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의 이유 있는 변화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65일간의 대장정을 따라서.

올해 부산 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한국은행 부산 본부.
부산비엔날레는 1998년에 3개의 행사(부산청년비엔날레, 부산바다미술제,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를 통합해 만든 격년 미술제다.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 2002년부터 ‘부산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올해로 9회째를 맞는 행사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콘텐츠와 형식에 변화를 꾀하며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장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 해운대에 위치한 부산시립미술관을 본전시 무대로 활용했다면 올해는 서부산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과 대청동의 옛 한국은행 부산 본부에서 개최한다. 그동안 부산의 굵직한 문화 행사가 해운대와 서면 같은 동부산에서 쏠려 있었으므로 이런 변화는 나름 과감한 선택이다. 물론 그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그간 부산시립미술관을 임대해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동·서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주최 측은 “해양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서부산은 동부산에 비해 문화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서부산의 가치를 발견하는 동시에 문화적·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8 부산비엔날레 메인 포스터.
또 하나의 변화는 전시감독을 선정한 방법과 전시 주제다. 전시감독 선임 과정에서 올해 처음으로 공개 모집을 시도했다. 전시감독은 파리에 기반을 둔 독립 큐레이터이자 예술 평론가 크리스티나 리쿠페로(Cristina Ricupero)가, 큐레이터는 베를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미술 이론가 외르크 하이저(Jorg Heiser)가 맡았다. 이들이 공모 당시 제시한 개념 ‘분리’는 선정위원회와 집행위원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기서 발전한 2018 부산비엔날레의 주제가 ‘비록 떨어져 있어도’다. 전시의 키워드 ‘분리’는 전쟁으로 인한 영토 분단뿐 아니라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치인들의 권력 싸움, 소셜 미디어가 쏟아내는 폭력성과 프로파간다 등 다층적 차원의 분리를 아우른다. 리쿠페로 감독은 “영토의 물리적 분리가 어떤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지, 역으로 어떤 심리적 요소가 분리와 갈등을 초래하는지 동시대 미술을 통해 조명하겠다”며 “외면하고 싶은 현실과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지금까지 동시대 미술 흐름에 집중한 부산비엔날레가 정치적 주제를 내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부산비엔날레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절반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6 부산비엔날레 설치 전경.
출품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임민욱은 2015년 작품 ‘만일의 약속’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1983년에 방영된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장면을 편집, 마주 보는 2개의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1984년 독일 민주공화국 츠비카우에서 태어나 극우 이데올로기를 경험한 헨리케 나우만(Henrike Naumann)은 독일 통일의 여파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이스라엘 출신 스마다르 드레이퍼스(Smadar Dreyfus)는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시리아 드루즈의 ‘어머니날’ 풍경을 담은 비디오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이 밖에도 브라질과 스위스 출신 듀오 마우리시우 지아스(Mauricio Dias)와 발터 리트베크(Walter Riedweg), 싱가포르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밍웡(Ming Wong), 한국계 미국인 천민정(Mina Cheon) 등 70여 명이 참여한다.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작가 수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시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두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 결과다. 더불어 작품 수를 줄여 관람객이 주제를 고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전시 관람의 피로도를 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크고 작은 변화로 예년 비엔날레와 차별화를 꾀한 2018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가 행사의 질적 성장은 물론 나아가 부산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글 이도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