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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패셔너블 이탈리아 답사기

LIFESTYLE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출장이 아닌 자유 여행이었지만 발길 닿는 곳곳이 일의 연장선에 있는 곳이었다. 패션 스토어에 방문한건 아니었지만, 패셔너블하게 즐겼던 여행. 이탈리아를 조금 멋지게 누릴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도시마다 강한 특색이 살아 있고 남〮북부의 차이도 심해 이탈리아 일주를 하는 동안 심심할 틈이 없었다. 서유럽 여행지 중 한국 관광객에게 프랑스, 영국만큼 인기 있는 이탈리아는 그만큼 다양한 정보로 넘쳐난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탈리아 후기’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분류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사실 여행 전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접하면 막상 도착하고 나서 감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모든 곳이 감흥 지수가 2배로 상승해 더 기억에 남는다. 도시적 매력이 넘치는 밀라노가 그랬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이지색 건물과 빨간 벽돌이 늘어선 피렌체도 모두 감동의 연속이었다. 물론 로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펜디의 고향인 로마는 내겐 콜로세움만큼 궁금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브랜드의 뿌리인 로마에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팔라초 펜디가 있기 때문. 이곳에선 펜디의 첫 번째 부티크 호텔을 만날 수 있다. 1700년대에 지은 이래 1990년까지 귀족 가문의 저택이었던 이 건물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펜디 본사로 사용해온 곳. 펜디는 이 건물을 새롭게 단장, 부티크 호텔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가 녹아든 공간으로 구성했다. 총 5개 층으로 이뤄진 팔라초 펜디에서 가장 이슈를 모은 건 펜디의 부티크 호텔이다. 7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한 이 프라이빗 스위트는 펜디의 감각적인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 이와 함께 VIP를 위한 럭셔리 아파트 팔라초 프리베도 선보여 펜디의 모든 것을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즐길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오픈한 펜디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퍼 아틀리에가 있고, 로마의 유명한 레스토랑 주마(Zuma)도 들어서 로마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언젠가 은퇴 후 ‘빵집 사장’이 되는 게 목표라 여행을 떠나면 늘 새로운 빵집을 찾아다닌다. 유럽은 베이커리와 디저트 문화가 확실히 구분돼 있어 ‘빵집’으로 총칭할 수는 없지만 여행지에서 베이커리 공간은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편. 19세기에 오픈해, 그러니까 올해로 194년 된 밀라노 정통 베이커리 파스티체리아 마르케시 1824도 이번 여행에서 버킷 리스트로 삼은 스폿 중 하나였다. 3년 전 커링 그룹이 지분 80%를 인수하며 일명 ‘프라다 베이커리’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그 때문에 밀라노의 대표 쇼핑 상권으로 꼽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 아케이드의 프라다 매장 위에 위치한다. 유럽 왕실을 연상시키는 실크 벽지와 연둣빛 벨벳 소파, 같은 톤의 대리석 테이블과 바닥까지.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케이크와 초콜릿, 각종 페이스트리는 어떤 패션 매장보다도 화려했다. 여기에 레이스 앞치마를 두르거나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서버들의 군더더기 없는 서비스가 어우러져 앉은자리에서 즐겁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19세기의 클래식한 멋과 21세기의 모던함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달콤한 디저트는 어떨까. 여행으로 누적된 피로를 한번에 풀어줄 테니.

패션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밀라노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스폿으로 ‘폰다치오네 프라다’를 꼽을 것이다. 미술, 문학, 영화, 사상 등 아티스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꾸준히 전시를 여는 프라다의 예술 재단이다. 밀라노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임에도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고 있다. 물론 이곳에 간 이유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숨결을 예술로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바 루체(Bar Luce)’ 때문.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상징인 골든 월(golden wall) 바로 앞에 위치한 바 루체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공간을 디렉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현실 버전쯤 되겠다.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러블리한 색감과 집기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커피는 물론 영화 속에 나오는 소품처럼 먹기 아까운 디저트, 간단한 식사류까지 제공해 전시 관람 전후로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실내 분위기도 좋지만 날씨가 좋다면 테라스석에 앉아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골든 월을 볼 것을 추천한다. 전시장 입구가 바로 앞에 있어 이곳을 찾는 패셔너블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 중엔 오픈 전이라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고 싶은 피렌체의 구찌 오스테리아를 추천한다. 구찌 박물관이 자리한 피렌체의 역사적 명소, 팔라초 델라 메르칸치아(Palazzo della Mercanzia)에 마련한 ‘구찌 가든(Gucci Garden)’에서 만날 수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디렉팅으로 이곳은 스토어, 갤러리 룸, 레스토랑으로 운영할 예정. 아마 2018년을 가장 근사하게 연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의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까. 그중 구찌 오스테리아는 50석 규모의 레스토랑으로 미슐랭 3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메인 셰프로 활약한다. 모든 디시는 구찌 블룸이 들어간 메종 제품으로 서빙하고 리소토, 토스타다, 포크 번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오스테리아에서 만찬을 즐긴 뒤 갤러리와 스토어 역시 둘러봐야 구찌 가든을 마스터할 수 있다.

 

에디터 이아현(fcover@noblesse.com)  디자인 장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