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먹을 건데
반려동물의 사료와 간식을 ‘식품(pet food)’으로 인식하면서 빠르게 고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이보다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처럼 집에서 기르는 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서비스를 시킨다. 인간 주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고 준법 투쟁하는 날도 묵묵히 일하러 간다. 우리는 그사이 개집에 엎드려 편안히 지낸다. 주인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아주 빈틈없이 배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소설 <나는 강아지로소이다>의 한 단락이다. 소설은 강아지 돈 마쓰고로의 시선으로 인간사를 풍자한다. 아, 하지만 단순히 ‘오뉴월 개 팔자’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문장을 끌어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 ‘주객전도’ 같은 말을 하고 싶어서다. 뭐가 그러하냐고? 요 근래 반려동물의 삶이 그렇다.
반려동물 시장이 나날이 커가며 펫푸드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을 넘어 반려동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펫미족(pet=me)’이 등장하며 점점 고급화하는 거다. 현재 업계 추정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6000억 원에서 1조 원 사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3조 원 정도 된다고 하니 그 3분의 1은 오직 그들의 사료와 간식으로 채워진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반려동물이 먹는 펫푸드 중엔 그간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원료로 무장한 제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제품. 대체 어떤 것이 있을까?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이라면 하나씩 있는 프리미엄 펫푸드 숍에 들어가 먼저 그것의 원료부터 살펴보자. 명태 껍질부터 캥거루고기, 칠면조고기, 상어 연골, 말고기, 한우, 횟감, 치커리, 녹색입홍합, 강황 등 다양하다. 이 안에서도 곡물을 섞은 것, 섞지 않은 것, 식이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곡물만 제거한 것, 혈당지수를 낮추는 곡물만 쓴 것 등으로 나뉜다. 심지어는 ‘젖을 떼지 않은 생후 6개월 이내의 송아지로만 만든’, ‘겨우내 잡은 강원도 연어를 필레로 가공 후 냉동시켜 주문 직후 조리하는’ 등의 문구가 적힌 제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메뉴에서나 접할 수 있는 설명. 덧붙여 국내에서 현재 판매하는 값 비싼 펫푸드 중 일부는 미국사료검사관협회(AAFCO)에서 정한 6개 등급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거닉’과 ‘홀리스틱’, ‘슈퍼프리미엄’, ‘프리미엄’, ‘일반’, ‘기타’ 등급이 그것. 오거닉은 AAFCO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은 사료에 해당하며 농약이나 합성 비료, 항생제, 유전자조작 식물, 환경호르몬 등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홀리스틱은 허브와 과일, 야채, 유산균을 사용하며 영양가가 파괴되지 않도록 조리해야 하며, 슈퍼프리미엄은 옥수수와 밀, 콩 같은 알레르기 유발 작물을 사용하나 동물의 부산물과 뼈, 가루 등을 혼합하지 말아야 한다.
이쯤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사람이 건강을 생각하며 영양제를 먹듯 노령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심장 영양제나 눈 영양제도 존재한다. 단순 콜라겐과 뼈가 원료인 개껌이 식욕 촉진용, 다이어트용, 비만 조절용 등으로 세분화된 것도 볼 수 있다. 심지어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의 오프라인 펫숍엔 전문교육을 받은 ‘펫 컨설턴트’가 상주하기도 한다. 그들은 반려동물의 종류와 특징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한 예로 피부병이 심한 강아지에겐 피부 알레르기에 좋은 비타민과 천연 성분으로 만든 강아지 전용 풋 비누를, 관절염이 심한 고양이에겐 각종 약재를 넣은 사료를 권한다. 가격? 상상에 맡기겠다.
참고로 내 여자친구네 강아지 봄이(잉글리시코커스패니얼, 7세)도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 간식을 애용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비첸향 육포 한 상자(280g)는 2만8000원인데, 봄이가 좋아하는 한우 육포 간식 한 세트(240g)는 7만9000원. 내가 샐러드에 자주 넣어 먹는 노르웨이산 연어 한 팩(500g)은 2만500원인데, 봄이가 먹는 강원도 양양산 연어 육포 한 세트(340g)는 5만8000원이나 한다. 정리하면 생고기를 주네, 삶은 채소를 주네, 수제 간식은 이렇네 하는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의 성장기가 지나, 그걸 다양화하고 고급화한 성숙기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업체 ‘키친앤도그’의 박보환 실장은 갈수록 진화하는 펫푸드 시장에 대해 “(반려동물을)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가족이자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매개라고 보는 인식이 늘어 더 비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태 떠들어온 게 무색하게 국내 펫푸드 시장엔 한 가지 겸연쩍은 사실이 존재하기도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 국내엔 반려동물의 펫푸드를 명확하게 분류하는 등급도, 그것을 표기해야 한다는(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라도) 법적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과장해 말해 국내에서 만든 펫푸드는 독극물만 넣지 않으면 허가되는 수준. 반려동물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성장하는데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 참담함.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푸드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그저 비싼 제품을 믿고 사면 되는 걸까?
24시일산우리 동물의료센터의 김대현 원장은 “개와 고양이의 경우 주로 사료와 간식만 먹기 때문에 원료보다는 영양 성분과 구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사료에서 부족한 성분이 있다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가 결손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생애 주기에 맞는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일례로 강아지는 생후 10~12개월부터 성견으로 보는데 그 이전엔 지방 등 열량이 높은 사료를, 이후엔 열량이 낮은 성견용 사료를 먹여야 한다. 간혹 잘 먹는다고 성견에게 강아지용 사료를 계속 주기도 하는데, 이는 비만이나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원료에 집착하는 사료 등급보다는 영양 균형과 생산 공정 등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1 키친앤도그는 강원도 양양에서 잡은 연어로 반려견 육포를 만든다.
2 우리보다 10여 년 일찍 반려동물 시장 성숙기가 찾아온 일본에선 고양이가 기차역 역장을 맡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와카야마현 기시 역의 역장 ‘니타마’.
3 올초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집사’의 홍보용 이미지. 이들의 매장엔 펫 컨설턴트가 상주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3가지가 의식주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강아지의 경우 북슬북슬한 털이 있고 그 외의 ‘의’는 사람이 주는 것일 테니 ‘식’과 ‘주’가 필수라 하겠다. 한데 반려견으로 자리 잡았다면 ‘주’도 해결된 것일 테니 ‘식’이 남는다. 이 ‘식’이야말로 강아지에게 사람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다. 야생의 늑대가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단, 사람에게도 취향이 있듯 반려동물에게도 취향은 존재하며, 무조건 값비싼 것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아무리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뒤지고 골라 프리미엄 펫푸드를 대접한다 해도, 그들이 그 앞에서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모습을 당신이라고 피해갈 순 없을 것이다. 자, 그럼 당신의 선택은?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