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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에 경배하라

ARTNOW

브랜드의 고고한 헤리티지를 확인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반클리프 아펠이 일궈온 100여 년 역사의 한순간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 정신을 공감하는 경험은 가히 꿈속 시간을 걷고 온 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이었다.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의 <우아한 품격과 예술의 만남> 전시.

이집트 나즐리 여왕의 1939년 칼라렛 컬렉션, 마리아 칼라스의 1967년 파이브 리브스 클립 컬렉션, 이집트 파이자 여왕의 1937년 피어니 클립 컬렉션, 그리고 항공기 설계자 마르셀 다소가 최초의 여성 파일럿 재클린 오리올에게 1956년 선물한 미스터리 IV 네크리스 컬렉션…. 이외에도 이란 왕실의 파우자 공주와 소라야 공주, 팔라비 왕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왕실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이스 켈리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우아하고 서정적인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를 사랑했고, 소유했다.
세계 각지에서 기자들이 베이징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으로 모여든 지난 4월 21일, 그곳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주얼리 컬렉션 전시 <우아한 품격과 예술의 만남(When Elegance Meets Art)>에서는 지난 112년간 반클리프 아펠이 그들의 사랑 속에서 어떤 철학과 가치를 토대로 하이 주얼리의 역사를 새로 써왔는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 비슷한 주제로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과 교토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인 반클리프 아펠은 중국 최초로 베이징에서 약 3개월에 걸쳐 8월 5일까지 하이 주얼리의 진수를 소개할 예정.
반클리프 아펠은 금일미술관의 광활한 2층을 활용해 ‘스몰 갤러리’에선 고려청자를 연상시키는 셀라돈 그린 톤과 그레이 톤의 온화한 배경을 바탕으로 1910~1930년에 제작한 주얼리 피스를, ‘미디엄 갤러리’에선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배경 위에 1940~2017년에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라지 갤러의 마지막을 장식한 오토메이트 페옹딘(Automate Fee Ondine)과 1951년 제작한 지프 네크리스.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전시실 ‘라지 갤러리’는 ‘구름’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으로 마치 밤안개처럼 신비로운 공간으로 꾸며 한껏 힘을 줬다. 900m2의 넓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벽면 패널과 태슬 장식을 이용해 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형미와 율동미를 불어넣은 덕분에 스몰 갤러리부터 라지 갤러리까지 모두 한 호흡으로 연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안개 자욱한 풍경을 그린 중국 수묵화에서 영감을 받은 듯 꾸민 전시 공간은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과 산지트 만쿠(Sanjit Manku)가 함께 운영하는 건축 디자인 에이전시 ‘주앙 만쿠(Jouin Manku)’의 작품. 주앙 만쿠는 2006년 방돔 광장에서 반클리프 아펠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2009년 도쿄의 모리 아트 센터 전시를 시작으로 뉴욕 쿠퍼 휴잇 국립디자인미술관, 상하이 현대미술관 등의 프로젝트를 거쳐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개최한 반클리프 아펠 전시회의 무대 디자인을 담당한 듀오로 이번 금일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전시장에 놓인 400여 점의 하이 주얼리 사이를 거닐며 반클리프 아펠 메종 고유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도록 구성했다. 전시 오프닝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산지트 만쿠에게 이번 전시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반클리프 아펠 CEO 니콜라 보스, 이번 전시의 시노그래피를 담당한 주앙 만쿠 에이전시의 산지트 만쿠와 패트릭 주앙(왼쪽부터).

2012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이어진 순회전이다. 이번 금일미술관 전시는 기존 전시(싱가포르, 교토)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2016년에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반클리프 아펠: 더 아트 앤 사이언스 오브 젬> 전시에서는 프랑스 자연사박물관과 협업해 지구상의 광물과 주얼리를 연결 지었고, 작년 교토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미스터리 오브 아트: 반클리프 아펠-하이 주얼리와 일본 공예 작품> 전시에서는 일본의 공예 작품과 주얼리를 연관 지어 소개했다. 이처럼 우리는 특정한 무언가와 연결해 주얼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거대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매우 넓은 공간에 수많은 복도를 배치한 이번 베이징 전시는 파리 장식미술관과 협업해 주얼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클리프 아펠 하이 주얼리의 아름다움과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장소성이 이 전시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하다. 장소가 베이징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이곳에 과연 무엇이 적합할까(What make sense for here)’였다. 베이징은 굉장히 거대한 도시라 그곳에 메종의 경이로운 세계를 구현해내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금일미술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낯섦보다는 편안함을, 그리고 중국 문화의 어떤 근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 시노그래피를 구상했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영감을 얻어 아이디어를 형상화했나? 중국식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신이 유럽을 여행한다면 아마도 성이나 정원을 방문할 것이다. 그곳엔 건물을 중심으로 나무가 열을 맞춰 서 있을 것이다. 매우 이성적인 레이아웃이다. 그러나 중국식 정원을 보면 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당신의 눈앞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할 수 없고, 심지어 당신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 봐온 익숙한 것을 이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중국식 정원은 우리의 시선을 힐끗 잡아끌지만, 매우 강렬하다. 내가 중국 문화에서 찾아낸 매우 특별한 점이다.

다양한 벽면 패널과 태슬을 이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반클리프 아펠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반클리프 아펠이 강조한 것은 무엇이었나? 우리와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관계는 매우 각별하다. 신뢰를 기반으로 문화와 철학을 공유한다. 특히 메종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제스처는 우아함 그 자체다. 메종의 글로벌 CEO 니콜라 보스와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아름다운 요구를 하지만, 매 순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우리에게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고, 그 어떤 상상과 아이디어에도 활짝 열려 있다.

평소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주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를 보고 있으면, 형언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생각이 든다. 주얼리의 아름다움에 나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때에 따라 어떤 동물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석과 금속이 이토록 아름다운 주얼리로 탄생해 인간의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혹시 반클리프 아펠과 구상 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나? 이번 전시 외에 최근 파리 방돔 광장의 플래그십 스토어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그 외에 우리는 아시아에서 진행할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구상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선보일 것이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