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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그대

LIFESTYLE

가족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오묘한 관계 속 소통을 원하는 당신에게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세 권의 책.

가깝지만 쉽지만은 않은 사이가 바로 가족 아닐까? 가족이니까 이해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다 보면 싸우기 십상인 데다, 화해할 땐 어색한 공기 탓에 어찌나 민망하던지. 너무 친해 다투고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가족의 소중함은 힘겨운 상황이 닥쳐야 깨닫게 된다. <여덟 개의 산>의 주인공 피에트가 그렇다. 피에트는 아버지와의 잦은 의견 충돌로 인해 고향을 떠난 인물이다. 가족을 잊고 살아가던 어느 날, 그에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으로 고향에 돌아온 피에트는 아버지가 남긴 삶의 흔적을 좇아 산을 오르기로 결심하고, 절친한 친구 브루노의 도움을 받아 산으로 향한다. 이미 때는 늦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산에 깃든 아버지의 모습을 되돌아보려 하는 그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가족의 존재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소설은 ‘자연’과 ‘가족’을 접목한 독특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생생히 묘사하는 자연풍경은 소설이 주는 또 다른 묘미. 마치 알프스 몬테로사 산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서술은 작가가 해발 2000m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 거주하며 집필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 덕택이다.
여기, 비보를 듣고 모인 또 다른 가족이 있다. 어머니의 유방암 발병 소식에 집결한 로절린드, 비앙카, 코델리아는 <기이한 자매들>이란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심상치 않은 관계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셰익스피어 소설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 빼곤 비슷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만큼 감동적인 상봉 장면을 연출할 줄 알았지만 웬걸,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크게 싸운 적도 없다.
성격, 외모, 취향까지 모든 게 다른 셋은 단지 ‘맞지 않을’ 뿐이다. 팽팽한 긴장감을 그려내는 이들이 왜 인연을 이어갈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설 속 한 구절 “자매로 태어났으니 계속 자매여야 할 운명이다”가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 가족 구성원은 나와 같지 않기에 100퍼센트 맞지 않는 건 당연지사다. 특히 형제자매는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기 일쑤지만, 마음 한편에선 서로를 생각하는 애증의 관계다. 이렇게 소설은 삐걱거리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의 현실적 숙명을 가감없이 담아 더 큰 공감을 자아낸다. 에디터도 밑줄을 몇번이나 그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이건 내 이야기야”란 감탄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
단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가족을 만나고 싶다면? 여섯 가족의 이야기가 얽힌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가 적격이다. 어린 딸을 잃은 부부, 남편 그리고 시댁과 갈등을 겪고 있는 여자, 아버지의 유품을 간직한 남자 등 소설은 현대사회의 여러 가족 형태를 아우른다. 누구나 화목한 가정을 꿈꾸지만, 서로 부대끼며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을 겪게 된다. 소설은 이러한 지점을 캐치했다.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아픔과 후회의 감정을 그린 소설이라 요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물. 일본 특유의 서정적 문체가 두드러지는 소설은 화자의 복잡하고도 비밀스러운 속내를 조근조근 읊조리듯 풀어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잔잔한 울림은 물론,더 따스하고 소중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밋거리를 하나 알리면, 6편의 단편 중 하나는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니 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