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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맛

LIFESTYLE

2018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을 맡아 부산을 자주 오가는 황교익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잘 만든 영화의 예고편이 딱 이러할까? 영화보다 더 흥미롭고 유쾌한 그의 음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 부산푸드필름페스타의 현장이 어떨지 몹시 궁금해졌다.

음식을 다룬 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 참여한 사람들이 음식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음식까지 직접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 올해 2회째를 맞은 부산푸드필름페스타(Busan Food Film Festa, BFFF)는 타이틀에 새긴 것처럼 페스타, 즉 ‘축제’를 지향한다. 작년에 행사 기획 전 운영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황교익이 제시한 전제 조건은 단 한 가지.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음식 영화제를 만들자’였다. 진짜 그런 음식 영화제가 탄생했고, BFFF는 첫 회에 참여 관객 수 5만2000여 명이라는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기획 전부터 대중의 기호를 철저히 고려한 영화제였고, 올해는 더욱 그렇다. 이열치열의 맞불 작전. 불볕더위를 정면 돌파하듯 올해 BFFF는 ‘불의 미학, 바비큐!’를 주제로 걸었다. 영화제를 진행하는 영화의전당 안팎에선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전국의 유명 푸드 트럭을 초청하고 부산 청년 오너 셰프들의 팝업 식당이 들어서며,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바비큐 존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작물을 살 수 있는 팜 마켓, 부산의 대표 플리마켓인 ‘마켓움’도 열린다.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2018 BFFF를 앞두고 운영위원장 황교익은 두 번째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첫 회부터 BFFF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부산의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과 다수의 영화제 진행 경력이 있는 박명재 프로그램 디렉터가 부산에서 음식 영화제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서울에서 내가 경험한 음식 영화제와는 다를 수 있겠다 싶었다. 기존의 음식 영화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벌어지는 음식과 관련한 환경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를 선정하고 담론화하는, 일종의 문화 운동과도 같았다. 분명 그런 게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음식 영화제는 영화를 보면서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이다. 운영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 나의 첫마디는 “우리 맛있는 거 먹고 즐겁게 놀자!”였다. 말 그대로 페스타, 축제였으면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화와 함께 음식을 많이 펼쳐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은 음식 영화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서울의 한강이나 도심의 야외극장에서도 음식 영화제는 열릴 수 있지 않나? 실제로 한강에서도 비슷한 영화제를 한다. 그러나 한강보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은 훨씬 안정적인 공간이다. 단순히 넓은 야외극장과도 다르다. 관객이 드나들기 편하게 오픈되어 있으면서, 영화제라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안정적으로 외부와 적절히 분리되어 있다. 축제로서의 음식 영화제 BFFF는 영화의전당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이 큰 역할을 한다. 거기에 부산 음식 특유의 지역성이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부산 음식은 어떤 것인가? 많은 사람이 ‘부산 음식은 맛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부산이 꼭 ‘맛있는 도시’라는 타이틀을 욕심낼 필요가 있을까? 부산은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 아니라 개성 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다. 돼지국밥, 물떡, 밀면, 당면국수, 씨앗호떡 등. 이런 음식은 사실 미식과 연결 짓기는 힘들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다소 별난 음식, 좋게 말해 개성 강한 음식을 부산은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산 음식이 맛없다는 생각은 되레 흥행 카드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맛있다고 여기는 음식은 한두 번의 경험으로 소비되고 만다. 그런 음식은 어김없이 서울에 자리 잡아 지역성을 잃는다. 그러나 부산의 개성 있는 음식은 다른 지역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니 부산에 와서 직접 먹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는 거다. 부산은 음식에 흥미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다. 거기에 또 하나의 유인 요소가 있다. 바로 영화다. 영화와 음식은 둘 다 대중의 기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분야의 전문가와 대중이 호흡을 잘 맞추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될 수 있다.

2018 BFFF의 주제는 ‘바비큐’다. 이런 주제를 정한 이유가 있나? 앞서 강조했지만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일상을 뒤집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BFFF의 첫 회는 그냥 선정된 영화를 보고, 차려진 것을 먹고 즐기는 축제였다. 공식적 주제가 없었다. 관객의 일상을 뒤집고, 축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주제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바비큐를 떠올렸다. 어제는 영화제 관계자들, 영화의전당 임원들과 함께 바비큐에 쓰일 그릴 후보를 테스트했다. 국내외에 판매되는 200여 개의 그릴 중 6개 후보를 선정해 다양한 고기를 구워봤다. 영화의전당이라는 공공장소에서 결코 할 수 없던 일을 진행하는 것이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참여 관객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니까. 음식은 스토리와 경험을 더할 때 그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영화를 보고 그 음식을 다시 먹게 되었을 때는 그냥 먹는 것과는 다르게 맛을 인지하게 된다. BFFF의 매력은 음식에 영화라는 스토리를 입혀 참여 관객에게 ‘문화적 향취가 느껴지는 맛’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데 있다.

‘스토리를 더한 음식의 맛은 남다르다’는 점에서 당신과 함께 식사하는 이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을 것 같다. 그렇긴 하다. 그러나 사적 만남에서 음식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나는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 사회, 정보 등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야 한국의 음식 문화 생태계도 다양해질 수 있지 않겠나. 음식 영화제 운영위원장, 음식 다큐멘터리 진행자, 미식 프로그램이나 음식 예능의 패널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는 이유도 그래서다. 비평할 것을 제대로 비평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에는 대중이 좋아하는 떡볶이와 떡볶이와 유사한 음식만 남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맛 칼럼니스트란 ‘인간이 먹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2018 BFFF에서 영화, 음식에 관해 황교익이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된다. 끝으로 운영위원장으로서 부산 시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한자리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영화는 시각과 더불어 청각적 쾌감을 준다. 특히 극장에서 듣는 웅장한 영화음악, 연출로 만들어내는 음향 효과는 관객에게 강력한 청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BFFF의 현장에선 여기에 음식을 더한다. 후각과 미각까지 다 들어와 있는 거다. 그렇다면 촉각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털을 없애고, 얇은 살갗으로 진화한 이유는 촉각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한다. 촉각은 인간이 살아갈 때 아주 유용한 감각이니까. 이 촉각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예민하게 활성화된다. 굳이 살과 살이 맞닿지 않아도, 곁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나 상상만으로 인간의 촉각은 민감하게 작동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쉽게 흥분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니 오감이 다 들어간 BFFF에 부산 시민이 많이 와주었으면 좋겠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영화와 음식, 그것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까지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