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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to Men

FASHION

여성복 브랜드의 외도 아닌 외도 덕분에 남자의 옷장이 어느 때보다 화려해졌다.

루이 비통 맨즈 유니버스

발렌시아가 최초의 남성 컬렉션 런웨이 쇼

프라다

펜디 맨 컬렉션

요지 야마모토

지난 7월, 발렌시아가가 남성복 패션 위크 기간 99년 만에 처음으로 런웨이 쇼를 진행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거대 패션 하우스에서 쇼의 운용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실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뎀나 바잘리아라는 새 수장의 등장과 함께 큰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성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다. 더욱이 여러 패션 하우스에서 성별의 구분 없이 쇼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에 역행해 남성복 단독 런웨이 쇼를 열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꽤 놀랍고 의미심장한 일이다.
차근히 살펴보면 최근 하이엔드 패션업계 곳곳에서 남성복에 더욱 집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 예가 스텔라 매카트니. 늘 자신의 브랜드가 여성을 위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해온 그녀가 오는 11월 남성복 컬렉션을 런칭한다. 여성 컬렉션과 달리 시즌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별도의 쇼를 진행할 예정은 아니라고 밝혔는데, 유행을 따라 소비하기보다 특정 제품이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하는 남성 고객의 성향을 고려한 결정이다. 재치 넘치는 백과 슈즈로 사랑받는 안야 힌드마치는 지난 9월 런던 패션 위크를 통해 남성 컬렉션을 공식 런칭했다. 그녀는 많은 남성이 매장을 찾아와 과감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거리낌없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고 독립 라인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편 해외에서만 만날 수 있던 펜디 맨요지 야마모토 남성라인이 하반기에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는 물론 의류까지 모든 라인을 한자리에 모아둔 펜디 맨즈 부티크가 등장했으니 이제 거대한 사이즈의 피카부 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자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듯. 이들 매장이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은 올 초 리뉴얼을 마친 남성 전문관으로 각종 하이패션 브랜드의 세계 최초 단독 매장과 최대 부티크가 있는데, 이곳에 루이 비통 역시 남성을 위한 별도의 컨셉과 상품 구성이 돋보이는 ‘루이 비통 맨즈 유니버스’를 오픈했고 프라다는 국내 네 번째 남성 단독 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이처럼 여성 제품에 주력하던 브랜드가 앞다투어 남성 컬렉션을 런칭하거나 확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소 보수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던 남성들이 점차 대담하고 다각화된 취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여성의 것만큼 다채로운 브랜드와 세분화된 제품군을 찾는 이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움직임이 정체를 맞은 하이엔드 패션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패션의 영역에서 성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중립적인 디자인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남녀 컬렉션을 구분 짓는 일조차 무의미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에디터 |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