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SILK
아직도 실크 스카프를 여자의 전유물로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에르메스의 남성 실크 분야 디렉터 크리스토프 고누(Christophe Goineau)의 말에 귀 기울여라.

1 에르메스의 남성 실크 분야 디렉터 크리스토프 고누.
2 장기하와 얼굴들의 축하 공연.
3 에르메스 실크 믹스 행사 전경.
지난 9월 17일,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실크 믹스(#HermesSilkMix) 행사가 열렸다. 남성용 실크 스카프 프린트를 활용한 레코드 케이스와 타이 디자인으로 장식한 카세트테이프로 레코드 숍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가득 채운 행사로, 지난 8년간 남성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선보인 격조 높은 스카프와 런웨이 쇼에 사용한 음악을 함께 확인하며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리였다. 마드리드와 로마를 시작으로 뉴욕, 브뤼셀, 뮌헨을 거쳐 투어 중인 실크 믹스 행사를 위해 서울을 직접 찾은 에르메스 남성 실크 분야 디렉터 크리스토프 고누가 <노블레스 맨>을 만났다. 남성 스카프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음악, 그러니까 LP와 실크 스카프를 결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언젠가 남성 유니버스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과 이야기를 나누다 까레(carre′, 에르메스 사각 형태 스카프)가 LP 케이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것을 가지고 특별한 모험을 해보면 어떨까 농담처럼 주고받았고 실천에 옮기게 됐다. 런웨이 음악을 담당하는 티에리 플라넬도 합류했고. 사람들은 스카프를 고르고 선물하며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마치 음반 가게에서 LP를 고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의 특별한 기억도 이번 행사를 기획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 유형의 실크와 무형의 음악은 다른 오브제지만 이를 경험하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발현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케이스 안의 LP에 실제 음악을 담았나? 물론! 1년에 두 차례 남성 런웨이 쇼를 통해 선보인 스카프 패턴으로 LP 케이스를 완성했고, 그 패턴이 등장한 런웨이에 흘러나온 음악을 담았다. 베로니크와 티에리는 마치 록 밴드라도 된 것처럼 행사를 준비하며 흥겨워했다.
정사각 형태의 까레는 여성을 위한 스카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 남자들은 스타일링하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파리 남자들도 마찬가지다.(웃음) 정사각형 자체가 스타일링이 쉬운 형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가 제공하는 앱 실크 노트(Silk Knots)를 통해 다양하게 매듭짓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용(90×90cm)에 비해 남성용 까레는 10cm 더 크기 때문에 매듭짓지 않고 자연스레 늘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셔츠 차림은 물론 나처럼 맨투맨을 입었을 때도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에르메스의 남성용 까레는 여성 제품과 제조법에 차이가 있나?제조 방법은 동일하다. 하지만 실크에 프린트하는 스케치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스포츠, 기계, 건축 등 우리의 컨셉이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인지 충분하게 검토한 후 디자인한다. 설령 스케치가 끝나 제조 과정에 들어갔더라도 여성에게도 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오렌지 박스에 담지 않는다. 덧붙여, 스카프는 남녀를 불문하고 기분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판타지를 심어주려 한다.
실크의 근본적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컬러. 우리가 원하는 컬러를 고스란히 재현해낼 수 있는 소재는 역시 실크가 최고다. 착용감 또한 실크의 매력이다. 보드라운 이 소재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그리고 다른 소재와의 혼방도 쉽다. 캐시미어와 혼방한 제품을 추천한다.
이번 시즌 실크 컬렉션의 메인 테마는 무엇인가?공교롭게도 실크 믹스 행사와 부합하는 음악을 메인 주제로 완성했다.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 그리고 다양한 악기와 기계 등을 스카프와 타이에 이식했다. 압생트 그린과 에르메스 레드(보르도에 가까운 색) 컬러 팔레트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레디투웨어 의상에서도 이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패턴을 경험할 수 있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