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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Matters

BEAUTY

핑크 리본의 메시지가 곳곳에 보이는 10월이다. 지나가는 연례행사로 여기기보다는 한 번쯤 여성인 내 몸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나의 문제가 되기 전에는 관심을 갖기 어려운 대표적 여성 질환을 살펴본다.

건강한 자궁
몇 달 전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다. 온갖 핑계를 대며 늦추다 근 2년 만에 받은 검진이었다. 생리통이 평생 없었는데 작년 언젠가부터 생리 기간에 배에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라 별걱정없이 정기 검진을 받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길이었다. “자궁내막이 좀 두껍네요.” 스트레스가 많은 30대 직장 여성으로서 솔직히 그동안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때마다 한 번에 무사 통과한 적은 없다. 낭포가 보이는데 다음 달 결과를 한 번 더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으며, 한 달 후 결과는 ‘이상 없음’인 경우가 흔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진 않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진단에 불쑥 꺼낸 말이 “그것도 문제가 되나요?”였다. 지나고 보니 정말 무지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호산여성병원을 찾았다. 늘 그랬듯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검진센터의 진단서를 확인한 이채민 원장은 내 몸을 살펴본 후 “아직도 두껍네요”라는 짧은 한마디를 건넸다. 자궁에서 근종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히 들었어도 자궁내막이 두껍다는 진단을 받으니 마치 허벅지가 두껍다는 것만큼이나 그게 왜 건강상 문제가 되는지 의아했다. “자궁내막은 자궁을 피부처럼 덮고 있는 세포예요. 월경 직후 그 두께가 5mm 미만으로 얇아지고, 배란 시기로 갈수록 두꺼워져 월경 직전 가장 두꺼운 상태가 됩니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12mm 이상인 경우 이상 소견으로 간주하죠.” 이상 소견 범위에 든 내 자궁내막은 크게 3가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자궁내막용종과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자궁내막증식증, 심각할 경우 자궁내막암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 후 수술대에 올랐다. 옆방에서는 산모들이 가족의 축복을 받고 있는데, 미혼인 에디터는 집에 말도 못한 채 연차를 내고 수술실에 누워 있으려니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다. 수면마취를 하고 자궁내막을 긁어내는 소파술이 진행되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회복실로 이동했다. 밑이 빠질 것처럼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회복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누워 한 생각은 내 문제가 되기 전에는 여자인 나도 여자인 내 몸에 생길 수 있는 증상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것. 며칠 후 들은 조직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용종이었다. 용종을 제거한 내 자궁은 내막에 특이 소견이 없는 깨끗한 자궁으로 다시 회복되었다. 이채민 원장은 자궁내막과 관련한 몇 가지 증상을 부가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자궁내막용종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월경과다, 월경불순, 성관계 후 출혈, 부정 출혈 등이 있으며 이번처럼 정기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법으로는 자궁경을 이용한 수술적 제거를 추천하죠. 자궁내막증식증은 월경불순이 있는 여성에게 잘 생기는 질환이에요. 월경을 하지 않아 자궁내막이 떨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 난포 호르몬만 작용하면 발병하기 쉽죠. 자궁내막증식증은 일단 진단을 받으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란 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임신을 원하면 배란을 촉진하는 것이 곧 치료법이 됩니다. 임신을 원하지 않을 경우 몇 개월간 복합 피임약을 씁니다. 증상에 따라 3~6개월마다 추적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해야 하죠. 반면, 악성 세포 변화를 보이는 이형증식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나이가 많고,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자궁 적출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궁에 발생할 수 있는 무수한 질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라헬여성의원 노은비 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장 흔히 알려진 자궁 질환은 자궁근종이죠. 자궁의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 종양입니다. 자궁 내 발생 위치에 따라 장막하, 점막하, 근층내 근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게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니 월경 과다, 월경통, 복부 팽만 등의 증세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보세요.” 더불어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부에 존재하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부위에 존재하는 질환이라고. 골반복막, 난소, 나팔관, 자궁외벽 등에 존재해 조직 내에 침투하면서 출혈과 염증, 유착을 유발하고 배란에도 장애를 일으켜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벽 안으로 파고들어 자라는 자궁선근증에 대해서도 알아두자. 이 같은 증세가 발생하면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결국 자궁 몸체 자체가 커지기도 한다. 종괴를 형성한 경우 자궁선근종이라고 한다. 자궁내막증과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크기나 증상에 따라 경과를 관찰하며 치료법을 달리한다. 골반염은 골반 내에 있는 장기, 즉 자궁과 나팔관, 난소, 장, 복막의 염증을 말한다. 성관계로 인한 세균 감염이 원인일 수 있고, 루프 등 자궁 내 이물질, 출산이나 유산 후 태반 잔류 등으로 인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인구 3억의 미국에서는 해마다 130만 명의 여성이 진단받는 질환이라는 것이 노은비 원장의 설명이다.

편안한 갑상선
늘 맛집 서치에 열성적이고 활기 넘치던 한 뷰티 브랜드 홍보 담당자가 언젠가부터 부쩍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시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탓이려니 했지만 상황이 나아진 듯한 몇 달 후에도 그녀의 컨디션은 땅으로 꺼질 듯 보였다. “최근 갑상선 재검을 받았어요.” 안쓰럽게 물은 안부에 그녀가 전한 말이다. “원래 자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거든요. 여느 때처럼 피검사를 했는데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저하증 정도는 아니라 1년 후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어요.” 그제야 최근 몇 달간의 자신을 돌아보니 체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것만 몇 번, 몸이 피곤하니 정신적으로도 짜증과 우울, 무기력감이 밀려온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 여성이 그렇듯 바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 증상’ 혹은 그저 나이 탓이라 여겼다고. 그녀처럼 호르몬 문제로 인한 증상은 그저 만성피로로 무심히 넘기기 쉽다. “갑상선 뿐 아니라 난소, 뇌하수체, 췌장 등 호르몬 분비 기관은 만져지는 부위도 아니고, 몸의 곳곳에 호르몬을 내보내기 때문에 특정 질환으로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설명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만으로 갑상선 문제를 점검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는 말은 감정기복이 심한 몇몇 여성의 성격 문제만은 아니다. 실제로 호르몬을 관할하는 갑상선 질환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최대 8배까지 많이 나타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갑상선은 목 앞 후두 바로 아래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신체기관이다. 우리 몸의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곳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 중 가장 크며 전신 대사에 관여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갑상선에 혹이 생기는 결절과 암 외에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저하증도 평소 알아두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호르몬 과다 분비가 원인이다. 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많이 먹어도 체중이 줄고, 더위를 타며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주요 증상.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기도 하며, 초조하고 불안한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이름 그대로 호르몬 분비 저하로 나타난다. 증상도 항진증의 정반대로,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퉁퉁 붓거나 식욕이 없음에도 체중이 급격히 늘고 만성피로가 생긴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추위를 많이 타며 피부가 건조하고, 생리 주기가 변하기도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으로 진단받으면 항갑상선제나 부족한 호르몬을 복용하는 등의 치료를 병행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호르몬이 과다하거나 부족한 원인은 안타깝게도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호르몬 이상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위의 사례처럼 당장 치료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라 해도 컨디션을 떨어뜨려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호르몬 문제는 그냥 넘기기엔 찜찜함이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호르몬 불균형은 특히 여성의 몸과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애경 원장은 여성의 호르몬은 여성이 모체로서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며, 여성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또 나이 탓을 하는 것도 아주 틀린 진단은아니라고. “호르몬 불균형상태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소현상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호르몬을 포함한 신체 기능의 저하가 일어나지만 그 정도의 차이는 개인마다 다르죠. 호르몬 저하가 남들보다 급속하게 일어나는 경우,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노화를 늦추는 이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나칠 정도의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갑상선 등의 기관에서 비롯한 호르몬 문제를 한 번쯤 의심해보기 바란다. 호르몬이 편안해야 여성의 일상도 편안해진다.

행복한 가슴
물방울 보형물을 사용한 최신 가슴 수술에는 관심을 가져도 평소 가슴 건강에 신경 쓰는 여성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유방 관련 질환에서 정기 검진만큼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 방법은 유방 촬영술이다. 기계로 유방을 압착하듯 누르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치과 진료만큼 꺼리지만 이를 통해 유방의 석회화나 결절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단, 만 30세 이하는 유방암 고발생 집단에 포함되지 않아 이 방법을 권유하지 않으며, 이 나이대의 여성이 검사를 받고 싶은 경우에는 유방이 치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방 초음파검사를 택하는 것이 방법이다. 눈물이 찔끔 나는 유방 촬영을 겨우 마쳤으나 치밀 유방이니 다음에는 초음파검사를 하라는 허무한 결과를 들은 여성도 꽤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은 유선 조직과 결합 조직이 많아 유방 촬영시 유방 안에 혹이 있어도 주위 정상 조직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밀 유방이라고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단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권하는 것이니 참고하도록.
유방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은 멍울이다. 멍울은 악성 종양일 수도 있지만 유두종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유두종은 생각보다 흔히 발견되는 혹으로, 유두와 유륜 아래 자리한 유관에서 발생한다. 이 유두종에서 약간 붉거나 미색의 분비물이 유두를 통해 흘러나올 경우 진단을 통해 발견하는 일이 많다. 대부분 크기가 작아 잘 만져지지는 않는다. 이보다 흔한 혹은 낭종이다.
평균 35세가 되면 여성 유방의 유선 조직은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섬유조직 사이의 낭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생긴 유방 내 낭종은 크기가 다양하며, 약 50%는 다발성으로 존재한다. 단순 낭종은 유방암으로 발전하진 않지만, 조직 검사를 통해 악성으로 변하는 위험 병변을 동반한 경우 떼어낼 것을 권한다. 가슴에 구슬처럼 움직이는 멍울이 만져져 놀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유방 종양 중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인 섬유선종일 가능성도 있으니. 섬유선종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나타난다는 보고 외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종양의 모양에 따라 처치법을 결정하는데, 요즘 자주 들어볼 수 있는 맘모톰 수술은 섬유선종 제거에 사용하는 처치법 중 하나다. 유방 질환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 유방암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저출산과 고령 출산의 증가로 에스트로겐에 예전보다 오래 노출되면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이 습관을 원인으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서구에 비해 콩을 많이 섭취하는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보고 콩이 유방암 발병률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고.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초기 단계에는 병을 발견하기 어렵다. 멍울이 만져질 정도라면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 정기 검진이 가장 중요하지만, 평소 샤워를 하고 보디 크림을 바르는 시간에 가슴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을 길렀으면 한다. 거울 앞에 서서 상체를 좌우로 돌려가며 양쪽 유방의 크기나 색, 함몰 정도를 관찰하는 것이 방법. 한쪽 어깨에 수건을 대고 누워 수건을 댄 쪽 손등을 이마에 얹고, 반대편 손으로 그 부분의 겨드랑이와 가슴을 만져보는 습관도 귀찮아하지 말고 실천하기를. 전문의가 아닌 이상, 또 내 문제가 되기 전에는 이 모든 질환에 대해 세세하게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결론은 정기 검진만이 여성 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는 것.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핑크색 리본이 유난히 눈에 띄는 10월이다. 핑크 리본에 담긴 가슴 건강에 대한 메시지뿐 아니라 내 몸 전반을 한번 세심히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여성의 몸에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질환만이라도 미리 알아둔다면 몸 어딘가에서 아픔을 호소하는 여린 목소리를 조금 더 잘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류형원  모델 다리아(Daria)  헤어 조영재  메이크업 이자원  어시스턴트 박예슬  도움말 이채민(호산여성병원 원장), 노은비(서울 라헬 여성의원 원장), 조애경(We클리닉 원장), 한국유방암학회  참고 서적 <여성의 건강>(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지음, 삼성출판사 펴냄), <자궁근종 바로 알기>(박성우·박웅 지음, 책나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