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l Lips
적어도 그동안 한국 여성에게 입술은 눈과 코, 이마와 턱에 비해 등한시되던 부위였다. 하지만 균형 잡힌 이미지를 원하며 입술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오랜만의 로스앤젤레스 출장으로 머무른 베벌리힐스 호텔.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부촌에 자리한 만큼 상류층 백인이 많이 묵는 호텔로 유명하다. 로비에선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백인 여성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들에겐 일종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볼륨감 있는 입술. 솔직히 좋게 말해 ‘볼륨감 있는’ 입술이지 잔뜩 부풀려 개인적으로는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입구가 좁은 병에 입술을 넣었다 빼내 순간적으로 부풀리는 ‘카일리 제너 립 챌린지’가 유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미국 여성은 입술에 대한 관심이 유난하다. 서양 여성의 입술에 대한 집착을 다시금 목도하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우리나라 여성은 그 관심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나라 여성도 입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눈과 코, 팔자 주름에 비해 입술에는 무심한 편이었죠. 지나친 성형, 특히 입술로 인상을 망친 할리우드 여성들의 사례가 각인됐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여성은 입술 시술에 다소 거부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고요. 또 문화적으로 다인종 사회가 아니다 보니 남과 유별나게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을 우리나라 여성들이 선호하지 않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몇 년 전부터 입꼬리 수술이며 입술 필러를 문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입술 필러에 대해 거의 90%가 거부감을 보였다면, 지금은 50~60%로 그 비중이 줄었죠. 국내 미용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인데, 입술 부문이 마지막 남은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리더스피부과 노낙경 원장은 우리나라 역시 입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야 입술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한국 여성의 얼굴형이 많이 변했어요. 우리나라 여성은 서양인에 비해 얼굴 면적이 넓고 입술 길이도 짧은 편이었죠. 하지만 식생활 변화 등 여러 이유로 하관이 과거보다 많이 작아졌어요. 입술은 길이보다 볼륨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관의 여백이 많은 상태에서 입술을 아래위로 부풀리면 어색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볼륨만 채워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얼굴형이 된 거죠.” 노낙경 원장은 이와 더불어 한국 여성이 선호하는 수분감 있는 메이크업 트렌드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광이 흐르는 촉촉한 피부에 맞게 입술 역시 탱탱하게 볼륨을 살린 텍스처를 원하는 니즈가 늘었다는 것. 실제로 필러를 맞으면 미세하게 주름이 펴지면서 입술에 윤기가 돌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매력이 중시되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상적인 입술이 있는지도 물었다. 노낙경 원장은 1:1.1 비율로 아랫입술이 아주 살짝 더 통통한 것이 우리나라 여성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입술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윗입술 중심에서 입꼬리로 떨어지는 각도가 작을수록 선호하는 입술 모양이라고. 입술은 다른 부위에 비해 타고난 모양을 드라마틱하게 바꾸기 힘들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볼륨감이 문제라면 필러가 가장 확실한 솔루션. 단, 입술 필러를 고민하고 있다면 차앤박피부과 김현조 원장의 조언을 염두에 두자. “입술은 단 1mm의 차이로도 인상이 변하는 부위인 만큼 입술 필러에 앞서 전체적 균형감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해요. 특정 인물의 입술을 따라 하기보다는 본인의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입술 비율을 따져보고 입술만 볼 것이 아니라 눈과 코, 양 볼, 턱선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합니다.” 필러 시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쁜 입술을 가지기 위해선 이처럼 내 얼굴에 얼마나 조화로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며, 가장 필요한 개선 요소가 무엇인지를 먼저 인지 해야 한다. 노낙경 원장은 자연스러운 결과를 원한다면 볼륨보다는 라인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입술 필러를 시도하면 립 라인이 또렷해지는 효과도 볼 수 있어요. 노화로 인해 특히 윗입술이 안으로 말리며 립 라인이 흐려지고 인중이 길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때도 필러는 효과적인 보정 방법이 되죠. 입술도 피부인 만큼 입술과 인중 피부의 경계부에 필러로 각을 잡으면 안으로 말려들어간 입술이 살아나며 또렷해지거든요. 특히 이런 시술은 50대 이상 여성들에게 만족도가 높아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입술에 볼륨을 넣는 부분에선 조금 보수적으로 기준을 잡았으면 하고요, 윗 입술과 아랫입술의 볼륨 차이가 심할 경우에만 립 라인 정리 후 볼륨 효과를 더해가는 식으로 시술하면 실패 확률이 적을 거라 생각합니다.” 필러까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면 입술을 위한 전문 케어를 고려할 만하다. 대표적 관리로 지난봄 국내에 런칭한 퍼크를 들 수 있다. 마일드한 석션으로 각질을 제거하는 동시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하이드라페이셜이나 아쿠아 필의 좀 더 캐주얼한 버전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독특한 점은 얼굴뿐 아니라 눈가와 입술에 특화한 트리트먼트를 함께 구성했다는 것이다. 직접 체험해본 결과 큰 자극 없이 비교적 편안했고, 풍부한 수분을 머금은 덕분인지 입술이 한결 생기 있어 보였다. 화한 느낌을 주는 플럼핑 제품의 효과가 며칠 내내 지속되는 느낌이랄까. 탁하던 입술에 붉은 기가 감도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필러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게 입술의 텍스처를 살리는 데에는 꽤 효과적인 대안이 될 듯. 입술 노화를 예방하고, 예쁜 입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셀프 케어도 중요하다 “입술도 다른 피부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 스크럽을 하고 호호바씨 오일이나 코코아 버터, 천연 꿀 등 보습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촉촉하게 가꿔주세요. 각질이 많이 일어났다면 절대 손으로 뜯지 말고 스팀타월로 충분히 불린 뒤 스크럽 제품으로 살살 문질러 제거해야 합니다. 낮 동안에는 입술에도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립 제품을 바르고, 수시로 수분 공급을 잊지 말아야 하고요.” 김현조 원장의 설명처럼 입술도 피부, 그것도 표피가 매우 얇아 수분이 쉽게 증발하는 연약한 피부이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돌볼 필요가 있다. 메이크업은 가장 많은 여성이 입술의 약점을 커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볼륨 있는 입술을 연출하고 싶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 실장의 설명을 기억하자. “입술에 볼륨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매트보단 글로시한 제형이나 피그먼트가 들어간 제품이 효과적이죠. 글로스를 사용할 때는 입술 중앙만큼 립 라인을 촉촉하게 표현할 것을 권해요. 컬러는 똑 떨어지기보다 블렌딩해 번진 듯 표현하는 것이 좋고요. 단, 블렌딩 기법으로 채운 컬러는 지워지기 쉬우니 립 펜슬로 입술 전체에 베이스를 깔아준 후 그 위에 컬러를 얹는 기법으로 시도해보세요.”

1 Perk 립 트리트먼트 클리닉 시술 후 남은 용액은 홈 케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제품. 페퍼민트 오일과 모란 추출액 등의 성분이 입술 각질을 제거하고 영양을 채워준다.
2 Sisley 휘또 립 딜라이트 #2 입술에 바르면 밤 타입 텍스처가 오일로 변하며 입술을 촉촉한 컬러감으로 감싼다.
3 Natura Bisse− by La Perva 다이아몬드 립 부스터 오메가5, 강황 오일 등의 성분이 입술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고 플럼핑 효과를 선사한다.
4 Make Up For Ever UHD 립 부스터 #02 입술에 수분과 볼륨감을 채워주는 립 세럼. 자연스러운 컬러가 입술 톤을 보정한다.
5 Decorté 더 루즈 RD457 입술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포뮬러가 주름을 커버하며 탄력 있는 입술을 연출한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주용균(인물), 박지홍(제품) 모델 코디(Codie) 메이크업 공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