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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는 단색화다

LIFESTYLE

한국과 중국이 새로운 문화 교류를 앞두고 있다. 물론, 여기서 주역은 단색화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의 ‘Tranquility 5-IV-73 #310’.

단색화 열풍이 여전하다. 베니스 비엔날레, 보고시안 재단에 이어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Powerlong Art Museum)에서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전이 11월 8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김환기를 필두로 권영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 국내 단색화 거장이 총집결해 100점이 넘는 작품이 한곳에 모이는 전시. 유례없는 한국 추상미술 작품의 총집합이기에 더욱이 이목을 끈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작가들인 만큼 그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김환기. 연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해온 그는 말이 필요 없는 유명인사다. 절제된 형식으로 서정적인 멋을 표현, 그만의 미술 세계를 확고히 다져 작고 후에도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연작으로 일명 ‘점 찍는 작가’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우환은 점을 찍으며 행위와 매체를 연결하는 주제를 연구해왔다. 모노하 운동으로 한국과 일본 미술계를 이어준 그는 단색화를 전 세계 미술 애호가에게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기도. 단색화를 말할 때 박서보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1 권영우의 ‘Untitled’.
2 하종현의 ‘Conjunction 17-301’.

반복적으로 선을 그으며 마음을 비워내서일까? 그의 캔버스에선 간결함과 단아함이 두드러진다. 이는 대표작 ‘묘법’ 연작에서 극명히 나타나는데 마침 이번 전시에 ‘묘법’ 연작 중 하나인 ‘Ecriture(描法) No.18-81’을 출품한다니 기대해도 좋다. 앞선 작가들과 달리 정창섭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그는 작품에 물감을 쓰지 않고 대신 한국 전통 재료인 닥을 물에 불리고 반죽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인내심을 담는다. 여기에 행위의 반복으로 고요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정상화, 두꺼운 물감을 마대 뒷면에서 밀어 넣어 독특한 외형을 창조하는 하종현 그리고 종이를 붙이고 찍고 자국을 내며 전통 재료의 현대화 가능성을 보여준 권영우가 힘을 더한다.

중국 전통문화의 전진, 현대미술의 발전에 앞장서는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

작품의 대다수는 한중 교류가 단절된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을 소개하는 걸 넘어 양국 간의 30년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관계의 시발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 또한 그간 단색화의 주 무대였던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이기에 더 큰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파워롱 미술관은 “이번 만남을 단순히 한국 추상미술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근대성’이라는 측면에서 양국 추상미술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연구하며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중 문화 예술 교류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한국과 중국 문화 교류의 새 역사를 쓰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