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변경(影島變更)
부산에서 가장 큰 도서(島嶼)인 영도의 풍경은 근래 SNS에서 ‘힙한’ 게시물의 배경 사진이 되고 있다. 낡고 빛바랜 도심이 젊고 감각적인 센스와 충돌해 짜릿한 감성을 자아내는 카페와 문화 공간은 오래된 도시 영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래서 지금, 영도로 간다.

영도 바다와 남항대교를 바라볼 수 있는 손목서가의 테라스.
일상이 소설_ 손목서가
일상의 작은 우연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가령, 영도 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흰여울문화마을길을 걷다 ‘손목서가’ 같은 서점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시사만화가이자 사진가인 손문상과 시인 유진목 부부가 낡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작은 서점은 커피를 볶아 내리고, 글루바인을 직접 끓이며 주전부리인 매실과 말린 과일을 담아 내는 것까지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책. 보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부부의 바람이 서점 곳곳에 묻어 있다. 페이지와 함께 책의 글귀를 적은 종이를 책장 여기저기 붙여 사람들이 책을 한 번이라도 더 펼쳐 보게 한다든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선별하는 것이나 매달 작가와 함께 낭독회를 기획하고 비정기 공연을 여는 것 등이 그렇다.

1 글루바인과 과일.
2 시집과 잡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한 손목서가.
그러니 활자보다 이미지의 시대에 살며 책을 펼쳐 읽는 대신 카메라로 찍는 것이 더 익숙한 이라도 손목서가에 들르면 꼭 책 한 권을 펼쳐보시길.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가급적 사서 읽을 것을 권한다. 일상이 소설이 되는, 그 기막힌 영도 바닷가의 풍경을 펼쳤다 접어가며 머물 수 있는 서점의 시작은 손문상 . 유진목 부부가 했지만, 이곳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과 위안은 우리 모두의 힘으로 유지될 테니 말이다.
ADD 부산시 영도구 흰여울길 307
OPEN 11:00~일몰

부산항대교와 부산항, 부산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 비토닉.
The Beauty Inside_ 카페 비토닉
거칠고 투박한 항만 산업 시설 속에 이처럼 상큼하고 화사한 민트색 옷을 입은 카페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고, 카페 통유리 창으로 들어오는 부산만의 절경에 또 한 번 놀란다. 브랜드 종합 컨설팅 회사 ‘팔볼트(8v)’는 부산항의 산업 경관을 재해석해 선박과 보트를 건조하는 ‘제일엠텍’ 건물 6층에 부산항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카페 비토닉(Cafe B.Tonic)’을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특히 곧 오픈할 7층 루프톱에 올라가면 거칠 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부산만을 비롯해 오륙도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군데군데 흩어진 선박과 산업 시설조차 절경의 일부로 받아들인 만큼 탁 트인 뷰를 자랑한다.

3 비토닉 클래식과 말차 라떼.
4 밀푀유와 레몬 드리즐 케이크, 카페 라떼.
비토닉(B.Tonic)은 ‘부산(Busan)’, ‘바라보다(Bara Boda)’에서 딴 이니셜 B에 ‘활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뜻하는 ‘토닉(tonic)’을 붙여 지은 이름이다. 밀푀유와 몽블랑 페이스트리, 레몬 드리즐 케이크 등의 빵, 모카포트 커피 시럽을 베이스로 한 비토닉 클래식과 일본 말차를 사용한 말차 라테 등의 음료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카페 비토닉의 성공적 오픈에 힘입어 건물 앞 1층, 1만m2 규모의 주차장은 2020년까지 영도의 랜드마크가 될 도시 재생을 위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계속 생겨날 것 같다.
ADD 부산시 영도구 해양로247번길 35 6층
OPEN 11:00~23:00
INQUIRY 051-997-4484

5 에티오피아 핸드 드립 커피와 말차 테린.
6 창밖으로 대나무와 소나무가 보이는 신기숲 카페.
신비롭고 신기한_ 신기숲 카페
2017년 11월에 오픈한 ‘신기산업 카페’가 영도 앞바다의 전경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곳이라면, 작년 7월에 오픈한 ‘신기숲 카페’는 대나무 숲 한가운데에 오롯이 잠긴 곳이다.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초록, 대나무와 소나무 일색이다. 오전부터 찬란하게 내리쬐는 햇볕의 하이라이트가 숲을 뚫고 카페 공간 깊숙이 뻗으면 더욱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대표는 신기산업 카페를 찾는 손님을 위해 별도의 주차 공간을 알아보다 바다를 보며 하늘로 죽죽 뻗은 대나무 숲 전경에 매료되어 신기산업 카페 2호점으로 신기숲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카페 건물은 원래 1993년에 개원했다가 지금은 문을 닫은 산새소리유치원. 가끔 SNS를 통해 유치원 졸업생이 남다른 감회를 전해오기도 한다고. 말차 테린, 코코넛 피낭시에, 크루아상 등 카페 파티시에가 직접 만든 디저트와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의 원두를 쓴 핸드 드립 커피, 수제 바닐라 라테, 히비스커스 티 등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카페로 건물을 개조할 때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 늘어진 대나무를 쳐내지 않고 건물 벽을 뚫어 안팎으로 대나무를 들인 것이 카페의 매력. 우리에게 익숙한 무민 캐릭터 제품을 비롯해 각종 선물용품과 포장 제품을 제조하는 신기산업이 신비롭고 신기한 카페로 사람들에게 영도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
ADD 부산시 영도구 와치로 65
OPEN 12:00~23:00, 월요일 휴무
INQUIRY 051-414-7774

7 북항이 내려다보이는 카페드220볼트의 루프탑.
8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가구로 꾸며진 카페 내부.
목욕탕 굴뚝에 피어오른 커피 향_ 카페드220볼트
1980년대에 지은 낡고 오래된 목욕탕 건물이 앤티크와 인더스트리얼 컨셉의 카페로 재탄생했다. 조명, 빈티지 가구를 판매하는 ‘아트앤크래프트’와 커피 회사 ‘커피 디스커버리’가 협업해 만든 ‘카페드220볼트(cafe´ de 220volt)’는 도시 재생 사업에 관심이 많은 두 회사가 영도에 보다 많은 사람이 유입되길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 두 회사의 만남이 마치 전기뱀장어가 일으키는 스파크의 강렬함과 같다 하여 V 이니셜에 전기뱀장어가 똬리 튼 형상의 카페 로고가 인상적이다. 커피 회사의 협업으로 음료에 대한 아이디어도 수준급이다.

9 꿀자몽 세트와 호두피칸 타르트.
10 흑당 커피와 소시지 크루아상.
얼린 우유를 황동 잔에 내는 흑당 커피, 컵 가장자리에 설탕을 뿌린 슈거 볼케이노, 고소하고 달콤한 맛의 화이트 누가 라테, 달콤한 자몽을 통째로 즐길 수 있는 꿀자몽 세트 등. 또 크루아상, 타르트, 브라우니, 각종 식빵류 등은 일부러 빵을 먹기 위해 카페를 찾을 정도로 인기 있다고. 이곳 루프톱에서는 봉래산 산자락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선 주택가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무역항인 북항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ADD 부산시 영도구 하나길 807
OPEN 10:00~23:30
INQUIRY 051-412-7082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