조(Jonathan Jo, W 서울 워커힐 키친 수 셰프)

이탈리아에서 음식 문화로 가장 유명한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을 여행할 때였다. 볼로네제 소스의 본고장이니 볼로네제 파스타를 주문하기로 하고 소믈리에에게 가격 상관없이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한 잔을 갖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그가 가져온 것은 진보라색의 레드 와인. 알고 보니 놀랍게도 스파클링 레드 와인이었다. 처음의 의구심은 파스타와 와인을 함께 맛본 순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강한 과일 향이 토마토와 고기 맛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풍미를 더해줬고, 와인의 기포가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 와인은 에밀리아로마냐의 대표적 와인 람브루스코(Lambrusco)다. 와인 페어링의 기본은 음식과 같은 지역의 와인을 매치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 천승범(레페리레 대표이사)

몰리두커, 카니발 오브 와인 Csr와인
아래 테일러 플라드게이트 빈티지 포트 신동와인

색다른 와인 상식
와인을 즐길 때 기억하면 좋은 매너는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은 없다. 와인을 더 맛있고 유쾌하게 즐기기 위한 색다른, 의외의 팁을 전한다.

Decanting 보통 레드 와인을 디캔팅하는 이유는 올드 와인의 침전물을 제거하거나 어린 와인의 향을 빨리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 누아 품종 와인의 경우 디캔팅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피노 누아 특유의 섬세함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어떤 피노 누아는 디캔팅을 통해 향이 더욱 살아나기도 한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 중 마지막 병입 전 정제나 필터링을 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좀 더 거칠고 타닌이 풍부하며 묵직한 보디감을 띤다. 이런 와인은 디캔팅으로 침전물을 제거해 향과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좋다.
– 이용문(롯데 호텔 서울 피에르가니에르서울 소믈리에)

Wine Glass 와인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잔의 종류도 달라진다. 최적의 향과 맛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지만 여기에 ‘반드시’란 철칙은 없다. 예를 들면 샴페인 중 매우 풍부하고 깊은 보디감이 느껴지는 볼랭제 RD는 샴페인 잔보다 화이트 와인글라스에 마실 때 그 향과 맛이 최고로 느껴진다. 포트와인이나 그라파를 마실 때 주로 이용하는 작은 잔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숙성시킨 테일러 빈티지 포트나 고급 그라파의 창시자 노니노의 르 샤르도네 같은 그라파는 작은 전용 잔보다 화이트 와인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그 맛과 향을 느끼기에 좋다.
– 문진선(신동와인 PR 매니저)

Better Ways1 실온에 두었더니 어느새 미지근해진 와인. 얼음이나 아이스버킷에 오랜 시간 넣어 식히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다. 키친타월로 와인병을 감싼 후 냉동실에 두면 와인이 10~15분 안에 차갑게 변한다. 2 다양한 치즈에 어울리는 와인은 사실 레드보단 화이트 와인이다. 크림치즈, 브리, 카망베르뿐 아니라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노란색 슬라이스 치즈도 타닌이 없고 상쾌한 화이트 와인에 잘 어울린다. 특히 브리 치즈와 샴페인의 궁합은 아주 좋은 편! 레드 와인에는 그라나파다노 같은 딱딱한 치즈를 매치하는 게 좋다.
– 엄경은(나라셀라 기획홍보본부 홍보팀 과장)

Champagne 샴페인 플루트는 좁고 기다란 잔을 따라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또 공기와 닿는 면적이 적어 오랜 시간 두어도 기포가 날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약점은 아무리 흔들어도 와인 향이 피어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향이 좋은 샴페인을 마실 때는 차라리 그랑 크뤼 보르도 글라스에 마시는 것이 좋다. 다음에 레스토랑에서 향기로운 샴페인을 주문할 때면 “글라스는 커다란 보르도 글라스로 주세요”라고 청해보자. 물론 파티 자리에서라면 보기 좋고 들고 다니기도 편한 샴페인 플루트가 좋겠지만.
– 천승범(레페리레 대표이사)

Sweet Wine 스위트 와인은 디저트 와인이다? 맞는 얘기다. 그럼 꼭 디저트로만 마셔야 할까? 필자는 바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밤에 차갑게 칠링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넘기는데, 특별한 안주도 필요 없고 달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아 좋다. 또 와인의 단맛은 의외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데, 특히 짠맛과 매치가 잘된다. 올리브나 파르메산 치즈 등에 곁들여도 좋고, 쌉싸래한 맛과 조화를 이루어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가 들어간 타르트나 파이를 같이 먹어도 맛있다. 강한 풍미의 블루치즈도 잘 어울린다. 약간 스파이시한 풍미를 내는 스페인 초리소 소시지나 고소한 풍미의 훈제 살라미와 파르메산 햄, 프로슈토 등도 궁합이 잘 맞는다.
– 이인순(WSApdp 와인 아카데미 원장)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상징적인 와인, 로마네 콩티

Indulge in Pinot Noir
보르도 와인을 대변하는 레드 와인의 왕,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면 이미 즐길 대로 즐긴 당신. 이제 섬세하고 까다로운 여왕을 정복할 차례다. 피노 누아라 부르는 이 품종은 고향인 부르고뉴를 넘어 신대륙 곳곳에 스며들었고, 특유의 우아한 손짓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가 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 레드 와인은 무조건 보르도산이었다. 와인은 보르도산과 아닌 것으로 나뉠 정도였다. 진한 보랏빛에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검붉은 과일 향과 혀를 눌러주는 단단한 무게감, 진한 타닌의 여운이 와인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부르고뉴 와인도 마시고 캘리포니아산도 마신다. 그리고 전문가처럼 이렇게 말한다. “부르고뉴산은 피노 누아 고유의 섬세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와인이라지? 캘리포니아는 더운 지역이라 과일 향이 더욱 진하고 풍부해”라고.
사실 와인 초심자가 보르도 와인부터 시작하는 건 맞다. <신의 물방울>의 저자 아기 다다시는 <와인의 기쁨>에서 이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보르도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 품종이 가장 대중적이면서 특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 뼈대를 만들어주는 강건한 포도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살이 되는 메를로(그래서 육감적인 맛이 난다)를 블렌딩해 하나의 몸체를 완성한 것이 보르도 와인이다. 사실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며 보통 2가지 이상을 섞어야 더 좋은 맛이 난다. 하지만 부르고뉴에서는 이런 상식이 깨지고 만다. 부르고뉴의 서늘한 대지에서 자란 피노 누아는 홀로 고매한 빛을 발하는 품종이다. 결코 다른 포도와 섞이는 법이 없다. 아기 다다시는 굉장히 섬세한 포도이기 때문에 토양이나 미세한 기후변화, 생산자가 어떻게 키웠느냐에 따라 개성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 맛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몇 병, 아니 수십, 수백 병을 마셔봐야 한다며 한마디로 ‘어렵다’고 정의 내렸다. 하지만 피노 누아의 이런 불명확성이 열정적인 와인 애호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다. 와인 서적의 레드 와인 품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펼쳐보라. 항상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고, 그다음 차례가 피노 누아다.
그렇다면 피노 누아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 <사이드웨이>의 주인공은 “피노는 충분히 시간을 들여 자신을 믿고 보살펴준 사람에게만 자신을 내어 보여주는데 그건 지구상에서 가장 눈부시고, 미묘하며, 태곳적의 그 무언가 같은 맛과 향”이라고 표현했다. 셰프 박찬일이 <보통 날의 와인>에서 기술한 피노 누아의 풍미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어릴 때는 약간 달콤하면서 새콤한 과일 향이 나는 게 새침한 소녀 같지만 숙성되면 원숙한 여인의 체취 같은 은은한 꽃향기와 향수 냄새 같은 매혹적인 향을 낸다.”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여성성을 극대화해 뿜어내는 피노 누아에 ‘와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닌 듯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피노 누아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부르고뉴산을 택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와인 교육자이자 저술가인 케빈 즈랠리가 지구상 어디에서도 원산지인 부르고뉴보다 품질이 좋은 피노 누아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유통량이 한정되고 값이 비싸므로 우리는 차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가 추천하는 차점자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주인데, 과일의 원숙미는 오히려 원조인 부르고뉴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나파밸리가 보르도와 같은 위도에 위치해 신대륙 최상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하는 것처럼 오리건은 부르고뉴와 완벽히 대응된다.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은 오리건 와인 선구자로 일명 ‘파파 피노’라 불리는 데이비드 레트의 아이리 빈야드(Eyrie Vineyards)다. 도멘 서린(Domaine Serene)의 이븐스태드 리저브 피노 누아 2000년산은 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로마네 콩티를 꺾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비교적 서늘한 소노마밸리를 중심으로 양질의 피노 누아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윌리엄스 셀럼(Williams Selyem)과 키슬러(Kistler)의 피노 누아는 ‘컬트 피노’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 특히 윌리엄스 셀럼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 2007년산은 <Wine Enthusiant> 잡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피노 누아로 만점을 받은 최초의 와인이다. 와인 칼럼니스트 맷 크레이머가 “이보다 심오한 피노 누아가 세상에 있다면 내가 아직 맛보지 않은 것이다”라고 극찬한 플라워스 피노 누아가 태어난 땅도 소노마 해안가임을 기억해야겠다. 더불어 이젠 칠레, 뉴질랜드산 피노 누아도 만나볼 수 있다.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가 선보인 마르케스 데 카사 콘차 피노 누아는 2010년 칠레 건국 200주년 기념 건배주로 선정될 정도로 칠레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클라우디베이 피노 누아는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비꽃과 백리향, 야생 딸기의 아로마가 기분 좋게 코끝을 자극하고 입안에서는 숲의 토양 같은 포근한 타닌이 감싼다. 여느 피노 누아처럼 야생 고기, 버섯, 파스타, 생선과 해물 요리에 다 잘 어울리니 반주로도 합격이다.

1 전통 부르고뉴 스타일로 양조한 소노마밸리 피노 누아. 윌리엄스 셀럼, 웨스트사이드 로드 네이버 피노 누아. CSR와인 2 뉴질랜b드 피노 누아의 또다른 강자 도그 포인트(Dog Point). 빈티지코리아 3 전형적인 말버러 피노 누아의 풍미를 담은 클라우디베이 피노 누아. MH Champagnes & Wines Korea 4 신세계 피노 누아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평을 듣는 와인. 칠레에서 건너온 마르케스 데 카사 콘차 피노 누아. 금양인터내셔날 5 오리건 와인 양조의 선구자 데이비드 레트의 아이리 빈야드에서 난 리저브 피노 누아. 비티스 6 오리건 피노 누아의 자존심, 도멘 서린의 대표작 이븐스태드 리저브 피노 누아. 비티스 7 키슬러, 피노 누아 러시안 리버. 소노마 해안가에서 난 피노 누아보다 더 육감적인 풍미를 지닌다. CSR와인 8 과일 향과 미네랄 풍미, 생상한 산도가 인상적인 플라워스 피노 누아. 나라셀라

1 메종드라카테고리 2,3 앙드뜨와 4 세컨드키친

레스토랑에서 와인 즐기기
아는 만큼 맛있다. 요리는 물론 와인 리스트도 훌륭한 레스토랑을 선별했고, 알아두면 유용한 그곳의 와인 팁을 찾아냈다.

와인 코르키지 차지가 무료인 곳은? 와인 바 까사델비노. 단, 밤 9시까지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중식당 JS가든과 한우 전문점 투뿔등심도 와인 코르키지 차지가 무료다. 중식에는 고량주, 고기구이에는 소주라는 뻔한 공식 대신 와인을 직접 가져가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 만찬을 즐겨볼 것!
50가지 와인을 5만5000원에 즐길 수 있는 곳은?세컨드키친에서는 50가지 밸류 와인을 5만5000원에 판매한다. 최근 와인 리스트를 새롭게 정비해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을 추가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유명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스가 호평한 스페인산 와인 세븐 푸엔테스(7 Fuentes) 2012를 추천한다.
요리와 와인의 예상치 못한 색다른 조합을 기대한다면? 한식당 오늘에서 한식과 샴페인의 완벽한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늘에서 독점 수입하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주베 이 캄프, 카바(Juvey Camps, Cava)는 한식 전통 장의 강한 맛과 향을 개운하게 잡아준다. 이탤리언 레스토랑 뚜또베네에서는 국내산 오미자로 만든 2008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선보이는데 섬세한 버블과 새콤달콤함, 향긋한 향이 매혹적이다. 물론 이탤리언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흔치 않은 이탈리아 토착 품종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이탤리언 레스토랑 파올라데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13개 지역에서 나는 250여 개 와인을 구비했다. 그중 스포르차토 디 발텔리나 론코 델 피치오(Sforzato di Valtellina Ronco del Picchio)는 아마로네 와인처럼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네비올로를 말려 만든 점이 독특하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귀하디귀한 와인이다.
와인 한 잔은 부족하고 한 병은 부담스럽다면? 이탈리아의 선술집을 뜻하는 캐주얼 카페 라타베르나에서는 피자나 파니니와 잘 어울릴 만한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각각 1종을 250ml, 500ml 병에 담아 판매한다. 와인은 그때그때 바뀐다. 꼭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세련된 공간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메종드라카테고리에서도 300ml, 500ml 용량의 와인 8종을 선보인다.
특별한 와인 만찬을 원한다면? 이탈리아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사포센투의 오너 셰프 로베르토 페차와 이태원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까사 안토니오가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아르모니움에서는 고객이 요청하면 원하는 요리와 취향, 가격대에 맞춰 와인 페어링을 준비해준다. 프렌치 레스토랑 라싸브어에서는 이달의 코스 요리를 마련, 매달 새로운 와인을 선별해 매치한다. 특히 이달의 와인은 글라스, 하프 보틀(375ml)로도 판매해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주기적으로 하우스 와인이 바뀌는 레스토랑은? 더그린테이블에서는 매달 새로운 하우스 와인을 선보인다. 와인 바 와인앤다인에서는 따로 하우스 와인을 구비하지 않고 매주 새로운 글라스 와인을 제공한다.
요리마다 각기 다른 하우스 와인을 매치해 즐기고 싶다면?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 앙드뜨와는 스파클링 와인 2종, 화이트 와인 2종, 레드 와인 4종, 디저트 와인 2종까지 총 10종의 하우스 와인 리스트를 갖춰 요리와 와인의 다양한 마리아주가 가능하다. 그중 디저트 와인인 샤토 오 베르제롱 그라브(Chateau Haut Bergeron Graves)는 페이스트리 위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달콤한 디저트 프로피테롤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스페인 레스토랑 미까사는 와인을 잔 단위로 즐길 수 있는 40여 종의 와인 디스펜서를 구비했다. 와인잔에 3단계로 와인 양을 조절해 담을 수 있어 조금씩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단, 셀프 서비스라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인정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레스토랑은? 뱅가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의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베스트 오브 어워드 오브 엑셀런스를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르투갈, 헝가리 와인 등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국가의 와인을 포함해 총 800여 종의 방대한 와인 리스트를 갖췄다.
특정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이 있다면? 스페인 레스토랑 알카자데서울이 보유한 베가 시칠리아 우니코(Vega Sicilia U´nico)와 발부에나 No.5(Valbuena No.5)는 10년간 숙성시킨 와인으로 돈이 아닌 우정으로 살 수 있는 와인이라 할 정도로 구하기 쉽지 않다. 아르모니움에는 1500년대에 심은 나무에서 수확한 네그로아마로 품종으로 만든 밀레 우나 카피톨로 라우레토(Mille Una Capitolo Laureto Negroamaro del Salento) 2008을 만날 수 있다. 500년 묵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과실의 농축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주문할 것.
올드 빈티지 와인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와인 숍과 와인 바를 함께 운영하는 더젤의 와인셀러에는 10년 이상 숙성된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 와인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중 부르고뉴 최고 와인인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 1970도 만날 수 있다.
샴페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탤리언 레스토랑 리스토란테에오에 들렀다면 샴페인과 요리의 마리아주를 시도해볼 것. 이곳에는 샴페인만 무려 60여 종이 있다. 각기 다른 샴페인의 매력은 화이트나 레드 와인 못지않게 다채롭다.

기내에서는 어떤 와인을 사용할까?
대한항공 작년 12월부터 페리에 주에 샴페인을 국제선 일등석, 프레스티지석 승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페리에 주에 샴페인은 1861년 영국 왕실에서 로열 워런트를 받았고, 나폴레옹 3세와 레오폴트 1세 등 유럽 왕족이 선호한 격조 높은 샴페인이다. 벨에포크, 벨에포크 블랑 드 블랑, 블라종 로제, 그랑 브뤼 총 4종을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 항공 홍콩의 지니 조 리, 호주의 마이클 힐 스미스, 영국의 스티븐 스퍼리어 등 세계적 와인 컨설턴트가 엄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와인 리스트는 2~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한다.
에미레이트 항공 세계적 명성의 영국 길드 오브 마스터스 오브 와인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매년 와인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빙하는 와인 중에선 여러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뉴질랜드 대표 와인 생클레어 소비뇽 블랑 말버러 2010을 꼭 한번 맛보길. 시트러스 계열의 구스베리, 패션프루트, 자몽의 풍미가 매혹적이다.

국내 특급 호텔에는 어떤 와인이 있을까?
남다른 하우스 와인 트라피체 핀카스(Trapiche Fincas)는 전 세계에서 오로지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만 판매하는 유일무이한 하우스 와인으로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보급 와이너리 트라피체와 조선 호텔의 프로젝트로 만든 와인으로 말베크와 샤르도네 2가지가 있다. 서울 신라 호텔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이용해 만든 비뇨 슈브로, 부브레 클로 드 루주몽(Vigneau Chevreau, Vouvray Clos de Rougemont) 2012를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높은 산도와 잔잔한 꽃향기가 봄을 닮았다.
호텔 레스토랑의 최고가 와인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프렌치 레스토랑 테이블34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1등급 와인 샤토 라투르 1982(1161만6000원)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의 나인스 게이트 그릴에서는 샤토 페트뤼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빈티지로 꼽히는 2000년 빈티지(1900만 원)를, 롯데 호텔 서울의 피에르가니에르서울에서는 전 세계 희귀 와인으로 손꼽히는 1945년 샤토 무통 로트칠드(7260만 원)를 판매한다.
다양한 글라스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레스토랑은 그 어떤 호텔 레스토랑보다 글라스 와인 리스트를 다양하게 갖췄다. 단 한 잔의 와인을 마시더라도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어 좋다. 올 다이닝 레스토랑 타볼로24는 10종, BLT스테이크는 20종, 더그리핀바는 19종, 더라운지는 14종이 있다.

Chile’s Premium Icon
어찌 더 이상 칠레 와인을 저렴하다고만 말할 수 있으랴. 신대륙의 도전정신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칠레의 뉴 아이콘 와인은 가격을 높인 만큼 품질도 한층 끌어올려 고급 와인 대열에 합류했다. 당당히 그리고 확실하게.

1 Montes, Folly 몬테스, 폴리
폴리는 어리석다는 뜻으로 몬테스가 칠레에서 최초로 경사 45도의 산중턱을 깎아 시라를 심었을 때 사람들이 농조로 던진 말이지만 멋지게 성공한 이후 이름으로 삼았다. 진한 루비빛 레드 컬러, 완숙한 검은 과일과 훌륭한 시라 와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향신료의 향이 겹겹이 펼쳐진다. 20년 이상 숙성 가능한 와인으로 칠레의 컬트 시라를 넘어 세계적 시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라셀라

2 Oveja Negra, Lost Barrel 오베하 네그라, 로스트 배럴
오베하 네그라 와이너리가 위치한 마울레 밸리는 안데스 산맥에 의한 지중해성 기후를 입은 최적의 와인 산지다. 와인의 모든 제조 과정에서 유기농 &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해 자연이 선사한 맛을 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로스트 배럴의 경우 그해에 수확한 최고의 4가지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다. 신선한 베리, 장미꽃 향기의 우아함과 삼나무, 커피의 스모키한 매력을 겸비한 이 와인을 일컬어 많은 이들이 ‘칠레의 샤토 무통 로트칠드’라 부른다. CSR와인

3 Grandes Vinos de San Pedro, Altair 그란데스 비노스 데 산페드로, 알타이르
보르도 스타일 블렌딩은 물론 손 수확, 중력을 이용한 탱크 압착, 프렌치 오크통 발효와 숙성 등 고급 와인 지표를 그대로 따른다. 검붉은 과일류, 탄 소나무 껍질, 시가 등의 다채롭고 섬세한 향기와 농밀한 타닌이 인상 깊다. 칠레 최대 규모의 와인 기업 산페드로는 ‘그란데스 비노스 데 산페드로’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 알타이르를 비롯한 자사의 최상급 레드 와인 5종만 모아 선보이며 프리미엄 와인 브랜딩을 시작했다. 금양인터내셔날

4 Vina Errazuriz, Don Maximiano 비냐 에라수리스, 돈 막시미아노
에라수리스 가문은 칠레 역사상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가로 와인 분야에서도 140여 년간 최고의 명성을 쌓아왔다.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에서는 에라수리스의 비네도 차뒤크와 세냐가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티냐넬로 등을 누르고 1·2위를 차지, 칠레 와인의 자존심을 세웠다. 2013년 이를 재현한 서울 테이스팅에서는 돈 막시미아노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복잡하고 미묘한 풍미와 단단하면서 섬세한 타닌, 산도가 높아 생생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와인. 아영FBC

5 Concha y Toro, Almaviva 콘차 이 토로, 알마비바
서울 신라 호텔 콘티넨탈 레스토랑의 함규연 소믈리에는 알마비바에 대해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선봉장’이라고 말했다. 2000년 칠레의 전통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와 프랑스의 바롱 필리프 드 로트칠드사의 협업으로 탄생한 하나의 걸작품. 묵직하고 끈적한 질감, 벨벳 같은 타닌, 혀에 살짝 맴도는 스파이시한 허브 향이 한번 맛보면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와인이다.

6 Montes, Taita 몬테스, 타이타
몬테스 와이너리가 지난해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야심차게 선보인 와인이다. 절정으로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수확해 오크통에서 24개월, 병 안에서 4년, 총 6년의 숙성 기간을 걸쳐 출시하는데 그 오랜 기다림을 최상의 품질로 보답한다. 레드 와인이 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향을 갖춰 진정한 복합미를 보여주며, 알코올과 산도, 보디감 모두 높은 편이지만 완벽한 균형을 이뤄 거슬림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1년간 3000병만 한정 생산한다. 나라셀라

7 Cousino Macul, Lota 쿠시뇨 마쿨, 로타
1856년부터 가족 경영으로 이어 내려온 칠레의 1세대 와인 명가 쿠시뇨 마쿨의 최고급 와인이다. 태생부터 국가 대표급으로, 2004년 런칭 직후 칠레 APEC 정상회담에서 각국의 귀빈에게 선물로 증정한 이력을 자랑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85%, 메를로 15% 블렌딩으로 80년 이상 수령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풍미가 깊고 진하다. 풀보디 와인이지만 과도하게 묵직하지 않고 생기가 넘치며 음식과의 매치도 편하다. 길진인터내셔날

갖고 싶은 와인 아이템
오직 와인만을 위해 탄생한 유니크한 디자인의 와인 액세서리 9.

1 2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노만 코펜하겐의 코르크 마개. 평소에는 와인 마개로 사용하다가 와인을 마실 때 위 뚜껑을 열면 푸어러(Pourer)로 변신, 와인을 깔끔하게 따라 마실 수 있다. Innometsa by Nordic Design 2 스텔톤(Stelton)의 코르크 스크루. 1974년에 디자인한 것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간결한 멋을 자랑한다. Innometsa by Nordic Design 3 디지털 와인 온도계. 5~30℃까지 온도 측정이 가능해 와인이 제일 맛있는 적정 온도를 알려준다. Menu 4 리델의 컬리핑크 디캔터. 리본을 감아놓은 듯한 유선형의 화려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며 하나의 오브제로도 손색없다. Daeyoo Life 5 나무 기둥으로 포인트를 준 와인잔 걸이. Legnoart 6 와인의 향을 끌어올리는 와인 브리더. 와인병 입구와 와인 브리더의 주입구를 연결해 와인을 옮기는 과정을 3~4회 반복하면 와인의 맛과 향이 극대화된다. Menu 7 알레시의 베스트 상품인 알레산드로엠 코르크 스크루의 2013년 리미티드 에디션 피노키오. Alessi by The Place 8 덴마크 브랜드 헤이에서 새롭게 선보인 핑크 컬러 포인트의 심플한 와인잔. Innometsa by Nordic Design 9 망치로 두드려 만든 울퉁불퉁한 표면이 인상적인 구리 소재의 샴페인 버킷. Tom Dixon

에디터 | 이정주(프리랜서) 이재연 (jyeon@noblesse.com) 윤재웅
디자인 | 이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