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모습
더욱 찬란해질 이 세 사람의 미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플루티스트
박예람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잦아들자 검은 머리에 한복을 입은 앳된 플루티스트가 맑고 청아한 플루트의 선율을 들려준다.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히는 칼 닐슨 국제 콩쿠르는 플루티스트 박예람을 세상에 알리는 큰 무대였다. 11곡을 악보 없이 전부 암보해 연주하는 장면이 유럽에 생중계되면서 많은 이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9년 스물네 살의 박예람은 외국인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 국립 오케스트라 최연소 종신 수석이자 프랑스 생모 국립음악원 최연소 교수다. 그녀를 수식하는 빼곡한 수상과 활동에는 언제나 최연소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여덟 살 예람에게 플루트는 새로운 친구이자 재미있는 놀이였다. CD를 구해 곡을 외울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주변에서 하나둘 예람의 재능을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플루트가 대중화되지 않은 태국에서 받는 작은 스포트라이트 정도로 여겼다. 1~2년간 한국에서 열리는 여러 콩쿠르에 원서를 넣어 객관적 평가와 확신을 얻었다. 그렇게 플루티스트의 모습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열세 살에 프랑스로 건너온 예람은 외모나 인종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분위기에서 내재된 가능성과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프랑스에서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 학사와 석사과정을 만장일치로 수석 졸업하고 플루티스트로는 동양인 최초로 동 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이수했다. “연주를 끝내고 무대 위에서 박수 소리를 들으면 그동안 힘든 기억이 모조리 씻겨 내려갔어요. 제 플루트 연주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거든요.”
작년부터 교수직에 오른 예람의 일상은 어느 때보다 촘촘하다. 매주 월요일엔 파리 외곽에 위치한 생모 국립음악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비뇽 국립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트 단원으로 연습과 연주회에 매진한다. 두 직장의 거리는 무려 800km. 월요일 하루 동안 왕복 1600km의 거리를 오가는 셈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교수로서 받은 평가도 매우 좋은 편이다. 제자들의 고민은 이미 수년 전 예람도 겪은 것이기에 ‘천재형’ 선생이 아닌 ‘노력형’ 선생의 입장에서 답을 제시한다. “가장 좋은 선생은 자신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내 생각은 어떤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오케스트라가 휴식에 들어가는 여름이면 그녀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위해 잠시 프랑스를 떠나 한국으로 향한다. 세밀한 부분까지 체크하는 꼼꼼한 조언 덕에 이미 내년 마스터클래스 일정까지 잡힌 상태라고. 다가올 2020년 8월에는 국내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마주할 그날을 기다려본다.

뉴닉 공동대표
김소연, 빈다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30분 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꿋꿋이 메일함을 누른다. 시사 뉴스레터 뉴닉(NEW NEEK)을 읽기 위해서다. 뉴닉은 바빠서, 어려워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신문과 담쌓은 사람들을 위해 국내외 언론에서 가장 뜨거운 시사 이슈를 대화하듯 풀어낸 뉴스레터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슬로건은 뉴닉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한마디로 축약한다. 메일로 전송되는 뉴스레터의 개념은 종이 신문이 한창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던 몇 년 전 기성 언론에서도 앞다퉈 시작한 서비스다. 독자의 외면으로 점점 시들해지다 몇 년 뒤 조용히 종적을 감췄지만 말이다.
그런데 뉴닉은 좀 다르다. 런칭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벌써 8만 명 가까운 구독자가 생겼고, 올해 6억 원 투자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경영학회에서 처음 만난 공동대표 김소연, 빈다은은 불투명한 미래와 비슷한 꿈을 공유했다. “(빈다은) 미래에 대한 주제가 나올 때마다 ‘안정적’이라는 형용사는 없었어요. 그보다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었죠.”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 인권 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한 김소연은 상사에게 추천받은 뉴스레터 더스킴(theSkimm)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였봤다. 이토록 쉽고 명쾌한 뉴스라면 회사라는 성벽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친구들에게 다시 세상의 빛을 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김소연) 처음에는 단순히 뉴스레터를 한국어로 번역해 20여 명의 지인에게 꾸준히 보냈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자신감을 얻은 김소연은 당시 퍼블리(Publy)에서 일하던 빈다은에게 비밀스러운 러브 콜을 보냈다. 새롭고(New) 특이한(Unique) 뉴닉의 시작이었다. 뉴닉이 이토록 주목받게 된 이유는 독자 중심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기성 언론이 사측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이슈를 뽑는다면, 뉴닉은 오로지 독자가 궁금해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이슈를 우선순위로 둔다. 주제가 괜찮은지, 다른 궁금한 것은 없는지 독자의 피드백을 받고 세세한 기준을 마련한다. 한 회의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국내 기성 언론과 해외 외신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논조 속에서 어디까지가 팩트고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지 뼈를 추리는 작업이 계속된다. 뼈를 추리고 나면 독자의 가독성을 돕기 위해 톤앤매너를 다듬는 ‘뉴닉칠’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투와 유머는 필수다. “(빈다은) 수업을 정말 잘하는 교수들은 어려운 내용을 귀에 쏙쏙 박히게끔 쉽게 풀어 강의하잖아요. 저는 쉽게 읽힌다는 말이 깊이가 얕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완성된 뉴스레터는 홈페이지에서 메일만 등록하면 누구나 무료로 구독 가능하다. 에디터 주변에서도 뉴닉을 통해 단절되었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후기가 들려온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구독층 범위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 두 사람은 이제 8만 명의 독자에게 그토록 바라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이다. 애정 어린 피드백 속에 오늘도 뉴닉은 조금씩 커나간다.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헤어 소아(꼼나나) 메이크업 이영주(꼼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