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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안경

FASHION

덴마크에서 목도한 린드버그의 면면. 기능주의적이고
아름다운 안경 뒤엔 완벽한 균형을 찾아내고, 또 이를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덴마크 오르후스의 린드버그 본사.

원통형 상자엔 매끈한 나무 질감의 종이 매듭이 들어 있었다. 매듭에 새긴 친밀하고 따뜻한 초대 문구는 린드버그가 태어난 덴마크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목적지는 본사가 위치한 오르후스.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수도인 코펜하겐에 버금가는 대도시로 유틀란트반도 동쪽의 바다로 둘러싸인 멋진 곳이다. 지난여름, 북유럽의 낯선 도시가 주는 설렘과 린드버그 안경에 대한 궁금증을 안은 채 오르후스로 향했다. 살갗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북유럽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청명한 날씨를 만끽하며 도착한 린드버그 본사는 인적이 드문 마을 어귀에 자리해 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돌이 깔린 널찍한 마당, 햇살이 내리쬐는 커다란 창문, 크림색 벽돌로 쌓은 외관. 크지 않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건물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내부 역시 부드러운 목재와 흰색 벽면이 햇빛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곧이어 린드버그 CEO 헨리크 린드버그(Henrik Lindberg)가 밝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아주었다. 린드버그는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하는데, 현 CEO 헨리크 린드버그는 창립자의 2세로 1980년대 오르후스에 안경점을 설립한 아버지 포울-예른 린드버그(Poul-Jørn Lindberg)의 뒤를 이어 건축을 전공한 후 브랜드에 합류했다. 실용적인 동시에 미적으로 완벽하며 실험적인 덴마크 특유의 전통적 디자인에 남다른 헨리크의 감각이 더해져 지금의 린드버그 디자인을 구축한 것이다(99개 이상의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할 만큼 린드버그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린드버그 본사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인 건 디자인부터 소재 가공, 조립, 유통, 광고 이미지를 위한 촬영까지 모든 공정이 내부에서 이뤄지는 인하우스 제작 방식이었다. 1층 쇼룸 공간을 비롯해 지하부터 3층까지 이를 위한 모든 업무가 본사에서 이뤄지는 것. 먼저 하이엔드 맞춤 제작 라인인 프레셔스 제품과 일부 티타늄 제품의 수작업을 위한 장인들의 공간, 마케팅팀이 자리한 2층을 찾았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사무실 한가운데 뜬금없이 자리한 오두막. 연유를 알 수 없는 오두막은 다름 아닌 헨리크 린드버그의 집무실이었다. 소탈하고 자유로운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와 작은 의자, 책상이 자리해 있었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집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지만, 평소 린드버그가 어떤 경영 방식을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1, 2, 3, 4 장인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제작한 린드버그 안경

지하는 린드버그 안경에 필요한 소재 가공부터 폴리싱, 레이저 커팅 등 안경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제작하는 공간으로, 복잡한 시계 매뉴맥처가 연상될 만큼 안경에 필요한 재료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생산, 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계와 도구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5 린드버그 CEO 헨리크 린드버그.

이를 위해 기계와 도구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제품 개발과 디자인, 광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스튜디오가 자리한 3층에서는 헨리크 린드버그가 수집한 다양한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눈에 띄었다. 창의적 업무를 필요로 하는 직원들에게 늘 가까이에서 영감을 불어넣는 듯했다. 소수 디자이너에 의해 모든 디자인을 완성하는 린드버그는 어떠한 브랜드와도 협업하지 않는다.

6, 7 티타늄 소재로 완성한 린드버그의 안경은 35가지 이상의 색상 조합이 가능하다.
8 가공하기 전 티타늄 블록.

린드버그다운, 오직 린드버그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내놓기 위함이라고. 꼿꼿한 자부심으로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들은 유통 방식도 특별하다.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안경점과 계약하는 방식이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안경점에서만 린드버그 안경을 판매할 수 있고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집기까지 린드버그가 제공하는 것만 사용해야 한다. 정밀한 맞춤을 위해 세미나를 열어 안경사의 실력도 관리한다. 어떤 면에선 폐쇄적일 수 있지만, 철저하고 일관된 이들의 운영 방침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겉에서 볼 땐 여유롭고 평화로운 듯했지만, 린드버그의 속내는 헐거움 없이 견고하고 단단했다.

9 사무실 중간에 위치한 CEO 헨리크 린드버그의 독특한 집무실.
10 린드버그의 초창기 작업실 모습.
11 자유로운 분위기의 린드버그의 본사 사무실.

Lindberg Eyewear
지금의 린드버그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티타늄 소재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고 심플한 에어 티타늄 림(Air Titanium Rim)은 린드버그를 대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1980년대까지 우주공학과 항공과 같이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한 티타늄의 가능성을 주목한 린드버그는 오랜 연구 끝에 지금의 티타늄 소재를 완성했다. 초경량, 고강도, 저작극성, 비부식성 등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린드버그의 티타늄 프레임은 유연성도 좋아 프레임을 얼굴 구조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수작업을 통해 총 35가지 색상으로 선보여 선택의 폭도 넓다.

12 원통형 플레이트 방식의 힌지 부분.
13, 14, 15 가벼운 합성 소재를 활용한 린드버그의 선글라스.

린드버그 안경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나사나 리벳, 경첩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안경을 착용하며 생기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가볍게 만들기 위함으로 나사 대신 연결 부분인 힌지를 원통형 플레이트와 나선형 와이어 디자인으로 용접 없이 제작한다. 이는 린드버그만의 독자적인 특허 기술이다. 에어 티타늄 림 라인 외에도 티타늄과 아세테이트, 천연 버펄로 혼, 우드를 결합한 여성·남성·키즈 라인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모든 고객은 원하는 색과 소재는 물론 안경 다리의 길이와 코 받침 모양과 각도 등 세부 요소를 맞춤 주문 제작할 수 있고, 모든 프레임엔 고유 번호가 부여된다.

16 나사가 없는 나선형 힌지로 완성한 티타늄 소재 안경.

또 린드버그는 프레셔스 라인을 통해 보다 특별한 맞춤 수제 안경을 제작한다. 린드버그 프레셔스 프레임은 옐로, 화이트, 핑크 골드, 블랙 골드와 플래티넘 소재를 사용하며 버펄로 혼을 조합한 버전도 선보인다. 다이아몬드는 화이트부터 핑크·블랙, 가공하지 않은 원석까지 세팅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은 마찬가지로 린드버그의 장인에 의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린드버그의 안경은 기능주의와 예술성, 실험성, 장인정신을 갖춘 덴마크 디자인의 정수이자 예술 작품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에디터 김유진(yujin.kim@noblesse.com) 사진 제공 린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