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계획은 디지털 다이어트
웰빙의 새로운 조건으로 떠오른 디지털 다이어트를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봤다. 과연, 달라진 게 있을까?

1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칭하는 스몸비. 이들의 등장으로 안전사고 발생 비율도 높아졌다.
2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3 에디터가 소장한 디지털 기기. 노트북, 블루투스 이어폰 그리고 스마트 워치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는지?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지 않았는데, 진동을 느끼는 착각 말이다. 만약 이런 일을 경험했다면 당신은 이미 스마트폰 중독일지 모른다. 공인된 질병은 아니지만, ‘유령진동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8명이 경험할 만큼 흔한 중독 증세다. 이처럼 현대인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 5월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2011년 8.4%에서 2017년 19.6%까지 증가했으며,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 왜? 이미 길거리는 ‘스몸비’에게 점령당했으니.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친 신조어로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을 말한다. 2016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무단횡단 및 스마트폰 사용 실태 조사 최종보고서’에서 전체 응답자 중 31.6%가 ‘보행 중 횡단보도 또는 어디서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16.4%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경험을 토로했다. 앞을 보고 걷지 않으니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것.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정책도 등장했다. 한국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지 말자’는 경고문을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바닥에 붙였으며, 미국 워싱턴, 중국 충칭, 벨기에 등은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 보행 도로나 가이드 선을 설치해 스몸비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다. 법적으로 제재하는 나라도 있다. 2017년 말, 미국 하와이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산만한 보행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제 하와이에서는 횡단보도나 도로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15달러에서 최고 99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거북목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 안구 건조 및 피로 증상, 불면증 등 스마트폰이 유발하는 질병도 여럿이다. 역시 원인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동 패턴. 그래서일까? 요즘 ‘디지털 웰빙’을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디지털 다이어트’가 성행 중이다. 에디터의 덕목은 빠른 트렌드 파악. 마침 긴 연차가 생겨 5일간 디지털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4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새로운 방법, 디지털 다이어트.
5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사뭇 달라진 지하철 풍경. 대다수 탑승객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6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스크린 타임에서 에디터의 디지털 다이어트 전후 기록을 캡처했다. 기록을 보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현 상황부터 파악했다. 에디터가 매일 소지하는 디지털 기기는 스마트폰, 이북리더기, 블루투스 이어폰, 출시 5분 만에 매진돼 힘들게 손에 넣은 스마트 워치까지 4개, 여기에 때에 따라 태블릿PC와 노트북을 추가로 들고 다닌다. 디지털 기기를 빼면 가방에 있는 물건은 지갑과 파우치 정도로 단출하기 짝이 없음에도, 중독자가 아닌 얼리어답터라는 핑계를 대며 이 모두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5시간이니, 이쯤 되면 스스로가 봐도 중독자다. 과잉 사용자로서 한 번에 모든 걸 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현실적인 범위를 설정했다. 대상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2시간’으로.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 첫날, 아침 식사 풍경부터 달라졌다. 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는 대신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책도 이북리더기로 읽은 터라 종이의 건조한 질감도 오랜만에 느꼈다. 2시간 정도 책을 읽자 지루해져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마음의 양식을 쌓고 땀도 흠뻑 빼고 왔는데, 시간은 고작 오후 1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 시간이 금세 갔는데’, ‘예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지?’라는 온갖 허무함이 밀려왔다. 손이 근질근질했다. 뉴스, 영화, 쇼핑몰, 게임 등 콘텐츠 천지인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보고만 있자니 답답하기까지 했다. 유혹을 이겨내고자 할 게 없나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켰다. 이렇게 첫날은 목표였던 2시간을 초과한 ‘2시간 30분 사용’이라는 알람과 함께 마무리했다.
둘째 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할 만한 건 독서와 운동뿐. 디지털 다이어트 돌입 이틀 만에 400페이지짜리 책 2권을 독파했다. 어제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염려되어 스마트폰을 멀리 치워버렸지만, 유령진동증후군에 시달리는 등 마음은 여전히 네모난 그것에 얽매여 있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밖으로 나가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도 인터넷으로 구매했기에 내용을 살피지 않고 작가 위주로 골랐는데, 책을 먼저 펼쳐볼 수 있는 서점에 오니 다양한 장르가 눈에 들어왔다. 책한 권을 구매한 뒤 카페에서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블루 스크린에서 벗어난 삶, 슬슬 눈의 피로가 가시기 시작했다.
외출한 효과가 있었는지, 셋째 날부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덩달아 SNS에서도 자유로워져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가졌다. 잊고 지낸 취미 생활도 기억났고,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던 습관도 버렸다. 마지막 날에는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어서. 지하철 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고, 심지어 몇몇 사람은 화면을 보는 데 집중하느라 목적지에서 허겁지겁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다 싶어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지인과의 만남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신경 쓰지 않으니 자연스레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5일간의 다이어트를 마치고 얻은 결과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 1시간 내외, 책 4권 독파, 영화 1편 감상, 매일 1시간 30분 운동, 여유, 평안한 마음 그리고 에디터의 고질병인 안구건조증과 손목 통증 완화’다.
솔직히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 일체를 끊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용을 ‘줄이는 건’ 충분히 가능한, 그리고 해볼 만한 일이다. 건강 증진을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다이어트처럼, 디지털 다이어트도 매한가지다. 디지털 사용을 조절하면 몸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따라오니 말이다. 특히 지난날의 에디터처럼 화장실 갈 때도 스마트폰을 챙긴다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다이어트는 필요가 아닌 필수다. 신년 목표로 디지털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독자를 위해 구글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 대니얼 시버그가 제시한 ‘성공적 디지털 다이어트를 위한 4단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디지털에 중독되어 있음을 자각하자. 그다음인 2단계는 불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상자에 담고 사용 기간을 제한하는 해독 작업이다. 디지털에서 벗어난 현실을 되돌아보고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건강하게 재정립하는 3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요요 현상을 예방하게끔 디지털 웰빙을 습관화할 것.”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