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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지난 3월 22일,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가브리엘 샤넬부터 칼 라거펠트까지 아우르는 샤넬의 영원불멸한 매력과 시대를 초월한 현대성, 예술을 향한 찬미가 담긴 샤넬의 첫 번째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를 찾았다.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의 전경과 그랜드 오프닝의 리본 커팅 세레머니 현장.

지난 2월 19일, 패션계 거장이자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가 세상을 떠났다. 샤넬 하우스의 명성을 패션계의 우위에 올려놓는 데 큰공을 세운 칼 라거펠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많은 사람이 애도를 표했다. 슬픔을 승화한 채, 샤넬은 이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준비와 기대로 분주하다.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의 전경과 그랜드 오프닝의 리본 커팅 세레머니 현장.

이런 행보 중 하나가 국내 최초의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이다. 샤넬의 열 번째 국내 부티크로, 전설적 패션 하우스의 입지를 국내에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는 샤넬의 오랜 친구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설계했다. 그는 거침없는 창조성, 노하우, 뛰어난 소재라는 샤넬의 코드를 건축과 실내 디자인에 유감없이 반영했다. 부티크 안에 들어서자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의 파리 아파트에 온 듯한 아늑함이 느껴진다.

샤넬을 상징하는 블랙과 화이트, 골드 컬러로 완성한 플래그십 부티크의 전경.

7층 규모의 신축 건물은 1830㎡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샤넬의 레디투웨어, 핸드백, 슈즈, 커스텀 주얼리, 아이웨어 그리고 선별한 향수를 선보이며. 워치와 하이 주얼리를 위한 독립 공간이 자리한다. 1층에는 시즈널 핸드백과 스몰 레더, 워치, 하이 주얼리 등이 유리 장식장 안에 진열되어 있다. 빛나는 화이트 스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전용 슈즈 살롱 옆에 다양한 액세서리와 핸드백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티크는 개방형 레이아웃으로 고객의 눈이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4층의 프라이빗 리셉션 룸.

3층은 레디투웨어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시즈널 핸드백과 슈즈를 스타일링해 토털 룩으로 선보인다. 커스텀 소파는 물론 엄선한 앤티크가구까지 고루 갖춰 머무르고 싶은 편안한 분위기로 꾸민 점이 특징이다. 4층은 프라이빗한 리셉션 룸, 그 위층과 테라스는 특별 행사와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부티크 외관은 용암석과 블랙 글라스로 이루어진 올 블랙으로, 밖에서 보면 불투명하지만 어두운 외부 유리를 통과해 들어온 햇살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외관에서 입구까지 같은 소재의 돌을 깔았는데, 이는 외관의 용암석이 회색 석재로 변하면서 내부로 이어지도록 의도한 것. 부티크 바닥 전체는 가브리엘 샤넬의 파리 아파트가 연상되는 석조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한층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블랙과 화이트, 아이보리로 이루어진 단색 팔레트로 공간을 구성했으며, 중앙에 제품을 진열해 더욱 돋보이게 했다.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가브리엘 샤넬이 이룬 예술 후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부티크의 벽을 인상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장식한 점! 현대 예술가의 작품 31점은 샤넬의 전설적 아이콘과 더불어 부티크의 디자인을 빛내는데, 건축가 피터마리노가 직접 선별했다. 부티크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파블로 레이노소(Pablo Reinoso)의 작품 ‘숨 쉬는 단색의 벽’이 눈길을 끈다. 팬 모터가 달린 유니크한 패브릭 쿠션은 갤러리 입구에 바로 붙어 있어 샤넬의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공간 건너편에는 금박 진주 비즈를 목재에 설치한 파올라 피비(Paola Pivi)의 작품 ‘무제’가 걸려 있다. 이 두 작품은 서울 부티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3D 형태로, 샤넬 패션과 어울리도록 재료와 질감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코너를 돌자 공간과 잘 어울리는 이불, 강익준, 이우환의 작품이 걸려 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공간의 특징을 살려 작업하는 독일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Gregor Hildebrandt)의 작품 ‘사운드 배리어(Sound Barrier)’가 자리한다. 레코드를 압축해 만든 오브제를 장식한 벽으로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그가 그린 가브리엘 샤넬의 초상화도 우아한 모습으로 공간을 내려다보고 있다. 3층 곳곳에 놓인 예술 작품은 앙드레 & 미셸 헐레(Andre′ e & Michel Hirlet)의 유약 바른 석조 조각, 나무에 혼합 매체를 사용한 강익중의 ‘작은 산들’(2013), 알루미늄에 오일 젯소로 그린 이드리스 칸(Idris Khan)의 ‘파크’(2014) 등으로 다양한 소재와 질감으로 표현했다. 바닥은 천연 소재의 맞춤형 카펫을 깔아 뉴트럴 톤으로 완성, 공간에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넓은 피팅 룸에서는 캐나다 추상 미술가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석판 작품과 레미 마르코비치(Re′my Markowitsch)가 캉송지(Canson Paper)에 잉크로 그린 흑백 추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4층의 프라이빗 리셉션 룸에서도 큐레이터 컬렉션은 계속된다. 피터 마리노의 브론즈 박스 조각, 앤드루 로드(Andrew Lord)의 브론즈 조각, 네드 베나(Ned Vena)의 선형 회화까지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에 휩싸인다. 샤넬 고객들은 단지 제품만 보기 위해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를 찾지 않는다. 샤넬 제품을 만나는 동시에 특별한 서비스를 누리고, 하우스 고유의 우아함과 현대성, 브랜드의 정수를 탐색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이곳에서 누린다. 이와 함께 매장 곳곳을 장식한 현대 미술 컬렉션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당신을 감동시킨다.

Interview with Peter Marino
샤넬의 첫 번째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 설계를 맡은 미국 건축가 피터 마리노. 천재적 감각으로 샤넬이 오랜 세월 고수해온 가치와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그 특성에 맞게 건축을 구상한 피터 마리노에게 샤넬과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의 면면을 물었다.

건물은 목적에 맞게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샤넬 플래그십을 디자인하면서 샤넬 정체성의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었는지, 또 이런 점이 매장에 어떻게 반영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 플래그십은 샤넬의 부티크 역사상 첫 올 블랙 건물로, 강렬한 외관이 압구정 로를 향해 드라마틱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서울은 최첨단 도시지만, 제겐 꽤 거칠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외벽은 라바스톤과 검은 유리로 거친 질감과 매끄러운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서울의 럭셔리한 우아함, 그리고 이와 정반대인 도시적이면서 가공되지 않은 거친 모습을 반영한 거죠. 깔끔한 선과 비율, 질감과 컬러의 멋진 배합을 통해 브랜드의 진화에 어울리는 풍부한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코코 샤넬의 현대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현대건축과 인테리어로 표현했습니다.

소재와 디자인은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축입니다. 이는 건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건축에서 즐겨 쓰는 소재는 무엇이며, 이번 플래그십 부티크를 위해 사용한 주요 소재는 무엇입니까?
새로운 소재를 끊임없이 탐색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라바스톤과 검은 유리를 사용해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미학과 목적 의식이 있는 디자인을 결합했다고 보면 됩니다. 검은 유리 표면은 빛은 통과시키지만 고객의 프라이버시는 보장합니다. 반면, 매장 안은 그리스산 시빅(sivic), 프랑스산 라바스톤, 석고, 다양한 래커, 페인티드 캔버스, 가죽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서울의 다소 거친 면을 나타내기 위해 현장에서 벽에 손으로 회반죽을 펴 바르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공간에 어울리는 예술 작품을 배치하는 큐레이터 역할도 수행합니다.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나의 철학은 출판사 페이돈(Phaidon)과 함께 출간한 <피터 마리노: 예술 건축(Peter Marino: Art Architectur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간 건축가인 내게 있어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과 방문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을 리테일 공간에 들여놓는 것 또한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영역입니다. 매장의 훌륭한 파인 아트 작품은 오너의 고객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당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는 샤넬의 이미지에 걸맞은 어떤 작품을 찾아 내고 의뢰했는지 궁금합니다.
매장 전체에 12개국 출신 아티스트 22명이 만든 31점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이중 플래그십을 위해 의뢰한 것은 4점입니다. 강익중, 이우환, 이불, 파올라 피비, 아그네스 마틴 등이 참여했는데, 의뢰작 4점 중 2점은 넓고 높은 공간의 특징을 살려 작업하는 독일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작품입니다. 그 중 ‘사운드 배리어’란 작품은 압축 성형한 레코드판을 소재로 하며, 2층에서 3층 사이의 천장을 없애 층고를 2배로 한 높이 7m가 넘는 공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앞에는 힐데브란트가 화강암에 조각한 코코 샤넬의 초상이 있습니다. 1층에는 파블로 레이노소의 ‘숨 쉬는 단색 벽’이 전시되어 있는데, 안에 팬이 들어 있어 베개가 스스로 바람을 넣었다 빼는 방식입니다. 건너편에는 파올라 피비의 골드 펄 비즈 작품이 있습니다.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의 모든 작품은 굉장히 건축적이고 직선적이며, 샤넬의 컬러 코드인 블랙, 화이트, 아이보리, 골드를 사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작가가 다채로운 소재를 사용해 완성한 점이 특징입니다.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

Chanel-Pharrell Capsule Collection
지난 2018년 10월 말, 샤넬은 방콕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컬렉션 레플리카 쇼에서 ‘샤넬-퍼렐 캡슐 컬렉션’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퍼렐은 Chanel, Pharrell, Coco, 5 등 샤넬과 자신을 상징하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등장,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증폭시켰다. 이제는 고인이 된 칼라거펠트는 직감했다. 시대와 트렌드를 앞서가는 동시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특유의 시류를 포착하는 퍼렐이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는 것을. 뮤지션뿐 아니라 전시 기획자, 사업자, 패션 디자이너, 모델 등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을 활용해 창의력을 펼쳐 보이는 전방위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 2014년, 샤넬과 퍼렐은 첫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이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해 퍼렐은 칼 라거펠트가 제작한 단편영화 <환생(Reincarnation)>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CC the World’를 작곡했고,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샤넬 – 퍼렐 캡슐 컬렉션 공간.

그 후 지난 2016/2017 파리 코스모폴라이트 공방컬렉션에서 긴 아이라인에 여성의 전유물이자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재킷을 입고 런웨이에 등장한 퍼렐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칼 라거펠트는 여성 패션 하우스에서 성 구분을 파괴하는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를 구현하기 위한 홍보 대사로 퍼렐을 최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지난 3월 28일, 서울의 첫 플래그십 부티크에서 오랜 친구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하는 두 번째 샤넬-퍼렐 캡슐 컬렉션이 공식 런칭했다. 퍼렐은 특유의 스트리트 아트 정신을 담은 글과 그림, 샤넬을 상징하는 CC, N°5, 코코 자수를 그라피티 형태로 후디 스웨트셔츠, 오버사이즈 쇼퍼, 화이트 스니커즈등에 자유자재로 장식했는데, 샤넬과 퍼렐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에 충분한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이 컬렉션은 전 세계 한정판으로 3월 29일부터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에서, 4월 4일부터는 전 세계 일부 샤넬 부티크에서 만날 수 있고, 샤넬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을 기념해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단독으로 선보인것이다. 샤넬의 하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 플래그십 오픈과 캡슐 컬렉션 런칭을 기념하며 대림창고로 자리를 옮겨 퍼렐 윌리엄스의 공연과 함께 파티를 진행했는데, 샤넬의 앰배서더인 퍼렐 윌리엄스, 수주, 제니, 김고은, 이동욱, 아이린, 윤아, 박서준, 수현, 이연희 등 많은 게스트가 참석했다. 제니와 DJ 수주, DJ 애나, DJ 플라스틱 키드가 공연을 펼치며 샤넬의 하루는 막을 내렸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제공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