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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살어리랏다

LIFESTYLE

전 세계의 눈이 화성을 향한다. 이들의 목적은 ‘화성 거주’ 단 하나다.

화성을 향해 날아가는 나사의 ‘인사이트’.

“인류의 멸망을 원하지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기고 지난 3월 타계했다. ‘어차피 200살까지 못 사는데’라며 흘려듣지 말기를. 기후변화, 자원 부족, 소행성 충돌은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일인 만큼 제2의 지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우주에 수많은 행성이 있지만 인간의 시선은 오직 한 곳으로 쏠린다. 바로 ‘화성’이다. 호킹 박사는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50년 안에 전초기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해왔으며, 지금 미국항공우주국(이하 나사)이 가장 탐내는 행성도 이곳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화성을 목표로 달 유인 탐사를 재개한다는 행정 지침에 서명했다. 연이어 “우리는 곧 화성에 갈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한 연설을 했으니 이쯤 되면 지독한 짝사랑이다.
인류가 화성바라기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물의 흔적 때문이다. 해가 드는 곳은 서늘한 날씨고, 인간이 걷기 알맞은 단단한 지면을 갖춘 것도 장점. 게다가 지난해 11월 나사가 화성 표면에 소금과 유사한 성분이 담긴 물이 흐른다는 중대 사실을 발표하면서 화성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먼저 화성에 가겠다는 치열한 경쟁 속에 참가 선수도 여럿이다. 그중 선두를 달리는 나사는 2033년까지 화성 유인 탐사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최근 그 내부를 조사하는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를 발사했다. 아랍에미리트 우주청장 무함마드 알 아바비는 사막 위에 도시를 세운 노하우를 살려 2117년까지 화성 우주 도시를 건설하는 ‘마스 2117 프로젝트(The Mars 2117 Project)’를 시행할 예정이다(유튜브에 ‘Mars 2117’을 검색하면 관련 VR 영상을 볼 수 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화성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롤링 저스틴(Rollin’ Justin)’을 개발했고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30년, 2020년에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세계 여러 국가가 화성 땅따먹기에 나섰다.

1 독일 항공우주센터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롤링 저스틴’.
2 스페이스X의 ‘팰컨 9’. ‘팰컨 헤비’는 팰컨 9 로켓 3개를 묶어 만들었다.
3 화성의 대기를 바꿔줄 ‘막시’ 개발이 한창이다.

슈퍼리치도 빠질 수 없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테슬라 전기차를 실은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 발사에 성공했다. 우선 화물을 옮기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 2018년까지 화성에 첫 탐사선을 보내고 2030년에는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스페이스X의 계획 중 절반을 실현한 셈이다. 덕분에 일론 머스크는 아이언맨이란 별명을 갈아치우고 화성의 신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모두가 마스 드림을 꿈꾼다. 전문가들도 인류가 화성에 간다면 장밋빛 미래가 도래할 것이란 낙관론을 펼친다. 화성에 발자국하나 찍지 못한 게 우리네 현실인데도 말이다. 사실 지구와 화성은 공통점만큼 차이점도 많다. 대기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며 중력도 지구의 38%에 불과하고, 오존층도 없어 태양 방사선을 직격으로 맞는다. 인간은 물만 가지고 살 수 없는데 그 흔적에 목매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화성 거주, 정말 실현가능할까?
이에 기술적 관점으로 대답하면 ‘YES’다. 특히 공기, 집 그리고 음식에서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나사는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연료전지 막시(MOXIE)를 개발 중이며 나사 랭글리 연구소는 ‘화성 아이스 돔(Mars Ice Dome)’ 설계에 성공했다. 이는 지구에서 완제품을 보내는게 아니라 화성에서 바로 짓고 자생 가능한 새로운 주거 형태로, 나사 연구원 리처드 맥과이어 데이비스(Richard McGuire Davis)가 주장한 ‘희박한 대기를 버티고 지구의 도움 없이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집’이란 조건도 충족한다. 앞서 말했듯 화성은 지구의 자연환경과 판이해 비슷한 식물 재배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가 발명한 ‘화성과 달을 위한 음식(Food for Mars and Moon)’이 두각을 드러낸다. 그들은 화성의 농사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영화 <마션>처럼 화성 모의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북 계정에 그 연구 결과를 공개했으니 궁금하다면 페이스북에 @Food.for. Mars.and.Moon을 검색해보기를. 또한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 공과대학이 개발 중인 인공 잎사귀(Artificial Leaf)는 적은 양의 햇빛만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화성 생태계에 적합한 대안 식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모든 건 단기 체류일 때 실효성을 지닌다. 만약 장기전으로 접어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영구적 이주를 위해선 대기를 개량하고 표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등 화성 생태계를 지구처럼 바꾸는 우주공학 기술 ‘테라포밍(Terraforming)’이 필요하다. 이에 나사 화성 거주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하이시스(HI-SEAS)’ 6기 커맨더(대장)이자 텍사스대학교 경제학과 한석진 교수는 과학기술적 문제는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운을 떼며 입을 열었다. 핵심적 기술은 어느 정도 해결됐기에 화성 단기 체류는 머지않았지만 장기 체류는 아직 먼미래 이야기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한 교수는 이어서 화성 거주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발전한 기술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출지라도 외딴 행성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극한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 구성원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긴 기간 화성살이는 어렵다고. 화성 식민지 건설 같은 장기전은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사는 다행성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도약한다는 의미인데, 이때 철학적·사회적·경제적 접근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성 이주가 절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인류가 화성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30년까지 우주산업 경제 규모는 70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진출에 성공하면 지구를 연구하는 범위도 한층 넓어진다. 지면에 그 장점을 모두 담지 못할 만큼 매력 넘치는 행성이다. 우주 연구는 기밀이 많아 자세히 알기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화성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대목에서 스티븐 퍼트라넥의 저서 중 한 구절을 공유하고자 한다. “인간이 화성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대답은 화성이 아닌 어떻게 인간을 바꾸어놓을 것인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 불릴지라도 화성은 화성이다. 누구라도 화성을 원한다면 이 사실을 기억해두자. 화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화성살이가 더 빠른 속도로 실현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초의 화성 착륙일을 2050년이라 말한다. 에디터의 환갑잔치 장소가 화성이 되기를 고대해본다. 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