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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elightful ‘X House’

LIFESTYLE

루이 비통의 창조적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집약적으로 선보인 <루이 비통 X>전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LA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시간을 온전히 쏟아야 한다. 그들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예술의 유쾌함을 이렇게 호탕하고 재치 있게 말하고 싶어서.

핑크와 오렌지 컬러가 그러데이션을 이룬 <루이 비통 X> 전시장.

예술과 함께한 시간, 한 세기 반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의 보물 창고인 아카이브를 엿보는 건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브랜드 가치와 철학, 역사가 고스란히 밴 아카이브를 채운 것 중 대부분은, 당장 오늘 저녁 파티에 걸치고 나가도 될 만큼 세월을 뛰어넘는 세련된 디자인과 우아함을 갖춘 매혹적인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간혹 브랜드의 전시에서 그것과 조우할 때면 여느 미술 전시와 다른 옥타브의 감탄사를 내뱉게 될뿐 아니라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동화적이라 잠시 먼 곳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실로 오랜만에 이 진귀한 경험을 상기시킨 행사가 있다. 6월 28일부터 9월 15일까지 LA 베벌리힐스에서 열리는 <루이 비통 X(Louis Vuitton X)> 전시다. 루이 비통이 지난 160년간 이어온 하우스의 다양한 창조적 교류와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역사를 조명하고자 마련한 이번 전시는 핑크와 오렌지 컬러를 입은 ‘468 North Rodeo Drive’라는 베벌리힐스의 랜드마크에서 열렸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두 컬러의 그러데이션은 LA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대변하며 취재기자뿐 아니라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식 오픈을 하루 앞두고 6월 27일에 열린 프레스 프리뷰에는 미국과 캐나다, 타이완, 베트남, 중국 등 각지에서 많은 기자와 인플루언서가 참석해 2개 층에 걸쳐 전시한 180여 점의 아카이브와 영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감상했다. 전시는 총 10곳의 갤러리에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 장인정신과 혁신을 넘나들며 꾸준히 이어지는 대화의 장을 주제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첫 번째 갤러리 ‘루이 비통을 바라보는 시각(Louis Vuitton: As Seen by…)’에 들어서면 작품 2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 국립 디종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한 옌페이밍과, 구상과 추상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가장 미국적 화가로 알려진 알렉스 카츠가 루이 비통 하우스 설립자 루이 비통의 젊은 시절을 화폭에 담아냈다. 고향을 떠나 1837년 파리에 도착한 후 17년 만에 파리 뇌브데카퓌신 거리 4번가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루이 비통의 강인하면서 단호한 표정이 특히 옌페이밍의 선 굵은 흑백 페인팅과 잘 어울린다.

1 알렉스 카츠가 그린 루이 비통의 젊은 시절 초상.
2 세계적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루이 비통과 협업한 다양한 백을 선보인 ‘아이콘의 재해석’ 갤러리.
3 프랑스 테니스협회와 손잡고 만든 롤랑 가로스 프렌치 오픈 우승 트로피 트렁크.

마르셀 반더스의 라운지 체어 등을 전시한 ‘메종의 탄생: 모더니티의 전통’ 갤러리.

루이 비통의 손자 가스통-루이 비통이 고안해 1920년에 선보인 쇼윈도 디자인과 이집트 왕자를 위해 맞춤 제작한 피크닉 트렁크, 마르셀 반더스 등 유명 디자이너가 함께한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체어 등을 만날 수 있는 ‘메종의 탄생: 모더니티의 전통(Origins: A Tradition of Modernity)’ 갤러리를 감상하고 나면 세번째 갤러리 ‘아이콘의 재해석(Reinterpreting Icons)’이 등장한다.
1996년, 모노그램 캔버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마놀로 블라닉, 헬무트랭, 아제딘 알라이아 등과 진행한 프로젝트를 비롯해 2006년과 2016년에 세계적 예술가와 진행한 칼 라거펠트의 펀칭 백, 신디 셔먼의 카메라 메신저 백, 프랭크 게리의 트위스트 박스, 마크 뉴슨의 백팩, 가와쿠보 레이의 구멍 뚫린 모노그램 캔버스 백 등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그 덕분에 세계적 디자이너와 예술가가 루이 비통의 아이덴티티에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녹여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영상 작업과 독특한 사운드로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 ‘모노그램이라는 하얀도화지(The Monogram as a Blank Canvas)’ 갤러리에서는 루이 비통의 대표적 라인 키폴을 캔버스 삼아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준 동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의 작업을 대형 화면으로 만날 수 있다. 킴 존스와 슈프림이 협업한 에피 가죽 키폴,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한 프리즘 키폴, 제프 쿤스의 마스터스 컬렉션 키폴, 마크 제이콥스와 무라카미 다카시가 협업한 모노그램 멀티컬러 키폴,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야마모토 간사이의 모노그램 가부키 키폴 등이 화려한 영상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모습은 루이 비통이 이 시대 젊은 세대와 어떻게 소통하길 원하는지 보여준다.

4, 5 키폴을 캔버스 삼은 작품을 모아 디지털로 작업한 영상물과 실제 제품.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솔 르윗·제임스 로젠퀴스트·앙드레 사라이바·벤 에인·케니 샤프 등의 예술가와 실크 스카프 같은 패브릭을 소재로 협업한 ‘실크 위에 펼쳐진 아트(Art on Silk)’ 갤러리, 채프먼 형제와 다니엘 뷔랑·쿠사마 야요이·리처드 프린스·스테판스트라우스 등 자신의 작업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이 마크 제이콥스와 니콜라 제스키에르·킴 존스·버질 아블로에 이르기까지 메종의 아티스틱 디렉터에게 영감을 준 디자인과 제품을 전시한 ‘아트, 패션을 만나다(Art Meets Fashion)’ 갤러리를 지나면서 관람객은 예술과 패션이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져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이어 할리우드 스타와 루이 비통의 인연을 30여 점의 드레스로 소개한 ‘조명, 카메라, 액션! 루이 비통, 레드카펫 위를 수놓다(Lights, Camera, Action! Louis Vuitton on the Red Carpet)’ 갤러리, 패션과 여행을 주제로 하이 테크놀로지 기법을 사용해 멀티스크린 설치 영상을 발표한 ‘매직 트렁크: 과거, 현재가 되다(Magic Malle: The Past is Present)’ 갤러리, 루이비통의 장인을 직접 만나 전문가의 장인정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인들의 방(Artisans’ Room)’ 갤러리를 지날 땐 누구라도 루이 비통의 무한한 창작 에너지와 앞으로 가능성을 쉽게 점쳐볼 수 있다.

6 ‘아트, 패션을 만나다’ 갤러리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다니엘 뷔랑, 리처드 프린스 등 세계적 작가가 메종의 아티스틱 디렉터에게 영감을 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7 이번 전시에서 루이 비통은 현대미술 작가 6명과 협업한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렇게 9개의 갤러리를 거치면 관람객은 어느새 루이비통이 야심 차게 준비한 <루이 비통 X>전의 하이라이트 ‘아티카퓌신: 뉴 클래식에 투영된 여섯 가지 비전(Artycapucines: Six Visions of a Contemporary Classic)’ 갤러리에 도착한다. 카퓌신 백을 6명의 현대미술가가 새롭게 해석한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각각 레드, 오렌지, 핑크, 그린, 블루, 옐로 캔버스에 입체회화처럼 걸려 보는 이에게 호기심과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 협업을 위해 알렉스 이스라엘은 핑크·퍼플·오렌지 등 강렬한 컬러의 염색 기법을, 조너스 우드는 혁신적 디지털 프린팅을, 니콜라스 로보는 가죽 위에 세밀한 레이스와 스티칭 패턴을, 샤발랄라 셀프는 정교하면서 규칙적인 자수 가죽 패치워크를, 샘 폴스는 섬세한 자개 장식을, 그리고 우르스 피셔는 손으로 제작한 과일과 채소 오브제를 활용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각각 300개 한정판 에디션으로만 선보인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컬렉션에 사용한 기법과 아이디어가 각 작가의 작업을 특징한다는 점에서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가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려 1세기 반에 걸친 루이 비통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역사와 창조의 위대함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루이 비통 X>전.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예술과 패션 등 이 순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대부분 ‘다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극의 완성임을 깨친 전시”라는 한 줄 리뷰로는 부족할까?

아티카퓌신을 완성한 6명의 아티스트

우르스 피셔는 과일과 채소를 본 뜬 실리콘 모형의 참 장식을 통해 오브제에 예술적 지위를 부여했다.

“패션은 전환이 빠르다는 측면에서 기본 습성이 과일과 같다. 특정한 방식으로 옷을 입고 꽃을 피우는 것 모두 소통을 위해서니까.”
우르스 피셔(Urs Fischer)
취리히 출신의 우르스 피셔는 변형과 부패라는 자연 발생적 과정을 다루는 작가다. 일상 속 오브제를 소재로 대형 조각과 설치 작업을 주로 하는데, 최근 작업은 왁스로 만든 실물 크기의 인물 조각상으로 조각상에 불을 붙이면 조각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촛불이 타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번에 작가가 작업한 카퓌신백은 여섯 가지 아티카퓌신 컬렉션 중 가장 초현실주의적이다. 도금한 체인에 부착한 바나나, 딸기, 사과, 버섯, 달걀, 당근 등 여섯 종류의 ‘달려 있는 조각 작품(hanging sculpture)’이자 참 장식은 실제 과일과 채소를 모티브로 만든 매혹적이면서 관능적인 촉감을 지닌 실리콘 모형. 참 장식을 통해 우르스 피셔는 자연과 일상생활 속 평범한 오브제에 예술적 지위를 부여했다. 백 바닥 부분 외에 손잡이 쪽에도 조각을 부착할 수 있어 그날 기분에 따라 수많은 방식으로 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샘 폴스는 150회 이상 프린팅 테스트한 끝에 작품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백 겉면으로 옮겨놓았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의 일차적 목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샘 폴스(Sam Falls)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샘 폴스는 자연 세계를 테마로 사진 기법과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해 색과 빛의 물질성을 탐구한다. 그는 특정 지역에서 채집한 나뭇가지나 나뭇잎, 꽃 같은 유기적 소재로 대형 캔버스를 덮어 색소를 뿌린 뒤 비바람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추상적 풍경을 완성한다. 아티카퓌신 프로젝트 또한 이 기법을 바탕으로 한다. 파리 외곽 아니에르에 위치한 루이 비통 가문의 저택 정원에서 주워온 나뭇잎과 꽃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염색 기법을 적용한 원작을 백에 활용한 것. 그는 작품의 감촉을 더 잘 살리기 위해 가방을 캔버스로 만들고자 했는데, 루이 비통은 이를 위해 150회 이상 프린팅 테스트한 끝에 작품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카퓌신 백 겉면에 옮길 수 있었다. 백 표면에 더 큰 대비 효과와 깊이감을 살리기 위해 프린팅한 캔버스에 정교한 자수를 더했다. 자개 소재의 LV 로고, 핸들양옆에 부착한 고리 장식을 사용해 마침내 자연을 머금은 아름다운 아티카퓌신 컬렉션을 완성했다.

질감, 소재, 색감, 무늬가 한데 어우러져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변신한 니콜라스 로보의 아티카퓌신 컬렉션.

“카퓌신 백을 작업하면서 겁이 나면서도 기대감이 생겼다. 내 작품이 처음으로 전 세계 거리를 누비게 되니 말이다.”
니콜라스 로보(Nicholas Hlobo)
지난봄, 리먼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치른 니콜라스 로보는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현재 요하네스버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로 버려진 리본과 가죽, 목재, 고무 같은 촉감이 있는 소재를 뒤섞어 엮는 방식을 통해 하이브리드 오브제를 완성한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는 개인적이거나 정치적 연관성을 지닌다. 그것을 통해 작가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자신을 포함한 그곳의 아티스트들이 처한 상황을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복합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아티카퓌신 프로젝트에서도 질감, 소재, 색감, 무늬를 한데 믹스해 백을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검은 가죽 위에 푸른 가죽 조각을 직접 꿰매 마치 조각이 가방 표면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 공방 장인들은 그 아이디어를 충실히 구현했다. 사실 이 작업의 핵심은 장인들이 만든 카퓌신 백이 작가가 직접 작업한, 일종의 공예품과도 같던 첫 카퓌신 백의 느낌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이었다. 루이 비통 메종 장인들의 기술과 완벽주의, 작가가 추구하는 개성 넘치는 미학이 절묘하게 만난 셈이다.

루이 비통은 알렉스 이스라엘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도 모티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가죽을 실험해 마침내 그에 맞는 광택을 완성했다.

“예술과 전시를 사랑하지만 제품이나 책, 선글라스를 만드는 일 역시 사랑한다. 미술관에 오지 않는 사람들도 그들이 가는 장소, 그들이 접근하는 플랫폼을 통해 내 작품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알렉스 이스라엘(Alex Israel)
위트 넘치는 작품으로 늘 즐거움을 선사하는 LA 출신의 알렉스 이스라엘. 그는 LA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대중 미디어와 할리우드, 셀레브러티, 아메리칸 드림을 탐색하며 그림, 조각, 벽화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문화 인사들과 토크쇼 시리즈, 장편영화 작업, 그리고 선글라스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과 브랜딩, 문화와 상업을 절묘하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카퓌신 백에 LA의 일상을 대담하면서도 반짝이는 방법으로 녹여냈다. 루이 비통 공방은 그의 유명한 파도 모티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가죽을 실험한 끝에 선크림과 서핑복을 표현하는 광택 느낌을 내는 데 필요한 HD 디지털 프린팅 기법에 가장 적합한 가죽을 찾았다고. 무엇보다 가방 위로 두 마리 상어 꼬리처럼 솟은 반투명 광택 아크릴 글라스가 재치 넘치는데, 탈착 가능한 2개의 아크릴 글라스는 각각 금속 빗과 거울이 붙어 있어 기능성까지 갖췄다. 백 내부의 지퍼 고리에 대롱대롱 달린 엄지손톱만 한 그의 자화상 메탈 고리도 흥미로운 디테일!

조너스 우드는 20만 회 이상 바느질로 완성한 자수 장식이 패턴을 둘러싸는 형태를 통해 풍부한 질감의 깊이가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구매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작품을 좋게 봐준다는 건 축복과도 같다. 그래서 동일한 종류의 에너지가 카퓌신 백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조너스 우드(Jonas Wood)
보스턴 출신의 조너스 우드는 공간의 무질서와 꽉 찬 패턴, 푸르고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로 언뜻 앙리 마티스나 데이비드 호크니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사진과 드로잉의 소스를 겹치고 콜라주하는 과정을 통해 형태와 색, 기하학적 패턴의 독특한 변이를 추구한다. 이번 아티카퓌신 백도 각기 다른 식물이 그려진 화분을 담아낸 자신의 작품 ‘Landscape Pot(풍경 화분)’ 유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그가 캔버스에 작업한 화분과 열대식물 디테일은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기하학적 모티브로 작용해 카퓌신 백에 첨단 고해상도 기법으로 프린팅했다. 백을 약간 멀리서 보면 흑백 같지만, 실제로는 그의 원작에 사용하는 컬러를 충실하게 재현한 서로 다른 13가지 색조를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린팅한 가죽 위에는 풍부한 촉감의 질감과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20만 번 이상 바느질해 자수를 장식했다. 가방 손잡이를 본체와 부착하는 고리는 매트 피니시 래커로 특수 처리했다. LV 로고를 매트 핑크 컬러로 처리해 백의 전체적 흑백무드에 포인트가 되게 한 것과 HD 프린팅을 사용한 기린 모양 노란색 참은 작가의 유머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천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세심하게 레이어링한 샤발랄라 셀프의 아티카퓌신 컬렉션.

“루이 비통이 지닌 다양한 이그조틱 소재, 가죽, 컬러에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 가방이 얼마나 정확하게 내가 의도한 대로 똑같이 만들어지는지를 보고 놀랐다.”
샤발랄라 셀프(Tschabalala Self)
1990년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샤발랄라 셀프는 예일 미술 대학교를 졸업한 후 코네티컷 뉴헤이븐에 거주하며 인종, 성별, 성적 취향의 교차점을 연구하는 작가다. 그녀는 주로 과장된 여성의 몸을 그리는데 회화와 패치워크, 콜라주 기법을 여러 층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실이나 판화 재료, 회화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현대 미국 문화에서 흑인 여성의 신체에 연관된 도상학적 의미를 탐구한다.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을 해체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 세부 요소를 더 작게 분해한 뒤 그 조각을 사용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켰다. 각 조각은 도마뱀 가죽을 비롯한 19가지 다양한 가죽을 통해 형상화했고, 그녀는 각각의 패치워크에 사용한 실을 의도적으로 늘어뜨려 실의 레이어와 형형색색의 패치워크가 불규칙한 조화를 이루게 했다. 다양한 요소가 백 겉면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각각의 조각이 독립적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것이 샤발랄라 셀프가 창조한 아티카퓌신 백의 묘미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