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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Sensibility

LIFESTYLE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세계를 무대로 자신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펼치고 있는 이상혁과 이기승을 만났다.

이상혁 디자이너.

대화를 건네는 디자인

이상혁(1983년~)은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가구를 디자인한다.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인간과 삶(man and living)을 전공한 그는 2012년 쾰른 국제가구박람회(IMM) D3 콘테스트 2위, 2013년 덴마크 디자인 공모전 타임 투 디자인(Time to Design) 1등을 거머쥐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대표 전시로 <인생 사용법>(2012년 서울), <노매디즘>(2013년 밀라노), <유용한 전시>(2014년 베를린), <체임버 컬렉션 2>(2015년 뉴욕) 등이 있으며, 2016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도 참여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는? 공부한 곳은 네덜란드지만 2012년 쾰른 국제가구박람회를 계기로 베를린에 온 뒤 정착했다. 베를린은 골목마다 게릴라 전시나 공연, 오픈 스튜디오를 마주칠 만큼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도시다. 창조적인 이곳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그것을 전시나 작품으로 표현한다.

대표작 ‘유용한 실업자(Useful Jobless)’는 어떻게 탄생했나? 베를린에 정착하면서 겪은 언어와 비자 문제, 그 밖에 일상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자화상이다. 프리랜스 디자이너인지라 실업자란에 표시할 수밖에 없던 당시의 상황을 주제로 작업했다. 건축에서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하는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의 일시적 삶이 내 모습과 닮았다 생각했고, 이를 모티브로 선반을 만들었다. 이후 벤치와 책상, 다이닝 테이블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 시리즈를 제작했다.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Listen to Your Hands)’ 서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 서랍이라는 일상의 사물이 사용자에게 촉각이라는 감각을 새롭게 상기시키도록 한 일종의 트릭을 내재했다. 서랍을 닫는 힘의 세기에 따라 다른 서랍이 열리게 되는 것. 서랍을 닫는 속도에 따라 손에 전달되는 공기의 압력과 책상의 반응이 달라져 마치 가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이 가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려는 의도다.

1 손의 감각에 초점을 두고 작업한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 서랍.
2 그의 작품은 시처럼 함축적이고 서정적이며 약간의 유머를 동반한다. 공간을 나누는 창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X와 Y 사이’.
3 베를린에서 정착하면서 겪은 문제를 건축 비계에 빗대어 표현한 ‘유용한 실업자’ 시리즈의 책상.

당신의 가구는 사용자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성을 띠는가? 그렇다면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구와 인간의 관계는?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많이 경험한 덕에 가구와 인간의 관계에 흥미를 느꼈다. 늘 함께하며 영감을 주고, 대화를 나누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최신작 ‘나는 당신의 거울이 될 거야(I’ll be Your Mirror)’는 매일 바라보는 거울을 의인화했다. 걷거나 서있는 듯한 거울을 마주 보면 마치 말을 건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디자인은? 사물과 인간은 물론 이들을 아우르는 공간까지, 계속해서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공간을 나누는 창문에 관한 생각을 담은 ‘X와 Y 사이(Between X and Y)’는 창틀과 유리, 거울로 공간을 새롭게 구분하는 작품으로 가구보다는 건축적 구조에 가깝다. 안팎을 구분하는 기준과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기승 디자이너.
5 벌집처럼 동일한 구조를 반복하는 하이브 조명은 특정 패턴을 활용해 10가지 다른 디자인 컬렉션으로 선보인다.

무한한 가능성의 디자인

이기승(1986년~)은 학부 시절 크리스마스 양말 모양의 헌혈용 블러드 백으로 2007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컨셉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미술학, 디자인학 석사를 마쳤다. 헬싱키에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스튜디오 인비트윈(Studio Inbetween)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서 라이프스타일 & 패션 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핀란드 헬싱키를 여행하던 중 북유럽인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과 삶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에너지가 인상 깊었고 유학을 결심했다. 유럽에서는 학업을 병행하며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크고 작은 전시나 행사를 통해 대중 앞에 나설 기회가 많았다.

헬싱키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근거지를 옮긴 이유는? 베를린은 디자이너가 많은 도시라 개인 스튜디오를 시작하기에 적격이라 생각했다. 동양인으로서 유럽 현지의 문화와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들긴 힘들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자 입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항상 새로운 시각을 유지하게 한다.

당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하이브(Hive)’ 조명은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한 장의 자작나무 합판을 벌집 같은 반복적 입체 구조로 재단한 조명이다. 모든 제작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적절한 표면 재질과 투명도, 탄성, 형태 등을 갖춘 합판을 찾기 위해 핀란드 곳곳을 돌아다녔다.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고 가변성을 띠는 가볍고 얇은 자작나무 소재를 발견하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황동판 가운데를 눌러 펼치면 캔들홀더로 변신하는 셀 황동 캔들홀더.

셀(cell) 황동 캔들홀더는 어떻게 디자인했나? 재료의 소모를 줄이고 심미적 효과와 기능을 살릴 수 있는 구조와 형태, 소재를 연구해왔다. 그 결과 특정 패턴은 수많은 형태와 구조에 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털 구조의 반복성과 무한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얇은 황동판 가운데를 눌러 펼치면 양초를 넣을 수 있는 촛대가 된다.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전체적 모양을 결정할 수 있고 조절하기도 쉽다. 하나의 구조에서 파생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조명에 이어 안경까지 디자인했는데 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은 어떻게 될까? 디자인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나를 둘러싼 사물과 환경을 통해 디자인 언어를 풀어내고자 했는데,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조명이 있었다. 조명으로 디자인을 시작했지만 베를린에 머물며 리빙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디자인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6년 독일 디자인 어워드 엑설런트 프로덕트 디자인 특별상을 수상한 안경 프레임 ‘아티피셜(Artificial)’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최신 작품은 무엇인가? ‘파고다(Pagoda)’ 베이스. 디자인할 때 사물과 환경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형태의 리듬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경험이 쌓여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데, 한국의 석탑과 한옥 등 전통 건축물에서 발견한 공통적 조형 언어를 꽃병으로 표현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현재 국내 디자인 브랜드의 컨셉 스토어 디렉팅과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다. 스토어 오픈에 맞춰 런칭할 익스클루시브 컬렉션도 준비중이다. 머지않아 스토어가 오픈하면 국내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가려 한다.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