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뉴스’가 아니야
정치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뉴스가 아닌 삶이기 때문이다. 여기 세 권의 책이 당신의 정치 공부를 도울 것이다.

“저는 지금 학교에서 반장을 하고 있는데, 저희 반은 단결력이 없습니다. 아주 뿔뿔이 흩어져 있어요. 다들 멋대로 굽니다. 반장으로서 모두를 한데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974년에 출간한<권위와 권력> 내용 중 일부다.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 나다 이나다가 한 고등학생과 ‘권위와 권력’에 대해 문답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답은 권위의 여러 면을 살펴보게 한다. 문제를 느끼지만, 그 방법을 한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에게 ‘나’는 묻는다. 문제에 어떤 연결 고리가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지, ‘나’의 질문을 통해 학생은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대화가 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사상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책은 40년 전 출판해 전후 혼란기의 일본 정치 상황을 다루지만, 오늘날 한국 정치에도 적용할 만하다. 2019년 현재 한국에 사상의 혼란은 없지만, 여전히 거짓 권위와 권력이 가짜 뉴스라는 가면을 쓰고 새로운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정치와 일상, 우리 사회 곳곳의 권위와 권력의 속성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고 답하는 이 책에 40년이란 간극은 의미가 없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프레임’ 이론의 대중화를 이끈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책이다. 2006년 출간해 언어학 그리고 정치계 종사자의 필독서가 되었지만, 최근 상당 부분 보완해 개정판으로 나왔다. 저자는 책에서 “사고의 구조를 오래 지탱해온 개념은 인지 구조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 예로 든 것이 ‘프레임 이론’.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뇌에서 그와 관련한 프레임을 활성화한다. 예로, 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말하면 더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프레임은 활성화될수록 더욱 강해진다. 이 책은 프레임이 인간의 판단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의 정치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 “한국의 보수주의자여, 철학을 갖자. 한국의 진보주의자는 프레임으로 맞서자.” 물론 이는 반대 진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우리 사회에 ‘직장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진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 교수가 쓴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직장 갑질 현상’을 사회과학 언어로 분석하고 해결법을 모색한다. 그가 생각하는 직장 민주주의는 의외로 단순하다. ‘여직원들이 억지로 웃지 않는 것, 군대식 모델의 상명하복을 극복하는 것’. 이를 위한 해법도 과격하지 않다. ‘팀장 . 젠더 . 오너 민주주의’의 세 범주에서 제도 변화를 제안한다. 예로, 그는 ‘젠더 민주주의’를 설명하며 “1970~1980년대 형성된 군대식 남성 엘리트주의 의식을 현재까지 자랑스럽게 실현하는 건 한국에만 존재한다”며 이를 부수는 게 직장 내 젠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여성 간부를 늘리는 게 현재로선 궁극의 직장 민주주의라고. 그런데 직장 내 여성의 조건이 나아지면 역으로 남성이 불리해지진 않을까? 그렇지 않다. “여성의 처우를 개선하면 당연히 남성의 처우도 나아진다”는 주장.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직장 민주주의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사회의 행복도를 높인다. 직장 민주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조직의 실패를 줄이는 만큼 개별 기업만이 아닌 한국의 정치와 사회,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