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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단정한 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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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은 생각보다 껄렁하다. 1980년대 홍콩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잘생긴 이목구비와 단정한 머리칼, 흐트러짐 없는 차림 이면엔 장난기 가득하고 철없는 30대 남자가 있다.

패턴 셔츠 Etro, 스웨이드 재킷과 가죽 팬츠 Coach.

촬영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옷이 좀 세고 다소 껄렁한 느낌의 컨셉이라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잘 소화해냈다. 포즈도 자연스러웠고. 끼가 느껴졌다고 할까. 재미있었다. 옷 디자인이 특이해서 신기했다. 어디서 이런 옷을 입어 보겠나.(웃음)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즐겁게 촬영했다.

최근 영화 <진범> 촬영을 마쳤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나와 새벽이 형 모두 오랜만에 참여한 영화라 의욕적이었다. 유선 누나와 호흡도 좋았고. 배우들이 자주 모여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다 보니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잘해보자는 분위기였다. 사고 한번 쳐보자 같은 동기부여. 그런 유대감이 강했다. 한 달 정도 짧게 찍었는데도 참여한 사람 모두와 친해졌다.

필모그래피가 빡빡하다. 10년 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했다.(웃음) 스무 작품 정도 되려나? 이젠 수를 헤아리지 않는다. 모두 남다른 의미가 있고 소중한 작품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어느 쪽이 더 잘 맞나? 이젠 둘 다 편하다. 재미로만 치면 영화가 좋다. 현장이 주는 매력이 있다. 드라마는 스케줄이 빠듯하다 보니 교류가 없다. 밥도 전부 따로 먹고 촬영이 끝나면 흩어진다. 리딩 때 본 사람을 쫑파티에서 보는 경우도 있다. 친해질 기회가 없다고 할까. 영화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는 가족, 혹은 한 팀 같다. 밥차 같은 시스템도 영화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다.

화이트 티셔츠 Kenzo, 트렌치코트와 레이어링한 블레이저, 조거 팬츠 모두 Caruso.

포털 사이트에서 ‘오민석’을 검색하면 별로 나오는 것이 없다. 짧은 프로필 말곤 인터뷰에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인터뷰는 데뷔 초와 <미생> 이후 몇번 한 게 전부다. 피했다. 보여줄 게 많은 것도 아니고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직 어색하다.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외모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포털 사이트에서 오민석을 치면 동명이인인 판사나 변호사, 의사도 많다. 그 이름이 학구적인 건가? 솔직히 당시 배운 것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웃음) 전공을 이야기하면 그런 반응이 많다. 학창 시절에 공부 잘했고, 착실하고 건실하게 사는 남자로 본다. 물론 공부를 못한 건 아니다.(웃음)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난 아직 철이 덜 들었다. 호기심이 많고 나이에 비해 의젓하지도 않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하는 편이다. 연기를 제외한 나머지 일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외모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신중한 사람 같다. 연기에 대해선 그렇다. 예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더해가는 것 같다. 그 외의 것에 대해선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역할을 연기해야 할 때 난감하다. <미생> 출연 이후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그때 진행을 맡은 최화정 선배가 “쟤 정말 강 대리랑 똑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난 사실 강 대리와 정반대인 사람이다.

강 대리 이미지가 강하다. 단정하고 모범적인 남자. 다른 작품에서 주로 맡은 역도 그 범주에 있다. 그게 아쉽다. 실없고 가벼운 배역도 맡고 싶다. 물론 지금 이미지도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가끔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능 프로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론 기존 이미지로 편집되더라.(웃음)

요새 예능 프로는 전보다 자연스럽다. 특별한 캐릭터가 없는 프로도 많다. 낚시를 가거나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도 있는데, 섭외가 온다면 출연의사는 있나? 예능 프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일단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그리고 완벽히 혼자 산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부모님 댁 바로 옆집에 사니까. 게임하고 영화 보는 것 말곤 일상에 별게 없다. 그런 걸 누가 보고 싶어 하겠나.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광기 있는 역? 비정상적 사고를 하는 캐릭터. 악역도 괜찮다. 몇 번 해봤는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욕을 많이 먹거나 CF가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캐릭터만 만난다면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

작품을 보면 배역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표정과 말투, 행동 같은 디테일에서 그게 느껴진다. 난 내가 준비를 별로 안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전공자도 아니고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니까. 처음 연기할 때부터 나름의 방식대로 했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실한 배우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유선 누나가 “넌 참 배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배우다”라는 말을 했다. 원래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는 성격이다. 그게 좋은 방향으로 발현된 것 같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땐 이쪽 생활을 하나도 몰랐다. 그래서 겁 없이 시작한 것 같다. 만약 알았다면 인생이 조금 달라졌을 거다. 당시 막연하게 연기가 하고 싶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연기하는 분을 만났다. 그 선배가 연기에 대해 간략히 알려줬다. 연기는 이런 거고 앞으로 이런 걸 준비해야 한다. 한 3개월 정도 그 말을 듣고 연기를 준비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웃음) 아직도 활동하는 선배인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참 잘 알려주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연예인은 아니다. 10년간 연기를 했지만 여전히 나 스스로 연예인이 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직 어색하고 불편한 게 많다. 물론 이 생활이 맞는 부분도 있다. 만약 일반 회사 생활을 했다면 괴로웠을 거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까. 즉흥적인 성격이라 하고 싶은 건 그때 그때 해야 한다. 그렇지만 화려하거나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생활도 평범하다.

셔츠와 데님 팬츠 모두 Allsaints, 워크 부츠 Unipair, 러버 밴드 워치 칼리브 드 까르띠에 Cartier.

친하게 지내는 동료 연예인은 없나? 몇몇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최근엔 <왕은 사랑한다>에서 함께한 홍종현이나 윤아와 자주 연락한다. 작품 할 때 워낙 친하게 지내서 거의 매일 안부를 묻는 사이다. 심심하면 같이 만나 영화 보고 수다도 떨고. 그 밖에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게 더 편하다.

<미생>의 강 대리 역으로 주목받았다. 작품을 마친 후 세상이 변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고 알아봤다. 일도 많이 들어왔고. 여러모로 풍족한 시간이었다. 난 그게 평생 갈 줄 알았다. 그래서 그게 꺼지고 상처를 받았다. 관심이 줄고 잊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몰랐다. 시간이 지나서야 인정하게 됐다.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일을 겪고 조금 의연해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더 진지하게 팠다. 인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조바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해 보인다고 할까. 의연함, 평정심, 이런 게 중요하다. 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 자신이 편하니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쉽다. 시야가 넓어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전에는 현장에 가면 ‘저 선배는 어떻게 연기하지?’, ‘저 감독님은 어떤 디렉션을 주지?’ 같은 걸 캐치하려 혈안이 돼 있었다. 지금은 그냥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분위기에 섞이고 작품에 녹는다. 사우나에 가고 같이 맛있는 것을 먹다 보면 작품에 더 빨리 묻힌다.

작품을 마친 후엔 주로 뭘 하나?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요새는 게임을 한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같은 FPS 게임. 열심히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영화를 본다. 하반기엔 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이다. 글도 쓸 거다. 전부터 시나리오를 몇 편 썼다. 근래에 쓰고 있는 건 스마트폰에 대해서다. 잘나가는 연예인이 스마트폰 때문에 겪는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사회 풍자극인데 진부하지만 나름 열심히 쓰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가 더 좋았나? 물론 나도 스마트폰을 쓴다. 검색도 하고 메신저로 이야기도 하고 SNS도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가 더 좋다. 그때의 사람들이 더 좋다. 약속도 지금보다 잘 지켰고 감성도 더 좋았다. 사람을 우선시했다고 할까. 1980~1990년대를 좋아한다. 음악도 그때가 더 좋았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정재환   헤어 효진(순수)   메이크업 효진(순수)   스타일링 이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