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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

LIFESTYLE

영감을 얻기 위해, 더욱 디테일한 손맛을 살리기 위해 혼자보다는 둘을 택한 국내 듀오 디자이너 3팀을 만났다.

1 윤현진·이정훈 작가.
2웜홀이 지닌 곡선의 조형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이정훈 작가의 ‘웜홀 사이드보드’.

3 공동 작업으로 완성한 체스의 말을 연상시키는 테이블.
4 바람이나 공기의 흐름만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한 윤현진 작가의 목공예품, ‘난다 고래’.
5 조선시대 의복 장식 중 갓끈을 연상시키는 이정훈 작가의 소반, ‘양반’.
6 일상생활 속 사람의 모습을 조형적으로 작품에 담아낸 윤현진 작가의 ‘인생의 고도 [도달_1]’.

 

차이의 미학, 스튜디오 이기
윤현진·이정훈 작가가 이끄는 스튜디오 이기는 따로 또 같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제품을 디자인한다. 예술과 실용, 양극에 있는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발견한다.

어떻게 팀을 이루게 됐나?윤현진(이하 윤)_ 2009년 나이 많은 후배와 어린 선배로 처음 만나 벌써 10년째다. 디자인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2013년부터 작업실을 함께 쓰다 스튜디오 이기를 결성했다.
이기는 어떤 의미인가?이정훈(이하 이)_ 흔히 이기심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디자이너로서, 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기심을 드러내는 것은 곧 주체적인 디자인을 의미한다. 이기(利器)는 쓸모 있는 재능을 뜻하기도 한다.
개인 작품을 보면 윤현진 작가는 공예적 측면이 강한 데 반해 이정훈 작가는 실용성이 짙은 작품을 선보인다. 둘 사이 간극은 어떻게 좁히나?윤_2017년 각자 소반을 디자인했는데 같은 주제로 전혀 다른 작품 2개가 탄생했다. 작업 스타일도 다른데 나는 영감이 떠오르면 작업을 시작하고 과정 중 완성도를 추구하는 반면, 이정훈 작가는 완벽하게 설계한 후에야 작업에 들어간다. 우리는 차이를 좁히기보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상극인 디자인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공동 작품으로 스튜디오 이기라는 큰 울타리를 완성해가고 있다.
스튜디오 이기의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이_ 비단에서 모티브를 얻어 매끄러운 결을 살린 비단 체어와 체스의 말을 연상시키는 유리 선반과 데스크. 각자의 특징인 공예적 감성과 실용성을 결합한 스튜디오 이기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인 작업에도 스튜디오 이기의 타이틀을 붙이는 이유는?이_ 만나지 않는 날에도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연락하며 계속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개인 작업이라 하기엔 우리의 모든 작품에 서로의 조언과 영감이 묻어 있다.

7 무로 프로젝트는 알루미늄 소재 제품에 옻칠을 입히고 레이저 패턴을 새긴다.
8 유남권·양정모 작가.
9 무로 프로젝트 찻잔. 항균 효과가 있는 옻칠의 장점을 살려 제작했다.

10 한옥 지붕 중앙의 용마루 능선을 담백하게 담은 ‘용마루 스툴’에 유남권 작가의 옻칠을 더해 은은한 기품이 느껴진다.
11 무로 프로젝트를 시작케 한 조약돌 문진.

장인과 작가, 유남권과 양정모
양정모 작가는 전통을 형태와 소재로 재해석한 제품을 만든다. 젊은 옻칠 장인 유남권 작가는 공예의 손맛을 더한 작품을 선보인다. 묵묵하고 담백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혼을 담아낸 작품이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

처음 작업을 시작한 건 언제인가?유남권(이하 유)_ 2년 전 전주에 있는 한국전통문화창조센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 만났다. 이후 기존 작품에 옻칠을 더하는 식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협업했다. 용마루 스툴에 옻칠을 올린 에디션이 대표작이다.
작품에 유남권 작가의 옻칠을 고집하는 이유는?양정모(이하 양)_ 오묘한 기품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채워준다고 할까. 초기에는 옻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을 내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좋은 점은?유_ 서로 정해놓은 틀이 단단하지 않아 좀 더 유연하게 의견을 수용하며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각자의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디자인과 제작 전반에 이르는 프로세스에 완벽을 기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무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양_첫 공동 작업으로 조약돌 형태의 문진을 디자인했다. 알루미늄 소재 문진에 옻칠을 한 뒤 레이저 각인을 더하는 과정에서 금빛 패턴이 나타나는데 이를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무로는 안개 무(霧)에 이슬 로(露). 레이저 마킹을 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걷히고 드러나는 금빛 패턴이 마치 안개가 걷히고 이슬이 맺히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무로 프로젝트는 테이블웨어가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유_ 옻칠이 다른 칠에 비해 뛰어난 점은 친환경적이고 항균효과가 있어 입에 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과 잘 맞는 아이템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컵, 코스터, 트레이 등 옻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식기를 중심으로 계속 식문화와 관련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12 장혜경·마정기 작가. 2 반짝이는 자개를 잘게 조각내 불규칙한 패턴을 완성한 네이커플러스 트레이.
13 스테인리스스틸에 20K 금도금을 더한 화려한 골드빛 버전도 출시했다.

14 반짝이는 자개를 잘게 조각내 불규칙한 패턴을 완성한 네이커플러스 트레이.
15 오브제로 연출하기 좋은 소반.
16 크리스털 레진 소재로 자개 본연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살린 네이커플러스.

소재로 교감하다, Fict
장혜경·마정기 작가는 자개 소재의 매력에 빠져 있다. 같은 이상을 바라보는 그들은 전통과 공예 요소에 현대적 조형미와 제작 방식을 가미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픽트(Fict)는 무슨 뜻인가?마정기(이하 마)_ ‘From Craft to Industry’의 머리글자를 재조합했다. 전통 공예와 현대 산업디자인을 아우르고자 했다. 2015년 졸업 전시를 위해 전통 소재인 자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네이커플러스(Nacreplus)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호흡을 맞춘 지 4년째다.
자개에 몰두한 계기는 무엇인가?마_ 할머니의 장롱에서나 볼 수 있던 자개를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로 마주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후 한 팀으로 활동할 만큼 우리는 자개 소재의 미감에 빠져들었다. 다채로운 빛과 색감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소재라 생각했고, 이를 현대적 형태와 결합해 모던하게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각자 어떤 역할을 하나?장혜경(이하 장)_ 마정기 작가는 상품 기획과 전반적 디렉팅을, 나는 소재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가 숲을 본다면 나는 나무를 심는다고 할까.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마_ 소재와 제작 방식이다. 소재를 해석하고 풀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한다. 픽트의 대표작인 네이커플러스 역시 자개를 불규칙하게 쪼개 유리나 나무와 합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자개 특유의 색과 빛을 잘 드러내는 크리스털 레진과 자개의 은은한 반짝임을 극대화하는 황동 소재를 조합해 자개의 현대적 이미지를 발견했고, 이를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었다.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까?장_ 지금까지 작은 테이블웨어를 만들었다면 이제 스케일이 큰 가구로 공간을 채우려 한다. 실용적인 동시에 아름다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자개에 대한 탐구를 끝내는 건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최근 영감을 얻기 위해 떠난 일본 여행에서 사온 것은 공교롭게도 모두 유리였다. 다음에 주목할 소재는 아마 유리가 되지 않을까.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선민수(인물)  헤어 희린  메이크업 조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