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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드레스의 신부

Noblesse Wedding

아름답다, 행복하다, 두렵다, 우울하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공통적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에게는 해당되는 단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겪지만 한편으로는 ‘결혼 전에는 다 예민하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메리지 블루. 파랗게 멍든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메리지 블루,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결혼 전 꽤 많은 체중을 감량해 결혼식 당일 감탄을 불러일으킨 신부가 있었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극단적인 단식. 덕분에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지만, 그녀는 당시로 되돌아간다면 절대 같은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집, 가구, 인테리어, 신혼여행…. 매일 닥치는 수십 가지 선택이 부담스러운 데다 먹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에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탈모까지 겹친 것. “정말 이 결혼, 하지 말자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어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한 결혼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자꾸 싸우게 되는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죠.” 그녀가 친하게 지내던 정신과 전문의와 논의한 뒤 선택한 방법은 예비 신랑과 가능한 한 만나지 않는 것. 각자의 생각을 먼저 정리한 뒤 전화로 의견을 조율하고, 순간순간 드는 감정은 편지에 써두었다가 가끔 만날 때 교환했다.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커져갔고, 연애 초기처럼 어렵게 약속을 잡아 만나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해졌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 결혼식이 임박했고, 그들은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다.
또 다른 신부의 이야기도 있다. 연애 시절부터 유난히도 많이 다툰 예비 부부는 상견례 이후 흡사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듯 더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다툼의 원인은 출산. 두 사람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양가 부모님은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특히 예비 시부모님은 며느리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출산 독려 전화를 했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신부는 자신의 방패막이 되어주지 못하는 남편에게 지쳐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하며 마음을 할퀴었다. “매일 지겹게 다투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부모님 때문에 이렇게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의아했어요.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이 닥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언제까지 두 분을 설득해야 할지, 결국 두 분이 끝까지 아이를 원하시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됐고요. 남편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탓하면 그는 제 대응 태도를 지적했고, 결론은 또 싸움으로 이어졌지요.” 그들이 내린 해결책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는 것.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6개월가량 해외여행을 떠났고, 오롯이 두 사람만 존재하는 그곳에서 신부는 신랑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 없이 다툼을 통해 더욱 돈독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지켜야 할 적정선을 알게 된 그들은 무사히 결혼에 골인했다.

의심에서 시작되는 마음의 멍
앞선 사례처럼 결혼을 앞두고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신부가 생각보다 많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토머스 홈스 박사가 발표한 스트레스 측정 척도에 의하면, 결혼에서 오는 스트레스 지수가 배우자의 사망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혼 전에 겪는 우울감을 일컫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는 일본 여류 작가 유이카와 게이가 소설 <영원의 도중>에서 언급한 뒤 유명해진 단어로, 통상 우울증보다는 조금 약한 우울감 정도를 뜻한다. “메리지 블루는 한 사람의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인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선택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지요. 마치 자신이 전 재산을 투자해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기 전에 이것을 무를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들여놓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심리 상태와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확실한 선택이라 믿었지만, 배달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심란해지는 상황을 겪어보셨을 겁니다.” 의학박사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성환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느끼는 초조함이나 불안감, 신경과민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양측 가족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 당일에 대한 두려움, 역할 변화에서 오는 불안감 등 결혼 생활 중 발생할 불확실성에 대한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메리지 블루를 겪고 있다는 증거다. “결혼 전에는 다 그렇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증상을 무시하고 덮을 경우엔 악몽에 시달리거나 불면증이 생기고, 소화불량 같은 신체증상도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심각한 우울감을 방치하고 묵과할 경우 메리지 블루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결혼할 사람의 성격과 배경이 연애 시절에 알던 것과는 사뭇 달라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던 한 예비 신부는 부모님의 높은 기대감을 무너뜨릴 수 없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웃으며 결혼식을 치렀지만, 결국 결혼전부터 시작된 우울감이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져 5년가량을 어둠의 늪에서 헤맸다고 말한다. 그녀는 ‘조금의 주의와 용기만 있었더라면 그 5년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고 지금도 후회 중이다.

순백의 신부에겐 하얀 마음이 어울린다
메리지 블루를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울감의 원인인 의심을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때의 의심은 배우자의 성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라 서로를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염려를 말한다. 먼저 부담으로 다가오는 요소들을 찾아내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웨딩마치가 울리는 가운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 후 오랜 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하객들 앞에 서 있기가 부담스럽다면 결혼식 형식을 바꿔 파티같은 스몰 웨딩을 진행하는 식이다. 서로의 가족에게 적응하는 데 대한 걱정은 결혼 전 미리 가족들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고 마음속으로 적응해두면 도움이 된다.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은 자녀를 낳을 것인지, 어디에서 살 것인지,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할지 등 결혼 생활에 대한 밑그림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그리면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다면 최성환 전문의의 조언을 기억하자.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나누고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했으니 꼭 결혼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그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No’를 선언하고 물러서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결혼 생활은 ‘어떻게 되겠지’, ‘잘될 거야’, ‘잘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지키겠지’ 등의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상대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최후의 선택을 하라는 뜻이에요.” 불안과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신부의 하얀 마음에 우울감이라는 파란 멍이 들지 않게 하는 노력,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메리지 블루가 심각하다고 느껴진다면…
우울증인지 체크해볼 것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사이트(guro.kumc.or.kr)를 통해 우울증 진단 척도를 소개했다. 스스로 체크해본 뒤 메리지 블루가 단순 우울감을 넘어 심각한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볼 것.
부부 문제 전문가와 상담할 것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담소는 많지만, 어떤 곳을 가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때 추천할 만한 곳이 밝은희망 부부클리닉. 오랫동안 부부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온 전문가가 객관적인 심리 검사와 상담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한 뒤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부부가 함께 가면 더 좋다.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맞출 것 한방 정신 전문 한의원인 자하연한의원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결혼의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저하된 신체 기능을 원래 궤도로 끌어올려 스트레스를 이길 힘을 불어 넣는 것. 실제로 상담을 통해 처방을 받아 건강을 되찾은 후 긍정적인 마음 변화를 체험한 예비 신부가 상당히 많다.

 

에디터 이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