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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미학

BEAUTY

코스메틱이라는 실용품을 과학이라는 기술과 예술적 감성으로 빚어내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 그들의 스토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지난 3월 8일 한국을 찾은 이솝 리테일 & 고객 서비스 총괄 제너럴 매니저 수잰 샌터스를 그 첫 주자로 만났다.

이솝을 어떤 브랜드로 생각하는가? 잘 알려진 대로 전 세계 이솝 부티크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들어서 있고, 사람들은 공들여 꾸민 나만의 공간에 마지막 포인트로 이솝의 핸드로션을 올려놓기도 하며, 다 쓴 용기는 꽃 한 송이를 꽂아둘 수 있는 꽃병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여기까지 보면 이솝을 감성적인 브랜드로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일 듯하다. 그런데 잠깐, 가만히 생각해 본다.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솝의 브랜드 영상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실을 오가는 직원들이 있고, 이솝의 행사장에는 언제나 기하학적 형상의 조형물이 놓인다. 매장에 놓여 있는 의자와 수전은 사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간결하면서도 정직하게 정돈된 형상을 대변한다.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만으로 이솝을 정의 하기에는 이성과 균형이 그 안에 상당 부분 자리한다.
이솝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감성만이, 혹은 과학적 이성만이 아닐 것이다. 브랜드가 늘 강조하듯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감성과 이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다양한 취향의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같은 생각은 이솝의 리테일 & 고객 서비스 총괄 제너럴 매니저 수잰 샌터스 (Suzanne Santos)를 직접 만나본 후 더욱 확실해졌다. 지난 3월 8일 한남동 G.컨템포러리에서 이솝의 새로운 스킨케어 라인 인 투 마인즈를 런칭했고, 그 자리에서 수잰 샌터스를 만날 수 있었다. 세션당 10명이 넘지 않는 프레스가 참석했고, 입구에 선 그녀는 호스트로서 에디터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무리에서 뒤로 밀려난 참석자에게는 조용히 손짓해 바로 옆에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모두들 ‘이것이 나의 취향’이라며 자랑이라도 하듯 SNS에 올리는 것이 이솝이 놓인 개인 공간의 풍경이지만, 정작 이 브랜드를 만든 그녀는 ‘인스타그램에는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조건 아래 그녀의 팬이기도 한 에디터와의 사진 촬영을 허락하기도 했다. 최근의 브랜드 행사장에선 신제품 개발에 참여한 브랜드 관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디스플레이된 제품을 찍어 네모 창에 누구보다 빨리 올리는 행위가 미덕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신제품을 런칭한 브랜드의 취지보다는 행사장 풍경과 함께 올라간 해시태그 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 이솝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에는 사진 찍기 경쟁도,휴대폰을 붙들고 정신없이 해시태그를 입력하는 풍경도 없었다. 그저 온전히 이솝이 준비한 공간을 눈으로, 마음으로 즐겨주길 바란다는 친절한 당부만이 있었을 뿐. 진정성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그녀의 철학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집안의 인자한 어르신처럼 따뜻하게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 한편에는 브랜드 경영자로서의 엄격함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행사장에 마련한 테이블에 앉아 그녀와 대화를 나눈 후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1 복합적 피부 상태와 마음을 형상화한 인 투 마인즈 캠페인 이미지.
2 인 투 마인즈 페이셜 클렌저.

인 투 마인즈(In Two Minds) 라인 런칭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복합성 피부를 타고난 이들의 고민을 들여다 봤네요.전 브랜드 고객 서비스 책임자로서 전 세계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기후변화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도 변하고 있고, 우리 피부는 이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죠. 피부 밸런스 회복을 위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 투 마인즈 라인을 개발하며 특히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세정이 가능한 클렌저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죠. 매일 접하는 클렌저를 너무 과하게 사용하거나 본인에게 맞지 않는 성분이 있는지 모르고 쓰면 피부 균형이 깨지기 쉬우니까요. 유분이 많다는 생각에 수분 공급마저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아 하이드레이터도 세심하게 개발했고요.

인 투 마인즈라는 이름이 다소 문학적입니다. 이런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요?시즌과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복합성 피부의 상태와 이중성을 담으려 했어요. 사실 복합성 피부만이 아니라 우리는 늘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마음으로 살아가잖아요. 편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이 라인이 하루 아침에 복합성 피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진 않을 거예요.하지만 차근차근 피부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인 투 마인즈가 그렇듯 이솝은 ‘즉각적 효과’, ‘스킨케어의 혁명’등 여타 뷰티 브랜드가 자주 사용하는 수식어를 내세운 적이 없어요.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 늘 차분하고 침착하죠.이러한 브랜드 이미지에 당신의 가치관도 녹아 있는 걸까요?공동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와 함께 열정과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했어요. 무엇보다 고객의 삶을 고려하려 하죠. 브랜드의 깊이와 철학을 지키고, 세상의 속도에 동요되기보다는 우리만의 페이스를 지키려 합니다. 함께 일하는 이들의 생각에 제한을 두지도 않아요. 지난 31년간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브랜드를 일궈왔기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화제에 오를 걸 의도하고 계산에서 나온 마케팅은 금방 들통나는 세상이 됐어요. 진정성 없이 연출만 가득한 브랜드는 이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에게 오래 인정받을 수 없죠. 그에 반해 그저 두 창립자의 철학과 고객의 니즈와 제품력을 위해 제시한 이솝의 모든 결과물은 이 시대의 문화가 되고, 취향을 대변하는 도구가 됐어요.비록 그 숫자는 적었지만 이솝은 처음부터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그들은 이솝이 여타 브랜드와는 다르다는 걸 진작부터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며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그 수가 늘긴 했지만, 이솝의 철학을 존중해주는 고객의 마음은 변함없이 지금껏 계속되는 것 같아요.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매장,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마치 브로슈어처럼 문화적 명소를 적어 넣은 페이퍼 백, 일상 여기저기에 활용할 수 있는 에코 백 등 실용성을 넘어 감성적으로 녹일 수 있는 이솝의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브랜드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고객도 많아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더 확장할 계획은 없나요? 물론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 어울리는 제품도 많이 있지만, 가능하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해요. 이솝은 스킨케어 기업이라는 ‘기본’을 잊고 싶지 않죠. 물론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일상에서 사용하음이지만요.

내 취향이, 내가 사는 공간이,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얼마나 감각적이고 멋진지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이솝이기도 해요. 브랜드를 창립한 지 벌써 31년이 됐어요. 그동안 일본에서는 ‘와비사비’ 트렌드가 생겼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했죠. 자연스럽게 이솝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됐어요.나를 위한 삶을 즐기고자 하는 트렌드가 이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거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하지만 과도하게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포장되는 것을 원하진 않아요. 삶의 많은 부분에 적용 가능한 스킨케어 브랜드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간결함과 조화, 균형을 중시하는 브랜드에 몸담은 만큼 평소 스킨케어도 그와 같은기준을 따를 것 같아요. 평소 스킨케어는 어떻게 하시나요? 오랜 기간 동안 선호하는 몇 가지 이솝 제품만 사용하곤 했어요. 퍼펙트 페이셜 하이드레이팅 크림을 오랜기간 발랐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이 왜 시즌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느냐 물었을 때 조금 당황스럽더라고요.(웃음) 본인의 취향이나 시즌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는 것처럼 여러 제품을 갖춘 후 기후나 피부 컨디션에 따라 적당한 걸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예를 들면 바깥 기후는 습하더라도 건조한 사무실에 오래 머무를 수 있고, 갑작스럽게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가 있으니까요.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에 따라 호르몬도 변하고요. 상황에 따른 스킨케어 습관 중에서도 특히 모이스처라이저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부 상태나 기후,피부 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텍스처의 보습 제품을 사용하길 권해요.

개인적 스킨케어 철학에서도 무언가에 고정되거나 치우치기보다는 오픈 마인드를 기본으로 한 조화와 균형이 느껴집니다. 브랜드 창립자이기에 앞서 이 시대의 멘토이기도 한데, 마지막으로 삶의 철학으로 좀 더 확대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요. 요즘 카페에 가면 다 같이 앉아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어요. 삼삼오오 모여서 귀한 시간을 왜 그런 식으로 보내는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사랑하는 법, 우정을 쌓는 법, 사람 사이의 진정성을 알았으면 해요. 물론 현세대가 소통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겠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눈을 마주하고 손을 맞대며 나누는 소통은 매우 중요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이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