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FFICE
누군가의 일터가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여행 스폿이 되기도 한다. 도심 속 거대한 아마존부터 현실판 레고하우스까지. 떠나고 싶은 욕구에 불을 지피는 세계 본사 6곳의 여행기를 모았다.

거대한 도심 정원, 아마존 본사
지난해 1월, 아마존이 사옥을 일반에게 공개한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 드림 오피스로 알려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수의 IT 기업이 훌륭한 업무 환경으로 대대적 홍보를 하는 데 비해 실제로는 보안상 문제 때문에 방문객을 들이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3개의 유리 돔 형태로 설계한 아마존의 신사옥 아마존 스피어스는 IT업계 종사자가 아닌 여행자에게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곳을 설계한 건축 회사 NBBJ는 영국 큐 가든의 기획 초기 단계에 참여했고, 미국 위스콘신주에 자리한 미첼 파크 식물원 등 다양한 온실 형태와 기능을 연구한 바 있다. 이는 허울 좋은 사무실 정원과는 차원이 다름을 방증한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0여 종, 4만 개의 식물을 채운 거대한 구 안으로 들어서면 선선한 온도와 습도에 절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 사이사이에 철제 계단이 이어져 기묘한 느낌을 주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는 새 둥지처럼 생긴 회의 공간은 더욱 신비롭다. 무인 상점으로 된 아마존 고에서 앱으로 물건을 사는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_ 박선준(프리랜스 엔지니어)

업무도 하고 여행도 하고, 에어비앤비 본사
평소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즐겨 찾는 이유는 그곳 현지인의 삶이 궁금해서다. 암스테르담의 아티스트가 사는 집은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오키나와의 패션 사진가가 머무는 집의 풍경은? 바르셀로나에 사는 평범한 할머니의 일상은? 이 사소하고도 위대한 호기심을 나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곳에 직접 머무는 것으로 해소한다. 이번에는 에어비앤비 직원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세계의 여행 패러다임을 바꾼 그들의 업무 환경은 어떨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본사는 실리콘밸리 출신 IT 기업이 다수 밀집된 미션 지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이 전 세계 에어비앤비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은, 각 층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토, 자이푸르, 암스테르담 등 이국적인 도시 컨셉을 부여해 그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았기 때문이다. 분위기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카페 스타일이나 도시 특유의 컬러, 지역 문화에서 가져온 패턴이나 재료를 가미하는 등 디테일을 더한 점이 돋보이며 층 간 이동만으로 여행하는 재미를 준다. 실제 에어비앤비 호스트 공간을 재현한 회의실도 여행 욕구를 부추긴다. 여행업에 종사하면 여행이 싫어지지 않을까? 평소 지니고 있던 의문이 오답과 편견임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_ 전희란(에디터)

유쾌한 햄버거 실험장, 쉐이크쉑 본사
쉐이크쉑 본사에 가기로 한 건 순전히 햄버거 때문이다. 세상의 햄버거를 다 먹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햄버거를 향한 못된 집착 때문에. 작년 9월, 뉴욕맨해튼에 문을 연 쉐이크쉑 신사옥 1층에 쉐이크쉑 테스트 키친이 들어섰다고 했을 때, 망설일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내 손엔 뉴욕행 비행기표가 쥐여 있었으니까. 세련된 빌라와 명품 숍이 사이좋게 들어서 있는 감각적인 동네 웨스트빌리지의 오래된 벽돌 건물을 사용하는 쉐이크쉑 본사 1층, ‘SHAKE SHACK innovation kitchen’에서는 쉐이크쉑 기존 메뉴에는 없는 실험적 메뉴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쉐이크쉑 이노베이션 키친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무인 계산 키오스크가 나타난다. 수시로 바뀌는 메뉴를 업데이트하기 좋은 시스템이다. 고기가 아닌 패티, 채소 베이스의 디시, 참깨로 만든 밀크셰이크를 쉐이크쉑 메뉴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셰프 군단이 본격적으로 요리하는 모습 또한 햄버거를 만드는 주방에서 볼 수 없는 생소한 풍경이었다. 실제로 직원들의 구내식당으로 활용한다는 이 공간에서 햄버거 전문가와 함께 식사하는 순간이 왠지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언젠가 맨해튼의 그 실험적 레스토랑에서 맛본 햄버거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_ 새봄(셰프)

디자인에 머물다, VIPP 본사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하는 까닭에 해외 기업 사옥을 둘러보는 일이 잦다. 대개 창의적 공간 구성에 능한 회사라 사옥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덴마크 브랜드 빕(VIPP) 본사는 오래된 인쇄소 공장을 개조해 만든 사옥이다. 1층부터 3층은 본사 사무실로 쓰고, 4층은 오직 한팀만 묵을 수 있는 호텔로 꾸몄다. 직원들은 브랜드에서 직접 디자인한 조명과 테이블, 의자, 액세서리, 그리고 빕에서 특히 인기 높은 쓰레기통 등을 집기로 사용하는데, 이는 일상에서 사소한 사치를 누리면서도 제품의 개선점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중 하나다. 가장 놀라운 건, 건물 내부의 커다란 마당 건너 마련한 자그만 클래식 콘서트홀. 시간이 엇갈려 볼 수 없었지만 여기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프라이빗 연주회가 열린 적도 있다. 3대를 이어가는 가족 경영 회사 특유의 유대 관계와 일관된 컨셉이 업무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_ 마재철(편집숍 이노메싸 대표)

레드불의 문화 집합체, 레드불 본사
잘츠부르크에서 약 20km 떨어진 푸실(Fuschl) 이란 생소한 마을에 여행자가 모이는 까닭은 레드불의 본사 때문이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건 XTM의 <탑기어 코리아>를 준비하면서다. 윙슈트, 경비행기, 자동차 묘기 등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한 레드불은 사람이 주체가 되어 도전과 모험을 기꺼이 즐기는 쿨한 기업. ‘감히? 설마?’ 이런 의문을 놀라운 희열로 화답하는 레드불 본사에 갔을 때 선명하게 남은 기억은 사실 이탈리아 출신 조각가 조스 피크너가 설계했다는 화산 형태의 웅장한 건축물 외관보다, 그 안에서 만난 기프트 숍이었다. 키링부터 드라이빙 슈즈, 자동차 액세서리, 닥터 드레와 협업한 헤드셋, 손전등 등 레드불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굿즈를 한데 모은 기프트 숍만으로 본사를 방문할 가치가 있다. 레드불 리미티드 에디션에 둘러싸인 행복감에 제작진과 MC 김진표의 혼이 쏙 빠졌던 기억이 난다. 자동차 배기관 모양으로 디자인한 회의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직원들의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_ 김영화(올리브 TV 프로듀서)

궁극적 레고의 집에 입성하다, 레고하우스
덴마크 빌룬트에 위치한 레고하우스는 레고 그룹의 본사 겸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코펜하겐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비야르케 잉에르스가 이끄는 건축 그룹 BIG에서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된 공간. 그야말로 거대한 레고 왕국이다. 총면적 1만2000m2의 건물 내부를 2500만 개의 브릭으로 꾸몄으며, 체험 존에서 볼수 있는 사무실 공간으로도 확장했다. 바닥에 레고의 기본 색상인 빨강, 초록, 파랑을 비롯한 쨍쨍한 컬러가 깔려 있고, 캐비닛과 선반 곳곳에는 레고 모형이 놓여 있다. 레고 직원 프로필은 각 직원의 캐릭터 맞춤형 미니 레고로 구성되어 있다. 레고 본사가 자리한 덴마크의 빌룬트는 그야말로 동화 <피터팬> 속 네버랜드 같은 곳이었다. 건축설계가 업이지만 어떤 기업의 사옥을 벤치마킹할 때도 레고하우스에 입성할 때처럼 설레고 흥분된 적은 없었다. 레고하우스 곳곳을 훑어본 뒤, 레고가 단순히 장난감 회사가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이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잉태한 비결은 기존 블록 시스템에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더했다는 점 때문인데, 이러한 경험과 재미가 바로 이곳에 응축돼 있었으니까. 이런 꿈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기분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_ 이재원(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 실장)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