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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carved on North Shore, O’ahu

LIFESTYLE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거라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아이를 보내야 해서요. 아드님이 영어를 하니 이번 하와이오아후(O’ahu) 투어에 한국에서는 기자님이 가시면 어떨까요?” 아이가 열두 살을 먹는 동안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아이와 나, 단둘의 여행은 이렇게 상상치 않은 곳에서 시작됐다.

스노클링을 하며 조개를 발견한 아이. 하나우마베이는 오아후의 대표적 스노클링 장소다.

‘사람’ 여행을 통해 낯선 도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오소희 작가는 따뜻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여행 작가다. 2004년, 36개월 된 아들 JB와 함께 떠난 터키를 시작으로 시리아, 레바논, 라오스, 에콰도르 등 제3세계를 여행하며 일곱 권의 책을 낸 그녀는 첫 여행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2009년)에서 아이가 걸음마를 떼자마자 2개 국어를 가르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집 밖에 지렁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였다. 더 많은 세상의 즐길 거리를 찾아내 신명 나게 놀면서, 남과 함께 하는 기쁨을 알게 되길 바랐다.” 그 문장이 더없이 와 닿은 건 2009년, 나의 아이는 막 4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이었고, 동시에 영어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취할 양질의 지식 채널이 무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택한 내가 누군가에는 극성 엄마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바다 건너도 네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에 영어 교육을 강행했다. 물론 그것이 7년 뒤 하와이 출장으로 연결될 줄은 꿈에서도 예상치 못했지만 하와이 관광청에서 걸려온 전화는 그동안 외국어 공부를 위해 쏟은 아이의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자신의 폴더폰에 한국 시간과 호놀룰루 현지 시간을 함께 설정하고 한 달 전부터 낯선 세계로의 출정을 기다린 아이는 필요한 옷과 속옷, 생필품, 읽을 책, 마지막으로 가장 아끼는 소니 캠코더와 고프로 장비를 꼼꼼히 챙기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호놀룰루로 향하는 비행기 안, 아이는 오아후섬의 출장 일정이 적힌 보도자료를 읽다 잠들었고 6시간을 내리 자며 나에게 모처럼의 휴식을 선사했다. 옛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대니얼 K. 이노우에 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어 여행자를 맞았다. 8시간 30분의 비행으로 온몸이 찌뿌둥해진 우리는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와 하와이의 더없이 선명한 파란 하늘 아래 섰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여러 번, 하와이의 공기에선 햇볕 냄새가 났다. 어릴 적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를 껴안고 정수리에 코를 비비며 숨을 ‘흠~’하고 크게 들이마셨을 때 나던 냄새와 비슷했다. 부드럽고 포근한 비누의 잔향에 놀이터의 모래, 그 모든 것을 훑고 간 바람 냄새가 섞인 그것을 나는 햇볕 냄새라고 불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3가지 기후 중 11가지 다른 기후를 품고 있다는 하와이의 6월은 우리 둘만 아는 그 향기의 추억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1 하와이안들은 코코넛 야자수 잎으로 모자를 비롯해 다양한 장신구와 장난감 등을 만든다.
2 손님을 맞는 귀여운 빈티지 사인.
3 수족관에 누워 상어와 바다 생물을 구경하는 소년.

 

하와이는 13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오아후, 빅아일랜드, 카우아이, 몰로카이, 마우이, 라나이 등 8개. 그중 제주도 크기만 한 오아후섬에 하와이 인구의 약 90%가 몰려 있다. 호놀룰루, 와이키키, 터틀베이, 노스쇼어, 다이아몬드헤드, 진주만 등으로 알려진 오아후는 우리가 이번에 여행할 곳이다. 이번 출장은 각 기자마다 체험 옵션이 상이한 탓에 각자 렌터카로 움직였다. 일주일간 우리의 발이 되어줄 차는 포드의 빨간 머스탱. 난생처음 스포츠카 탑승을 앞둔 아이는 캠코더를 꺼내 머스탱의 잘빠진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를 담았다. 사전적 의미인 ‘야생마’ 대신 크기가 약간 작은 조랑말 같아 ‘포니카’라고도 불리는 머스탱은 1960년대 미국 청년 문화를 대표한 아이콘. 나에겐 여전히 설익은 마초 같은 빨간 머스탱은 햇볕 냄새 대신 곧 총각 냄새를 폴폴 풍길 틴에이저를 태운 뒤 와이키키 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4, 5 와이키키 해변의 아침 풍경과 다이아몬드헤드의 전경.
6 아이들에게 물놀이 이상으로 재미난 건 없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와 아이를 환영하기 위한 웰컴 리셉션이 열린 곳은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한 더 레지던스 앳 와이키키 비치 타워(The Residences at Waikiki Beach Tower). 입구에 들어서니 오아후 관광청 홍보를 맡고 있는 마리아 하트필드(Maria Hartfield)와 조이 고투(Joy Goto)가 하와이안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우리를 맞았다. 애스턴 와이키키 비치 호텔이었던 이곳은 최근 큰돈을 들여 레노베이션을 마쳤고 이름도 바꿨다. 리셉션이 열릴 4층 수영장에는 외부인 없이 오직 기자와 아이들, 그리고 하와이 전통 훌라춤과 우쿨렐레 연주를 선보인 하와이안뿐이었다.
이미 도착한 몇몇 아이는 마리아가 나눠준 물총에 각자 물을 장전했으나 왠지 모를 어색함에 애꿎은 하늘에만 물을 쏘아대고 있었다. ‘하루 이틀 같이 지내다 보면 나아지겠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하며 중국과 미국 본토에서 온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나는 깔깔대는 아이들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이는 어느새 캘리포니아에서 온 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벤과 같은 편이 되어 상대편 여자아이들에게 물총 세례를 퍼부으며 오아후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에게 들으니 벤은 캘리포니아에서 왔고, 엄마 서맨사는 <코스트> 편집장이라고 했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간 모습, 칭찬해” 하니 1초도 안 되어 그럼 내일은 벤과 아이패드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창밖으로 선명히 보이는 다이아몬드헤드,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와이키키 해변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찬란한 어떤 것이었다. 숙소인 파크 쇼어 와이키키(Park Shore Waikiki)는 와이키키 비치에 줄지어 늘어선 호텔 중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호텔이다. 우리가 묵은 오션프런트 룸에서는 비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런 훌륭한 풍광이라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뒹굴뒹굴해도 그리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사춘기가 내일모레로 다가왔지만 또래에 비해 작고 말라 아직 어린이 티를 채 벗지 못한 아들을 껴안고 통통한 볼에 쪽 모닝 뽀뽀를 날리며 아웃리거 카누 서핑(outrigger canoe surfing)을 즐기기 위해 수영복을 주섬주섬 챙겼다.
아웃리거 카누 서핑은 먼 옛날 폴리네시아인이 카누를 타고 하와이에 도착한 전통을 체험하기 위한 수상 레포츠다. 고대 하와이에서 시작된 카누 서핑은 수세기 동안 하와이안의 대표적 스포츠였다. 하와이 카누는 배의 왼편에 중심을 잡기 위한 큰 부표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 서맨사와 벤, 우리 둘, 그리고 아웃리거 카누 차터의 베테랑 스태프 2명이 카누의 맨 앞과 뒤에 앉았다. 순서대로 앉다 보니 나는 넘버 포, 아이는 넘버 파이브가 되었다. 아이는 체스트 스트랩으로 고프로를 가슴에 단단히 메곤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조회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김칫국을 마시곤 혼자 신이 났다. 스태프는 노 젓는 요령을 설명했고, 우리가 탄 카누가 와이키키에서 가장 가볍고 빨라 기동성이 좋다며 자랑했다. ‘원투 원투’ 구호에 맞춰 노를 젓다 보니 카누는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저 멀리 다이아몬드헤드가 보였다. 화산 폭발로 화산의 몸체가 날아가고 널따란 분지가 형성된 그곳은 분화 활동이 끝난 화산이다. 잠시 바다 위에서 그 풍광을 감상할 시간이 주어졌다.

7 아히포케(참치로 만든 샐러드)는 하와이의 대표 음식이다.
8 타로(하와이 토란) 농장의 일꾼들.
9 와이키키에서 즐기는 아웃리거 카누 서핑.

다이아몬드헤드는 낭떠러지가 발달해 경치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다음엔 꼭 트레킹을 해보리라’ 경건하게 미래를 기약하고 있는데, 갑자기 리더가 소리쳤다. “Go! Pull the paddle! Number four, Come on!” ‘넘버 포? 누구였더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뒤에서 아들이 창피함을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엄마, 빨리 좀 저으세요”라며 호통 아닌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카누서핑은 파도가 클 때 타야 재미있는데, 마침 커다란 파도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던 것. 큰 파도를 등에 업고 해변 방향으로 힘차게 패들을 젓자 미친 듯 가속도가 붙었고, 순식간에 카누는 빨간 머스탱이 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내지른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된 우리의 카누는 다행히 해변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부정할 수 없는 짜릿함을 맛본 아이들은 조금 전 본인의 샤우팅을 잊은 채 “One more!”를 외쳤고 다시 한번 카누는 바닷물 반, 비명 반으로 채워졌다. 카누에서 내린 아이는 벤과 함께 오후 자유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결국 원주민에 가까운 태닝으로 열흘 뒤 서울의 담임선생에게 “00야, 아무리 봐도 네 얼굴이 적응이 안 된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KCC 파머스 마켓에서는 코코넛 주스를 비롯해 오아후에서 재배한 신선한 열대 과일 등을 맛볼 수 있다.

토요일인 다음 날은 카피올라니 커뮤니티 칼리지(Kapi’olani Community College, KCC)에서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날이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11시까지 열리는 KCC 파머스 마켓은 와이키키 해변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오아후 현지인이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 등을 판매하는 일종의 재래시장인데, 본래 로컬을 위한 곳이었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관광차가 즐비한 곳이 되었다. 시장도 둘러보고 현지인 느낌으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일찍 나선 그곳에는 이미 일본인과 중국인이 각 천막 앞을 점령하고 있었다. 초콜릿과 쿠키, 파파야와 망고 같은 열대 과일과 채소, 하와이의 화훼와 묘목, 기념품으로 많이 구입하는 코나 커피와 마카다미아넛, 하와이 곰돌이 꿀까지, 그야말로 오아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모두 한자리씩 차지한 듯 보였다. 브런치 종류도 태국식, 중식, 일식, 베트남식, 하와이식 여러 종류가 있었으나 “제 덕분에 엄마가 하와이 출장 오게 된 거니까 오늘 브런치는 제가 고를게요”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막혀 슬라이스 딸기와 생크림, 누텔라 초콜릿 시럽이 잔뜩 들어간 크레페에 사탕수수를 압축해 뽑은 사탕수수 주스를 마셔야 했다. 한 잔에 9달러짜리 설탕물을 쪽 빨며 아들에게 “기분 탓인지 사탕수수가 별로 달지 않네?” 하니 “그래요? 저는 기분 탓인지 사탕수수에서 꿀맛이 나네요”라고 맞받아친다.

10 엄마를 따라 출장 온 아이들은 훌라춤을 배우며 하와이의 문화를 경험했다.
11 아이들에게 ‘진주만’은 좋은 견학 코스다. USS 보핀의 갑판에 올라 잠수정을 관찰하는 관광객 가족.
12 오아후의 깨끗한 바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바닷거북.

사실 내가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크레페를 꺼린 건 이어지는 kakoo-oiwi 농장 체험 때문이었다. 농장일을 하려면 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든든한 식사가 필요했던 것. kakoo-oiwi는 하와이의 습지를 보전하고 하와이 원주민의 문화적·정신적 가치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농장이다. 그곳에서는 전통적 방식으로 하와이 전통 주식인 하와이 타로(우리의 토란보다 큰 하와이산 토란)를 재배한다. 우리가 찾은 농장에선 주말이라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땅에 비료를 갈아 엎고 잡초를 뽑으며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손에 맞는 목장갑을 찾아 낀 아이는 뉴욕에서 온 잡지 기자 케빈의 딸 에블린과 한 조를 이루어 바스켓에 열심히 비료를 담고 그걸 밭에 가서 골고루 뿌리며 서울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진귀한 경험을 했다. 도착 첫날 프린스 와이키키 호텔에서 먹은 보라색 타로 말라사다(하와이 전통 도넛에 타로 가루를 섞어 색을 낸 것)에 들어간 타로를 여기서 재배한 것이라고 하니 비료를 뿌리는 아이들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하와이의 전통과 자연을 존중하고 그 정신과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프로그램은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카메하메하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와이메아 계곡(Waimea Valley)은 그 옛날 하와이에 처음 도착한 폴리네시아인들에게 풍부한 물과 산림자원을 제공하며 원주민의 중요한 안식처 역할을 해온 곳. 1788년 대정복 이후 와이메아 계곡은 정복자들에 의해 새로운 소유권이 생겨났고 20세기 초에는 캐슬앤 쿡 파인애플과 설탕 회사의 지배를 받으며 부침을 겪었지만 지금은 국토자연자원부와 하와이 사무국, 하와이 원주민 통치 단체의 협력으로 보호지역으로 선정, 방문객의 교육과 관리를 통해 와이메아계곡의 문화적·자연적 자원을 보존해나가고 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하와이 원주민 통치 단체의 총디렉터는 아이들에게 “이 특별한 장소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계곡에 있는 나무나 바위를 만지거나 해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와이메아 계곡에 설치한 많은 표지판에는 ‘새들을 포함한 골짜기의 어떤 동물에게도 먹이를 주지 말라. 식물, 꽃을 뽑거나 과일을 따지 말고 먹지 말라. 조성해놓은 정원의 가장자리를 밟지 말라’ 등 가이드라인이 엄격한 편이다. 와이메아 계곡이 워낙 광활한 탓에 생각보다 트레킹이 길어졌고 아이도 조금씩 지쳐갔다. 원주민의 생활환경을 재현한 주거 시설을 비롯해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와 꽃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은 와이메아 폭포.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포 앞 구명조끼 대여소에서 조끼를 골라 입고 그대로 물속으로 풍덩 몸을 내던졌다. 물속에서 더욱 죽이 잘 맞는 벤과 아이는 서맨사와 내가 한참을 불러도 나오지 않고 하와이안의 씩씩한 정기가 흐르는 와이메아 계곡의 폭포수를 맞으며 남자들만의 추억을 쌓아갔다.

13 하와이의 전통 서프보드는 나무로 만드는데, 이처럼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통해 완성한다.
14 오아후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대부분 로컬에서 재배한 것이다.
15 아이들은 육지에서 20분간 레슨을 받고 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물에 들어간 지 30분 만에 착지에 성공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하와이에 오기 전 아이가 가장 해보고 싶어 한 것이 있다. 바로 서핑의 천국 하와이에서 서핑 배우기. 타히티, 남아공 더반 해변과 더불어 세계 3대 서핑 명소로 꼽히는 하와이에서는 와이키키, 선셋비치, 노스쇼어가 유명한데, 그중 오늘 아이들이 레슨을 받을 노스쇼어는 세계 최고 서핑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 기대감도 배가됐다. 서핑 레슨 덕분에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이 더욱 행복하다는 아이는 벤, 데이지와 함께 한스 히데만 서프 스쿨(Hans Hedemann Surf School)로 이동했다. 분명 인터넷 정보에서는 ‘운동신경이 좋으면 반나절의 강습만으로도 일어서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지만 20분 만에 뭍에서 레슨을 마치고 바다로 입수한 3명의 아이는 서핑을 시도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보드에 두 발을 딛고 서는 기염을 토했다. 엄마들은 그 놀라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면서도 세 아이 중 한 명이라도 파도타기에 성공하면 목청 높여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혹시라도 균형을 잃고 그대로 바다에 내팽개쳐지면 더 큰 목소리로 다음 도전을 응원했다.
좋은 파도가 오는지 힐끔힐끔 뒤를 살피는 모습, 그것이 왔다 싶은 순간에 두 팔로 노를 저어 가속도를 내는 모습, 상체를 활처럼 젖히고 이윽고 두 발과 두 팔을 쫙 벌려 안전하게 착지하는 모습, 자신을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파도를 조력자 삼아 마침내 저 광활한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모습. 아이는 내가 알 던 것보다 몇 배는 강한 존재였다. 나약한 건 네가 아니라 나고, 문제는 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당장 해변으로 달려가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아이의 수영복이 내 몸을 흠뻑 적시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그 어떤 포옹보다 강하게 아이를 품어주고 싶었다. 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하와이 관광청, 오아후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