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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ollective]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디아이에스

ARTNOW

뉴욕의 대표적 아티스트 컬렉티브 DIS는 말한다. 개인이 모인 ‘우리’와 ‘컬렉티브로서’ DIS는 별개라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그러나 느슨하게 활동하지만 그 어느 그룹보다 강력한 연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이 잘나가는 컬렉티브의 속성에 대해 말한다.

1 지난해 오픈한 dis.art를 통해 공개한 영상 작품 ‘The Restaurant’의 스틸 컷.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식문화를 보여준다.
2 라 카사 엔센디다 미술관에서 개최한 < Thumbs That Type and Swipe >전 작품 설치 전경.
3 지지난해 dis.art를 통해 공개한 ‘Live Promiscuously’ (2018년) 캠페인 이미지.

DIS
미술과 패션, 대중문화, 음악, 광고, 퍼포먼스, 파티 등을 아우르는 뉴욕 출신의 아티스트 컬렉티브. 작가, 매거진 에디터, 웹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해온 친구들이 모여 정체성을 확립한 이들은 작가나 기획자로서 여느 컬렉티브가 해내지 못한 독창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dis-’에서 이름을 따온 DIS는 작가, 매거진 에디터, 웹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활동했던 솔로몬 체이스(Solomon Chase), 로렌 보일(Lauren Boyle), 마르코 로소(Marco Roso), 데이비드 토로(David Toro)로 이루어진 4인조 컬렉티브 그룹이다(닉 스콜(Nick Scholl)과 패트릭 샌드버그(Patrik Sandberg), 새뮤얼 에이드리언 메시(Samuel Adrian Massey)는 탈퇴). 2010년 뉴욕에서 결성했고, 작가나 기획자로서 프리즈 아트 페어(2012)와 베를린 비엔날레(2016) 등에 참여했으며, 겐조와 레드불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결과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그룹 결성과 동시에 2010년 온라인 매거진 < DIS Magazine >을 발행했다. 동시대 미술에서 익숙한 ‘노동’이나 ‘사생활’ 같은 주제에 엉뚱한 패션 스타일링을 접목해 기존 패션지나 미술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2013년엔 스톡 사진 에이전시 ‘DISimages’를 설립했으며, 2014년엔 리테일 플랫폼이자 실험실로서 작가와 디자이너가 제작한 옷과 침구, 신발, 아트 오브제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DISown’을 오픈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초 이들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dis.art’를 열었다. 이는 비디오아트를 직접 제작·보급하는 플랫폼. ‘쿨한’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를 만들며 기존 미술과 차별화를 시도해온 DIS를 ‘컬렉티브 활동’에 초점을 맞춰 만났다.

< artnow > 독자 상당수가 2016년 베를린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으로서의 DIS를 기억한다. 하지만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2017년부터 몇몇 미술관을 통해 dis.art와 관련한 전시를 개최했고, 지난해 초 마침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0년, 우리는 컬렉티브를 비롯한 디자이너, 전시 기획자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 팀을 이루기 전에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지금은 더 가까운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다.

dis.art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자. 이 플랫폼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뭔가? dis.art는 연령과 관계없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독특한 다큐멘터리와 아트 시리즈를 생산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우린 이를 ‘비평적 엔터테인먼트’라고 여긴다. 급진적인 형태의 넷플릭스 같다고 할까.

4 DIS의 데이비드 토로와 마르코 로소, 로렌 보일, 솔로몬 체이스(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온라인 아트가 어떻게 기존 현대미술 신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그런 개념인가? 그보다 현존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조를 자세히 살피는 게 목적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는 ‘단순화’를 반대한다. 복잡성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고, 사물과 이야기를 연관 지어 어떻게 더 풍성한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한다. 현재 dis.art에서 우리가 천착하는 문제 중엔 정보 소비의 속성, 불평등, 시민 의식의 미래, 식량의 미래, 자본주의 이후의 세상 같은 것들이 있다.

5 < Thumbs That Type and Swipe >전에 소개한 ‘Dis edutainment Network’ 스틸 컷. 우리 삶을 지배하는 권력과 정보의 숨은 구조에 대해 말하는 영상 작품이다.

6 노동과 사회주의, 세금 문제에 대해 다룬 영상 작품 ‘XOXO Safety Net’(2018년) 스틸 컷.

DIS를 결성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여러 아트 페어, 그리고 기업들과 일했고, 이제 그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간의 활동을 돌아볼 때 컬렉티브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팀으로 일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좋은 의미에서’ 여전히 팀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래서 팀원 누구도 다른 방식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여럿이 함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라고 늘 4명으로만 활동하진 않는다. 많은 아티스트 친구들과 작업하거나 때론 낯선 이들과도 협업한다.

유독 패션 브랜드와 하는 작업이 많다. 거기에서 나온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도 많고. DIS에게 패션이란 무엇인가? 패션과 소비자의 취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건 우리 DNA의 일부다. 아니, 우리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우리는 예술과 패션, 마케팅 코드를 차용하기도 하지만 때론 그걸 버리고 작업한다. 또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갈 때도 많고. 마치 ‘샐러드 바’처럼 필요에 따라 각기 다른 코드를 취해 작업한다.

7,8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제기된 근로자의 ‘안정적 급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진 작품 ‘A Good Crisis’(2018년) 시리즈.

갑자기 든 생각인데, DIS라는 이름으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잖아도 곧 ‘dis.art’라는 라벨로 유니폼을 출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도 아티스트 컬렉티브가 늘었다. 물론 개중엔 오랜 시간 잘해온 팀도 있고 금세 사라져버린 팀도 있다. 예술가들은 왜 이렇게 집단을 이루려고 하나? 반대로 묻자. 우리는 현재 어떤 사회에 살고 있나? 바로 ‘네트워크 사회(networked society)’다. 우리가 주변인과 촘촘히 연결된 사회에 사는 걸 고려할 때 지금의 현상은 별로 이상한 게 아니다. 우리가 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작업의 상당 부분은 다른 이들과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우린 고립된 상태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주장을 믿지 않기에 콘텐츠 유통의 편리함이나 그보다 더 협력적인 접근법을 추구해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DIS를 창작자보다 제작자로 보는 이도 많다.

9 인간의 탐욕과 욕망 등에 대해 다룬 영상 작품 ‘Venus Monologues’ (2019년)의 스틸 컷.
10 2000년대 인터넷상에 유행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밈을 새롭게 구성한 영상 작품 ‘Obama Baroque’ 스틸 컷.

이전 활동으로 볼 때 ‘제작자’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럼 이 질문은 어떨까? DIS는 연대를 이루며 활동하는데, 이는 팀원 4명이 모두 함께할 때만을 뜻하나? 그간 DIS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개인 활동을 한 경험은 없나? DIS는 사실 개인이 모인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다. 우리는 DIS를 돌보고 감독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 가깝다. 따라서 DIS의 모든 작업은 하나의 개체인 DIS의 활동 범주나 시각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와 별개로 팀원 중에 아직 개별 작업을 한 사례도 없다.

컬렉티브로 활동하기에 뉴욕이란 도시는 어떤가? 얼마나 재능 있는 이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고, 또 어떻게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나? 우리는 여러 해 뉴욕에서 활동했고, 이곳에서 가장 두터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항상 멀리 있는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와 작업해왔다. 고로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여태껏 우리와 협업한 이들 중 상당수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11 ‘A Good Crisis’(2018년) 시리즈 설치 전경.
12 노동을 통해 얻는 보편적 급여에 대해 말하는 영상 작품 ‘UBI: The Straight Truvada’(2018년) 스틸 컷.

DIS는 전통적 방식의 전시보다는 새로운 플랫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술은 그리고 전시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리라 생각하나? 또 곧 열리는 당신들의 전시가 있다면 이전과 어떻게 다른지 소개해달라. 우리가 이제껏 보여준 것들은 모두 전시 그 자체보다 광범위한 맥락을 띠고 있다. 이는 우리의 최근 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드 영 미술관(de Young Museum)과 볼티모어 미술관(Baltimore Museum of Art), 마드리드의 라 카사 엔센디다 미술관(La Casa Encendida) 등에서 dis.art를 위한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는 우리가 dis.art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복잡한 사고로 관객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우린 이것이 미술관이라는 형식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라고 본다. https://dis.art에 접속해보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거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가 자리 잡는 내년엔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동 이미지 비엔날레(Biennale de l’Image en Mouvement)’의 큐레이션을 맡을 예정이다.

당신들이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들과 프로젝트를 이어가듯, 국적과 장르를 넘어선 유·무형의 컬렉티브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확장 중이다. 어떤 한 집단이 DIS를 동경하고 DIS처럼 이전에 없던 아트 플랫폼을 설립해 대중을 끌어들이고 싶어 할 때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 말하기 조심스럽다.(웃음) DIS는 오래전부터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과 협상하고 타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계속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며, 또 무엇보다 ‘지나치게 고상한 체하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됐나?

DIS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예술, 패션, 평화? 아니면 이 모든 것? 우리는 dis.art를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또 이를 통해 상업적 시스템이나 학계 밖 예술가를 후원하는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제공 D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