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와 그레이 팬츠 그리고 스니커즈
옷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다. 구글 코리아 민경환 상무의 캐주얼한 패션은 그가 열린 사람이란 걸 말해준다.

마치 탁구를 하듯, 문장이 끊임없이 오가는 대화에 빠져 인터뷰 중이라는 걸 잊을 때가 있다. 구글 코리아 민경환 상무와의 대담이 그랬다. 민경환 상무는 안드로이드 유저라면 반드시 사용하는 구글 플레이 앱·게임을 진두지휘하는 구글 코리아의 핵심 인물이다. 약력을 간단히 설명하면, 2006년 구글 애드센스 주니어로 입사한 뒤 구글 북 서치와 전자책 사업을 거쳐 현재 구글 플레이 앱·게임 총괄까지, 13년간 구글과 함께해왔다. 이직이 잦은 요즘, 꽤 오랜 시간 한 회사에 머문 셈. 그는 이유를 구글이 ‘열린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애드센스 사업 확장을 논의하는 미팅에 참석했어요. 구글 코리아 임원들이 아이디어와 예상 매출, 기대 효과를 발표한 뒤 당시 주니어인 제게 의견을 묻더군요. 그런데 그간 제 경험에 비춰보면 그 아이디어가 잘 안 될 것 같았어요. 물론 시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지만 애드센스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구체적 이유를 들며 반대 의견을 표했죠. 임원들이 몇 분간 생각하더니 알겠다며 사업 아이디어를 접더군요. 지금도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직원의 의견을 최대한 귀담아들으려 해요. 쉽진 않지만요.(웃음)”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타나 “구글은 정장을 입지 않아도 돼서 편해요”라며 사람 좋게 웃던 첫인상처럼, 그는 권위보다 편안하다는 수식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민경환’ 석 자를 입력하면 게임 앱 관련 기사가 쏟아지지만, 그는 게임 앱뿐 아니라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모든 앱을 관리한다. 개발자가 앱을 잘 만드는지 확인하고 모바일에 알맞게 앱을 발전시킬 방향과 스토어 내 유통망을 체크한다. 동시에 스토어에서 사용자가 쉽게 앱을 찾는 방법, 앱 리뷰·평점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한다. 일반 앱은 서비스, 게임 앱은 콘텐츠 성격이 강해 다르게 접근한다는 설명도 덧붙일 만큼 다방면에 능통하지만, 유독 게임과 얽히는 건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가 모여 각자 만든 게임으로 토너먼트 경합을 벌이는 대회로, 기획 의도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개발자와 개발사가 많아요. 이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죠. 작은 회사는 사용자를 만나는 일 자체가 너무 비싸거든요. 매력적인 게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독립영화제와 당시 유행하던 경합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페스티벌을 기획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6년 처음 개최한 이후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으며, 전 세계 1300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아이들상상공장의 ‘어비스리움’과 2200만 회 다운로드한 릴라소프트의 ‘비트레이서’ 등 걸출한 게임도 발굴했다. 개발사에는 대대적 히트와 글로벌 진출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는 이점이 있지만 구글은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사 후원으로 무엇을 얻는지 궁금했다.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중견기업과 함께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느냐고 묻자 민경환 상무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개발자의 성공이 곧 구글의 성공이에요. 안드로이드가 더 나은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우수한 앱의 절대량이 많아야 합니다. 소수 기업이 산업 전체를 이끄는 건 위험해요. 좋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성에 대한 투자는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민경환 상무가 말하는 좋은 생태계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필요와 충족이 잘 순환돼 밸런스가 맞는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문을 연다. 외부에서 압력을 가하는 순간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질서는 무너진다는 것이 그의 의견. 여기서 필요한 개입은 단지 시의적절한 자극이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과 온·오프라인 앱 광고 송출을 통한 개발사의 사기 진작, 앱 발전을 위한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들 수 있다(실제로 민경환 상무의 인터뷰 후 스케줄은 개발사 미팅으로 빼곡했다). “사실 더 많은데 비밀이라 말하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라며 겸손하게 웃었지만, 그 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촘촘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확실히 변한 건 대중의 콘텐츠 소비 속도다. 작은 화면이 모든 콘텐츠를 흡수한 덕에 사람들은 영상 콘텐츠에 싫증을 느끼면 뉴스나 게임 앱 화면으로 재빨리 전환하고, 또 얼마 안 돼 메신저 앱을 켠다. 엄지손가락으로 모든 일 처리가 가능한 모바일 환경이기에 콘텐츠 흐름은 재빨리 바뀌지만, 민경환 상무는 지하철을 타면 어렵지 않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흐름을 알려면 사람들을 관찰해야 하는데,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바로 대중교통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은 지하철을 타면 바로 스마트폰 잠금을 풀고 자기만의 디지털 세계로 로그인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라고. “개발자라면 사람들이 무슨 앱을 자주 쓰는지 알아야 하죠. 저도 종종 살펴요. 예전에는 게임하는 분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영상을 보더라고요.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받은 앱과 게임이 모바일 화면에 떠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어떻게 보면 영상 콘텐츠 전반이 제 라이벌이라 할 수 있겠네요.” 요즘 눈여겨보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액세서빌러티(accessibility)를 말하고 싶네요. 모바일로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을 만큼 모바일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지만 모두가 사용에 능한 건 아니에요. 장애가 있는 분은 모바일을 사용할 때 큰 제약을 느끼죠. 앞으로 이 같은 사용자를 커버할 수 있는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고령화 사회와도 연관이 있기에 앱 개발자라면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큰 게임 회사가 게임 하나 잘 만들어 성공한 게 아니에요. 게임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도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있는 거죠”라는 문장을 인터뷰 마지막 답변으로 전했다. 민경환 상무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대표 복지인 ‘20% 시간(근무 시간의 20%를 업무 외적인 일에 쓸 수 있는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모바일 앱이 가져가야 할 철학과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여전히 모바일 앱을 다루고 개발사와 미팅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살피는 민경환 상무가 있기에 모바일 라이프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