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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가지 않는 여행

LIFESTYLE

반려동물 호텔의 좁은 케이지 강아지를 안에 밀어 넣으려다 발이 문에 낀 경험이 있다면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보자.

유튜브 채널 ‘Golden Didi’의 디디는 개 주인 디디언니와 전국을 여행한다.

1 최근 유튜브와 SNS의 영향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 디디언니와 여행지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디디.
3 레스케이프 호텔 펫 객실.

나는 유튜브 채널 ‘Golden Didi’의 오랜 팬이다. 이 채널의 주인공 골든리트리버 ‘디디’는 개 주인 ‘디디언니’와 함께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인적이 드문 숲과 바닷가에서 밤새워 놀고, 밥을 먹고, 백패킹을 한다. 이런 영상을 볼 때마다 기분 좋은 이질감을 느낀다. 무슨 소리냐고? 당최 개가 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디디언니는 여행지에서 모든 순간을 디디와 함께한다. 버너에 냄비를 올려 간단한 채소와 참치로 만든 밥을 나눠 먹는다. 밤엔 침낭에 쏙 들어가 디디와 몸을 붙인 채 체온을 나누며 잠을 청한다. 이럴 때 디디는 꼭 사람 같다. 그것도 피톤치드를 즐기는 사람. 개도 사람처럼 여행을 좋아하느냐고? 당연한 소리. 지난 1만 년간 개와 인간은 동고동락했다. 인간이 대자연을 개척하는 순간마다 곁에는 늘 개가 있었다. 이런 그들이 여행을 마다할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유튜브와 SNS의 영향으로 요새 펫팸족(Pet+Family)의 상당수는 여행을 떠날 때 반려동물을 데려간다. 이전처럼 반려동물 호텔의 좁은 케이지 안에 밀어 넣다 강아지 발이 문에 끼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은 지난 몇 년간 실제로 국내 여행 산업을 살찌웠다. 이에 대해선 필자도 할 말이 있다. 2016년 여자친구가 키우는 두 강아지 ‘호봄세트’와 여행하기 위해 숙박 예약 앱을 검색할 땐 고작 70여 개였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700여 개나 된다.
여행 기업 익스피디아가 20~30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는 더욱 놀랍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56.7%였고, 이 중 66.4%가 반려동물을 여행지에 데려가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불과 2~3년 사이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당신이 여행 가기 전날 가방에 무얼 넣을지 고민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면 분명 반려동물도 똑같이 밤을 새울 것이다. 당신이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는 순간 여행지의 아웃사이더로 예약되는 것처럼, 반려동물 또한 여행지에서 맡게 될 새로운 냄새를 고대하며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 집 애들과도 정말 여행이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방법도 많다. 호텔부터 항공, 바닷가, 캠핑까지 고르기만 하면 된다. 시간만 되면 오늘 밤이라도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피로를 풀 수 있다. 지금 서울의 호텔은 세상에서 가장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방법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그러모으고 있다.
예로, 광장동의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고객의 반려견에게 디자인 철학을 가미한 펫 전용 침구와 베개, 식탁을 제공한다.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질 좋은 애견 샴푸와 ‘I am a Hotel Guest’라고 쓰인 반려견 전용 목걸이를 선물한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명동의 레스케이프 호텔은 9층의 14개 객실을 전부 ‘펫 전용’으로 꾸몄다. 심지어 차이니스 레스토랑 한편의 ‘펫 존’에선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겉치레가 심하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도 약간의 허영은 필요하다. 배달 치킨을 아라비아 핀란드 접시에 담아 먹는 당신도, 믹스 커피를 로열 앨버트 잔에 따라 마시는 당신도 일상의 작은 허영이 주는 기쁨을 알지 않나. 그런 허영은 삶을 더 부드럽게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다.

반려견과 함께 호텔 투숙이 가능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오 마이 펫 패키지’ 객실 전경.

4 레스케이프 호텔의 차이니스 레스토랑 ‘팔레드 신’ 내엔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 펫 존이 있다.
5 반려동물과 함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미국의 사이프러스 인 호텔.

도시에서 벗어나 콧바람 좀 쐬고 싶다면 경기도 양평의 산음자연휴양림이나 양주의 글램핑코리아 애견 캠핑장이 제격이다. 특히 산음자연휴양림은 수십 개의 국립휴양림 중에서도 반려견에게 가장 호의적이다. 특히 일반 휴양객과 반려인 가족의 공간을 완벽히 분리해놓았다. 장점? 내 집 아이가 남의 현관 앞에 똥 싸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해 실제로 찾은바, 일상의 무료함에 찌든 반려견을 자연의 힘을 통해 회춘시키는 신비한 장소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참나무, 소나무, 대나무 등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 법한 거대한 나무가 사방에서 건강에 좋은 물질을 뿜어낸다. 그러니 개 나이로 환갑이 넘은 당신의 반려견도 이곳에선 분명 엉덩이를 흔들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요즘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여행할 때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상품이 많다. 펫츠고트래블은 ‘펫가이더’라 불리는 도우미가 여행 내내 일정을 함께하며 배변 치우기와 사진 찍어주기, 화장실 갈 때 반려동물 돌봐주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리에선 반려동물 전용 택시 ‘펫 택시’가 눈에 띄는데, 남 눈치 보지 않고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은 이들이 주로 애용한다. 택시 안엔 반려동물을 위한 위생 시트, 배변 패드, 안전벨트 등이 구비되어 있다.
여행 작가 폴 서루는 비행기 여행을 “여행이 아닌, 그저 이동일 뿐”이라고 악평했지만, 요즘 반려동물은 이 말을 더는 허세로 취급하지 않는다. 요샌 이전처럼 짐짝 취급을 받으며 화물칸에 실리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반려동물(개, 고양이, 새)도 반려인과 함께 기내에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상세 규정은 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케이지 무게를 포함해 7kg 미만이면 안심하고 옆자리에 반려동물을 태울 수 있다. 한데 비행기를 타고 어딜 가느냐고? 당연히 미국이지!
미국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이용 가능한 레저·오락 시설이 세계에서 가장 잘되어 있다. 그중 LA는 ‘반려동물의 디즈니랜드’로 통한다. 미국 최고의 반려동물 친화적 호텔(The Best Dog-friendly Hotels in the U.S)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킴프턴 에벌리 호텔(Kimpton Everly Hotel)과 페어몬트 미라마 호텔 & 방갈로(Fairmont Miramar Hotel & Bungalows)도 이곳에 있다. 이 두 호텔에선 장난감을 비롯한 반려동물 전용 어메니티, 특별 수제 요리, 데이 케어 서비스는 물론 온천수 성분을 다량 함유한 천연 암반수 스파를 이용 가능하다.
저서 <분노의 포도>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58세가 되던 해 직접 주거 가능하도록 설계한 트럭에 반려견 ‘찰리’를 태우고 4개월간 미국을 여행했다. 삶의 황혼기에 무모할 수도 있는 걸음. 그의 벗은 푸들인 찰리뿐이었다. 그는 고독할 때마다 찰리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푸념은 훗날 <찰리와 함께한 여행>이란 책으로 엮어 ‘삶의 성찰을 돕는 명저’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이 책이 말해주는 것? 여행은 늘 돈의 문제가 아닌, 용기의 문제라는 것 외에 뭐가 있겠나. 당신이 여행할 때 곁에 반려동물이 있다면 그들은 그 순간이 가장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온몸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삶은 생각보다 짧다는 것도(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우리보다 늘 먼저 떠난다). 그러니 언젠가 미치도록 그리워질 시간을 위해 여행지에서 그들을 잊는 실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 반려동물은 당신에게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주는 것 외에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이영균(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