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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6월호에서는 호쾌한 이미지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 찬 유재연 작가의 <문라이트 펀치 Moonlight Punch>전을 소개합니다.

유재연
다가가기 쉬운 귀여운 이미지. 하지만 그 안에 기이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다. 유재연 작가는 반전의 미를 추구한다. 드로잉 노트로 탑을 쌓을 만큼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깐깐한 기준으로 작품을 골랐다.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만큼 어느 때보다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래서 특별히 그녀에게 노블레스 지면을 내주고자 한다. 작가에게 직접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이제 그녀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한마디로 제 작업을 표현하면 ‘개인이 구축한 무의식 세계와 물리적 실존 세계가 만나 생기는 부스러기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사회와 개인, 과거와 현재, 어른과 아이 그리고 현실과 환상 간 괴리를 작품에 투사합니다. 주로 어두운 시간, 밤이나 새벽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늦은 시간대는 꿈, 죽음, 비합리성, 광기나 몽유병같이 의식 너머의 경험을 끌어올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저에게 밤은 일상과 환상의 공존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개인전 <문라이트 펀치 Moonlight Punch>에서 소개한 작품도 주로 밤의 장소와 기억 그리고 유년기적 환상과 불안한 사회의 혼합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상에서 스치듯 느끼는 심상과 오랫동안 생각해왔지만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중 몇 가지 중요한 스토리를 <노블레스>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Moonlight Punch, Oil on Panel, Dimension Variable, 2018, 13EA 14,000,000

‘Moonlight Punch’
2012년, 서울에서 런던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작업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그때 많은 드로잉을 했습니다. 노트에 빠른 속도로 그리는 드로잉 위주였죠. 다시금 노트를 펼쳤을 때 큰 의미 없이 그린 드로잉이 달라 보였어요. 그 작은 그림에 제 사유 과정이 진하게 응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몇 형태가 저를 강하게 끌어당겼죠.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생각이 시각적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일까요?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실제 공간에 끌어들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본보다 큰 스케일과 두께로 물성을 띠게 했어요.
사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과 비교할 때 지금은 전반적으로 색감의 톤이 많이 낮아졌죠. 런던 날씨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기의 색감 그리고 날씨의 변화에서 오는 색감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밤길을 걸으며 본 어슴푸레한 나무 실루엣, 달빛에 물든 거리나 사람들 얼굴에 나타난 색감이 ‘Moonlight Punch’에 드러나죠.

Night Skater, Oil on Canvas, 102×77cm, 2018, 2,400,000

‘Night Skater’
아무도 없는 밤의 공원을 걸을 때마다 청각, 촉각 그리고 시각이 평소보다 배로 발달하는 경험을 했어요. 벌레의 울음, 지저귀는 새, 나뭇잎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부터 땅에 발이 닿을 때 느껴지는 단단하지만 물렁물렁한 감촉 그리고 어두운 풍경에 눈이 익숙해지며 서서히 드러나는 밤의 실루엣까지. 늦은 시간대에 감각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영감을 얻었죠. 밤의 공원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산책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장면을 담은 작품입니다. 회화는 언제나 보는 이에게 공감각적 느낌을 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끄러운 스마트폰 표면을 스치는 손가락과 길 위로 굴러가는 인라인스케이트 바퀴에서 속도감이 있는 시각과 촉각을 느꼈어요. 여러분도 두 이미지의 중첩에서 여러 감각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Make Her Hurt, Make Her Fly, Neon Drawing, 각 100×90cm, 2018, 각 2,800,000

‘Make Her Hurt, Make Her Fly’
이 작품도 낙서처럼 그린 작은 드로잉에서 출발했습니다. 원본은 손바닥 크기 정도 될까요? 채색한 여느 드로잉과 달리 선 하나로 그렸죠. 드로잉의 비정형적 선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유리관과 네온으로 제작했습니다. 타자의 시각에 따라 양면적 맥락을 지닌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드로잉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관계가 바뀝니다. 한 사람이 다른 이의 가슴을 압박하는 폭력적 이미지로, 몸체를 들어 올려 비행기를 태우듯 공중 부양하는 유희적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죠. 가슴을 압박하는 모습에서 심폐소생술을 떠올리는 분도 있어요. 이렇게 관람객의 시각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전복될 수 있습니다.

Home Boat, Oil on Panel, 133×151cm, 2018, 3,500,000

‘Home Boat’
물 위에 홀로 떠가는 집을 그린 드로잉입니다. 앞서 설명한 방법론처럼 드로잉을 크고 두꺼운 회화 조각으로 탈바꿈한 작품이죠. 제 회화나 드로잉에는 통속적인 ‘집’ 모양이 아이콘처럼 자주 등장합니다. 저에게 전형적인 집은 가정이나 개인의 삶을 암시하는 직접적 형태죠. ‘Home Boat’는 문은 없지만 창문은 달린 집이 수면 위에서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한 드로잉에서 출발했습니다. 타지 생활이 주는 고립과 자유가 동시에 담겨 있죠.

노블레스 컬렉션 <문라이트 펀치 Moonlight Punch>전 전경.

“밤에 찾아오는 사유에서 출발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길고도 짧은 여행.
밤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눈이 오면 세상이 덮이듯 내 일상과 촉박한 생각들은 밤의 어둠 속으로 감춰진다. “천천히 가도 돼.” 밤이 말한다. 희미한 달빛을 등지고 책을 넘기며 떠오르는 문장들을 곱씹는다. 문장들은 공기 중으로 부유하다 다시금 나에게 내려와 새로운 풍경을 이룬다.” – 작가 노트 中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유재연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사진 황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