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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과 비범 사이

ARTNOW

브릿지컴퍼니가 기획하는 뷰티 브랜드 정샘물의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 ‘플롭스 인 아트’. 그 세 번째 전시를 여는 홍성준이 오는 3월 23일까지 < Window-Screen >전을 진행한다. 그곳에서 만난 작가의 자신감, 당참 그리고 젊은이의 패기.

‘Web’ 시리즈 앞에 선 홍성준 작가.

이번 전시 < Window-Screen >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홍성준의 회화 전시?

지난 개인전과 차별점을 짚어주실 줄 알았는데, 설명이 굉장히 간단하네요. 화이트 큐브가 아닌 플래그십 스토어 정샘물 플롭스에서 열린다는 게 가장 다르죠. 아무래도 전시 공간의 성격은 중요하니까요. 장소가 색다른 만큼 다양한 사람이 온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생겼죠.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컸어요.

작품이 깔끔해요. 평소에 디자인 같다, 그래픽 같다는 이야기 꽤 들으셨죠? 많이 들어요. 한번은 “회화적으로 풀어보면 어떻겠냐”는 평을 들어서 다른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 깔끔한 화면이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했는데, 이제는 제 성향이다 싶어서 바꾸려고 애쓰지 않아요.

그런데 ‘회화적’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주관적이지 않나요? 회화적으로 풀어보라는 말을 들으셨을 때 꽤 고민이었겠어요. 고민해봤는데 저에게 회화적인 건 화면의 이미지가 아닌 ‘물성’이에요. 물감의 마티에르, 농도 그리고 붓 터치 같은 재료 본연의 성질요. 재료는 작가에게 하나의 무기와 같죠. 화면 위에 재료의 성질이 차곡차곡 쌓이면 보는 재미를 만들고 관람객에게 시각적 풍부함과 다양한 감상법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요. 또 작품을 마주하는 거리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죠. 이런 게 회화의 강점이자 회화적인 게 아닐까요? 회화는 실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힘은 전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죠.

Untitled,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163×163cm, 2011

작가님 말대로 가까이에서 보니 캔버스의 테두리 마감과 화면에 얇게 올라간 글리터 등 디테일이 가득하네요. 붓 터치에도 섬세한 강약 조절이 보이고요. 직접 보지 않으면 놓칠 뻔했어요. 특히 한 번의 붓 터치로 완성한 ‘터치’ 시리즈에서 그 물성이 도드라져요. 그렇게 봐주시면 저야 고맙죠. ‘터치’는 한 번에 완성되는 만큼 붓 터치도 살아 있고 즉흥적 성격도 짙어요. 일종의 공식이 있었지만 물감들이 그 규칙을 깨버렸죠. 제가 예상한 모습과 다르게 나올 때가 많았지만 우연적 결과물이 더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물감과 화장품의 물성이 꽤 닮지 않았나요? 이번 전시와 어울리는 시리즈라 많이 신경 썼어요.

한 번의 터치로 작품이 완성되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버리는 것도 많았겠네요? 그렇죠. 수많은 시도를 하고 그중 한 장을 건져요. 한 번에 나온 건 재미가 없잖아요. 제가 봐도 ‘이거 어떻게 했지?’라는 호기심이 드는 것만 작품화해요.

작가님의 회화 작품은 평범한 일상에 기반을 두었다고 들었습니다. 한창 무슨 작업을 할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카메라를 들고 등산을 다니고, 전시도 보러 다녔죠. 그런데 막상 전시장에 가니 작품보다는 관람객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람들은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현학적인 작품을 다 이해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들을 관찰하다 일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전시를 볼 때나 친구를 만날 때,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순간을 앵글에 담고 사진으로 아카이빙해요. 똑같은 장면이라도 사진으로 보면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찍은 사진을 쭉 펄쳐놓고 조합해가며 적절한 것을 꺼내 써요.

모든 사진이 작품이 되는 건 아닐 텐데, 그중에도 눈에 띄는 게 있던가요? 물론 시각적인 조합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만 특별한 건 아니에요. 비록 어수선한 풍경일지라도 그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좋은 사진이 되고 작품에 쓰이죠.

‘Untitled’에 텍스트를 사용하셨어요. 보통 텍스트는 해석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사용하기 조심스러운 소재가 아닌가요?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텍스트를 사용해요. 예전에는 빨간색을 쓰는 등 더 직설적이었지만 요즘은 옅은 색이나 양각으로 표현해 그 모습을 감추고 있어요. ‘Untitled’에 적힌 텍스트는 메시지 외에도 다른 역할을 수행해요. 벽에 걸린 작품은 제가 찍은 사진인데, 사진 안에 있던 사람과 소품을 밖으로 꺼냈어요. ‘그림 속 그림’이라는 개념이죠. 사진 속 요소를 밖에 배치해 캔버스에 안과 밖이라는 공간감을 부여하지만 하늘에 텍스트를 적음으로써 다시 회화의 평평함을 획득해요. 텍스트 사용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많은 소스가 있어야 작품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요.

Watching yellow line,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73×53.5cm, 2017

Watching Series, 캔버스에 혼합 매체, 40×40×40cm (Triangle), 40×40cm, 2017

국내에서 열리는 젊은 작가의 전시에 빠짐없이 참여하셨더군요. 게다가 2017년과 2018년에는 크리스티 홍콩이 선정한 한국의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10인에도 이름을 올리셨죠. 여기저기서 홍성준을 찾는 이유를 스스로 답한다면요? 자화자찬도 좋습니다. 글쎄요. 진짜 대답하기 어려운데요?(웃음) 한 가지 확실한 건 찾아주시는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잘’하려고요. 지금보다 더 잘돼야죠.

그렇다면 홍성준은 어떤 작가인가요? 저를 바라보는 사람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관람객이 제 작품을 서양화로 받아들이면 서양화가 홍성준, 깔끔한 면 분할이 인상적이었다면 그림 깔끔하게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니는 거로 보아, 다음 작품에서 단단히 한몫할 느낌인데요? 정확해요. 앞으로는 디지털 매체인 카메라를 사용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출 거예요. 그렇다고 디지털 프린팅을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작품 제목을 ‘.jpg’ 같은 디지털 파일명으로 지어볼까 구상 중인데, 여기까지 말씀드릴게요. 오는 9월 연남동 라흰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예정인데, 직접 오셔서 확인하는 걸 제안하고 싶습니다.

 

홍성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63아트뮤지엄, Fnart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크리스티 홍콩 한국현대미술특별전 경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10인의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에 선정됐다. 최근 정샘물의 아트 프로젝트 ‘플롭스 인 아트’의 작가로 선정된 그는 3월 23일까지 정샘물 플롭스에서 < Window-Screen >전을 연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정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