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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ghai Loves Donuts

ARTNOW

상하이 아트 신의 성장점인 파워롱 미술관이 4월 12일부터 6월 9일까지 김재용 작가의 개인전 < I Love Donuts >를 연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의 개인전이다.

파워롱 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인 3.5m 크기의 도넛 설치 작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필적하는 2만 3000m2 규모,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기업 파워롱의 CEO이자 동아시아 근현대 미술사를 관통하는 훌륭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 쉬젠캉이 꾸린 비영리 공간. 지난 2018년 1월 문을 연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은 최근 9년 사이 일어난 상하이 아트 신의 변화, 글로벌 아트 신에서 다진 중국이라는 나라의 입지, 앞으로 더 큰 규모로 발전해나갈 파워롱의 문화 사업을 상징한다. 그래서 김재용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김재용은 미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국제적인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힘들었던 유학 시절, 돈이 궁해 도넛으로 끼니를 때우던 그는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세라믹으로 도넛을 빚기 시작했다. 도넛은 그가 발견한 작은 행복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인 셈. 동시에 도넛 작업 시리즈는 오늘날 사회의 예술과 소비 문화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인간의 욕망 추구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려고 시도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설치된 도넛들은 우리가 거절 할 수 없는 쾌락을 나타내며 각 도넛은 감정과 욕망을 보여주기 위해 신중하게 설계되었다.

형형색색의 도넛은 우리가 거절할 수 없는 쾌락을 나타낸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실물 크기의 손바닥만 한 도넛 900여 개가 23.6m 너비의 거대한 벽에 전시돼 있었다. 아무렇게나 나열한 듯하지만 도넛 각각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위트가 행복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 때문. 세라믹으로 빚은 도넛을 선보여온 그의 신작은 방 하나를 가득 메우는 3.5m 크기의 도넛 설치 작업. 도넛을 중심으로 방 한가득 별빛이 연상되는 스프링클이 흩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의 도넛 작업은 김재용에게 일종의 ‘일기’였다.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었으니까. 2000년대 초반부터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 김재용은 도넛 위에 백금과 금 유약을 발라 놀이를 제안하는 듯한 인상을 주곤 했다. 신작을 전시한 방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그가 오브제를 통해 관람객에게 행복을 경험하는 기분을 선사하는 작가가 되었음이 확연히 느껴졌다. 김재용의 신작은 그의 유쾌한 놀이가 드디어 어떤 세계를 이뤄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도넛에 끼얹은 반짝이는 시럽처럼, 지금 가장 빛나는 작가 김재용은 올해 6월 프랑스와 미국 동·서부에 있는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이다. 그와 만나 이번 전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작품 앞에 선 김재용 작가.

가로 23.6m의 벽에 도넛 900여 개, 자그마치 3.5m 크기의 크롬 도넛까지. 이번 전시를 표현하는 숫자들이 전시의 규모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중국의 대형 미술관답게, 처음에는 더 큰 공간을 제안했었다.(웃음)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해 몇 달간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전시 준비 중 미국 보이시 미술관 전시와 기간이 겹쳐 불가피하게 규모를 많이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짜임새 있는 전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더 큰 공간에서 더 많은 작업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운데. 나 역시 아쉽다. 미술관 측도 그랬는지 2년 뒤 이번보다 네 배 정도 큰 규모의 전시를 계획해보자고 제안하더라.

파워롱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 최초의 개인전이다. 느낌이 어떤가? 큰 영광이다. 중요하게 생각한 전시인 만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터라 긴장 반, 기대 반이었다. 일주일간 작품을 설치할 때도 그랬다. 이제는 여유를 좀 찾았고, 새로운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현대미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쁘다.

< I Love Donuts >는 신작을 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더 즐겁다. 기존 작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신작에는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스테인리스스틸 도넛에 반사되는 스프링클 스티커들이 정말 도넛처럼 보이지 않나? 그 모습이 관객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관람객이 느끼게 하고 싶다.

기존 작업에서 채색이 중요한 화두였던 이유는 당신의 색약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시각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신작에서 크롬이라는 물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크롬은 거울처럼 얼굴을 비춘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재료다. 색상 역시 다채롭다. 색약에 대한 두려움은 지난 몇 년간 이 작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양한 재료를 실험해야 할 때다.

형형색색의 도넛은 우리가 거절할 수 없는 쾌락을 나타낸다.

관객이 어떤 시선으로 전시를 감상하길 바랐나? 삶의 사소한 부분이 예술과 자신을 표현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무궁한 가능성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게는 무척 중요하다. 어떤 관람객에게는 시각적 즐거움을, 어떤 관람객에게는 작가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다채로운 관람 방법 역시 중요했다.

로이 릭턴스타인, 잭슨 폴록, 쿠사마 야요이까지, 도넛에는 동시대 작가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 어떤 면에 대한 경의인가? 릭턴스타인은 아들에게 만화를 잘 그린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잭슨 폴록은 자신의 작업을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중을 사로잡는 앤디 워홀의 방식, 쿠사마 야요이의 주제 의식 등 그들의 일상과 그걸 표현해낸 방식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해외 언론에서는 당신을 ‘세라믹을 사용하는 팝아트 작가’라고 일컫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각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 세라믹은 단지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현은 나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분류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나의 작업이 어떤 장르를 만들어갈지 궁금해하며 신나게 작업하고 있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전개할 작업이 있다면 독자와 공유해달라.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조각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도예를 공부했고, 도넛 작업을 시작하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야 꿈을 이뤘다는 생각을 한다. 소장하고 소유하는 예술보다는 관람객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을 계속하고 싶다. 내 작업이 전 세계 관람객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 중이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박민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김재용   글·사진 김덕영(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