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내는 소리
더위로 녹초가 된 내 몸을 추스르는 방법 중 하나는 몸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미생물과 약, 뇌에 관해 말하는 세 권의 책을 통해 내 몸을 점검한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이 ‘약’으로 꽃피운 이야기를 과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독성학자인 정진호 교수가 아편,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약부터 마취제, 백신, 소독제 등 인류를 구한 약까지 약학사의 결정적 장면을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비타민. 저자는 최근 종합비타민제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지 의문을 제기한 연구 결과 비타민 E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전립샘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항산화 종합비타민제가 만성질환을 예방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또 이전부터 통증 치료제와 마약으로 함께 쓰인 아편에 대한 구절도 인상적이다. “인간이 마약을 끊을 수 있을까?”라는 자문에 이렇게 답한다. “원래부터 뇌 속에 마약 수용체 엔도르핀을 갖고 태어난 인간은 쾌감의 유혹에 너무 약한 존재다.” 이 책은 수천 년에 걸친 약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은 죽음과 질병을 막으려는 간절한 바람이 미신에서 과학으로 진화해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건강을 위해 평소 여러 약에 의존해온 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는 인기 과학 블로그 ‘브레인 플래핑(Brain Flapping)’을 운영하는 신경과학자 딘 버넷이 우리 뇌를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연인과의 이별은 왜 고통스러운지, 집단 사고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지 같은 흥미진진한 주제가 펼쳐진다. 뇌에 대한 이야기지만 진지한 느낌보단 가볍고 유쾌하다. 친구들끼리 농담처럼 하는 ‘디저트 배’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저자는 디저트 배가 생기는 과학적 이유가 “디저트로 인해 얻는 보상이 과식으로 인해 얻는 불쾌함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늘 골치 아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타인의 재능을 인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능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 이야기를 가능한 한 쉽게 풀어내려는 노력. 이 책을 읽으면 지난밤 우리가 왜 이상한 행동이나 엉뚱한 말을 해 ‘이불킥’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는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삶 곳곳에서 활약(?)하며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미생물의 세계에 관한 안내서다. 미생물 연구가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에드 용이 미생물과 동물의 놀라운 공생 사례부터 미생물과 인간이 화기애애한 동반자 관계를 확립할 수 있는 방법, 공생의 질서가 파괴되어 인간의 건강이나 생태계가 위태로워지는 과정 등을 두루 살핀다. “평균적 인간은 식품 1g을 섭취할 때마다 약 100만 마리의 미생물을 삼킨다”는 이야기나 “어머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때, 젖만 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미생물까지도 덤으로 준다”는 대목, “미생물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비극적으로 붕괴되어, 인간은 1년 안에 완벽한 사회 붕괴를 경험할 것으로 예측된다” 등 흥미로운 구절이 수두룩하다. 이책은 우리가 잘 모르는 미생물에 관한 지식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평소 스스로를 ‘외로운 섬’이라 여겨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인간은 수많은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것들과 함께 인생을 헤쳐나갈 하나의 팀이라는 것. 어떤가? 앞으로 삶이 조금은 덜 외로워질 것 같지 않나?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