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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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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누비는 투어링 바이크 네 대

HARLEY-DAVIDSON Street Glide Special
할리데이비슨의 다양한 라인업 안에서도 투어링은 상징이다. 미국 태생 브랜드답게 끝없이 쭉 뻗은 길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달리기에 최적화됐다. 그중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은 맞바람을 걸러주는 배트윙 페어링과 690mm에 그치는 낮은 시트고, 소파에 버금가는 안장, 그리고 22.7리터에 달하는 커다란 연료 탱크까지 갖춰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모터사이클이라고 할 만하다.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 엔진은 밀워키 에이트 114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데이비슨 빅 트윈(Big TwinTM) 엔진의 아홉 번째 계보를 잇는 것으로 1868cc 배기량은 역대급 성능이다. 사실 밀워키 에이트 엔진이 세상에 처음 나온 지난 2017년엔 혹평도 있었다. 카운터 밸런서를 새로 장착한 탓(?)에 기존 엔진보다 고동감이 떨어지고 소리도 너무 얌전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운 엔진 회전질감과 현저히 줄어든 엔진열 그리고 강력해진 퍼포먼스로 이젠 많은 라이더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실, 멀리 가려고 타는 투어링 바이크인데, 진동은 편한 주행과 상극 아닌가?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제동 성능이다. 앞뒤 ABS는 기본이고 한쪽 브레이크를 잡더라도 나머지 브레이크까지 연동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또 꼬부랑길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라이딩할 수 있도록 트랙션 컨트롤도 정교하게 매만졌다. 백미는 언덕 밀림 방지 기능(Vehicle Hold Control, VHC)이다. 375kg에 달하는 총중량의 모터사이클인 만큼 오르막에서 멈추는 건 라이더에게 큰 부담이다. VHC는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한 번 더 꾹 세게 쥐면 자동차 오토홀드를 잡은 것처럼 고정한다. 기어를 중립으로 뺄 필요도 없다. 직선으로 뻗은 길만 잘 달릴 것 같은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이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도 곧잘 빠져나간다. 좌우로 누일 때마다 지면에 가까워지는 짜릿함과 구름에 올라탄 듯한 푹신함이 묘하게 섞여 달리는 재미가 가득하다. 기어는 고단에 물리고 신경질 부리지 않는 강력한 엔진의 스로틀을 마음껏 열어젖히는 맛은 중독적이다.

SPECIFICATION
엔진 V2 공유랭 1868cc
최대출력 18.2km/L
가격 3990만 원
(비비드 블랙)

DUCATI Multistrada 950s
두카티가 만든 모터사이클은 기본적으로 뜨겁다. 실제로 우리 허벅지 안쪽을 달구기도 하고 피가 뜨겁게 끓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멀티스트라다 950S는 상대적이지만 덜 뜨겁다. 가슴보다는 머리로 만든 바이크라서다. 멀티퍼포스 바이크라고 하기엔 꽤나 강력했던 멀티스트라다 1260의 스타일링은 유지하면서 엔진 배기량과 출력은 낮추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맞췄다. 그런 까닭에 어쩌면 멀티스트라다 950S를 더 편하고 즐겁게 타는 라이더도 많을 것이다.
현재 멀티스트라다 라인업은 다섯 가지나 된다. 스크램블러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보통 가지치기를 세분화하는 모델은 배기량만 달리하는 게 아니라 갖춘 장비도 차이를 두지만 멀티스트라다 950S는 결이 약간 다르다. 엔트리 모델인데, 굵직한 전자 장비는 다 들어갔다. 라이딩 모드에 따라 댐퍼 감쇄력을 조절하는 세미 액티브 방식의 두카티 스카이훅 EVO 서스펜션 그리고 업다운을 모두 지원하는 두카티 퀵시프터,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코너링 라이트, 언덕 밀림 방지, 크루즈 컨트롤 등이다. 이른바 가성비를 논할 수 있는 유일한 두카티 모터사이클인 셈.
여느 멀티퍼포스 바이크는 양옆에 사이드 패니어를 달고 먼 길 떠나는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멀티스트라다 950S는 사이드박스는 떼어내고 냅다 산길로 달려들기에 제격이다. 앞 120/70 ZR 19, 뒤 170/60ZR 17의 휠타이어를 신고 꼬부랑길을 감아 나가는 맛은 스포츠 네이키드 모터사이클과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멀티스트라다가 더 재밌고 용감하게 달릴 수 있다. 온갖 전자 장비가 라이더를 충실하고 성실하게 지원할 뿐 아니라 113마력의 최대출력도 자연스럽고 유순하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헬멧 바이저에 김이 서리지 않은 상태에서 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두카티 바이크다. 840mm라는 낮은 시트고와 적응하기 쉬운 신경질적이지 않은 엔진, 차분한 핸들링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게 하는 요소다.

SPECIFICATION
엔진 L2 수랭 937cc
최대출력 113ps
가격 2450만 원
(그레이)

TRIUMPH Tiger 1200 XCA
영국 모터사이클 트라이엄프에 타이거라는 모델이 등장한 지도 벌써 85년이 지났다. 오랫동안 숙성하며 가지치기도 제법 했는데 타이거 1200 XCA는 그 안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여느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이 그렇듯이 타이거도 완성도 높은 부품이 하나둘 모여 전체를 이루는데, 보고 조작하는 맛이 상당하다.
타이거 1200 XCA는 BMW 모토라드 R 1250 GS를 정면으로 겨눴다. 구동 방식도 체인이 아닌 드라이브 샤프트를 선택했고, 각종 전자장치를 비롯해 트라이엄프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가격은 BMW 모토라드보다 저렴하지만, 더 나은 부분도 꽤 많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전자 조절식 서스펜션이다. WP의 TSAS(Triumph Semi Active Suspension) 시스템으로 라이딩 모드에 따라, 또는 임의로 앞뒤 댐퍼 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그 성능이 ‘죽여준다’. 노면의 불쾌한 진동과 충격은 거르면서 라이딩에 필요한 정보는 풍부하게 전해 웬만한 스포츠 바이크보다 자신 있게 탈 수 있다. 어떤 노면을 만나든 바퀴가 땅에서 떨어질 일이 없다. 브레이크도 마찬가지. 앞은 305mm 더블 디스크와 브렘보의 4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로 구성하고, 뒤는 282mm 싱글 디스크와 니신의 2피스톤 슬라이딩 캘리퍼를 넣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정확하게 바이크를 멈춰 세운다.
이렇듯 하체가 튼실하다 보니 최대출력 141마력도 오롯이 다 뽑아낼 수 있다. 게다가 3기통 엔진 특성상 고회전에서 짜릿한 맛이 극대화되는데,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7600rpm까지 갈 필요도 없이 5000rpm만 넘어도 폭발하듯 튀어나간다. 애로(arrow) 배기 시스템도 기본 장착해 소리도 끝내준다. 먼 거리를 편안하게 가는 게 어드벤처 투어러인데, 타이거 1200 XCA는 짜릿함까지 더했다. 안전을 위한 전자 장비와 편의 장비도 다 들어갔다. 시인성 좋고 조작하기 간편한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전동식 윈드스크린, 그리고 열선 그립과 시트(동승석 포함)를 비롯해 언덕길 밀림 방지 장치와 퀵시프터, 트랙션 컨트롤, ABS 등 빠지는것이 없다.

SPECIFICATION
엔진 I3 수랭 1215cc
최대출력 141ps
가격 3300만 원

ROYAL ENFIELD Himalayan
바이크 투어는 어렵다. 비싼 모터사이클과 장비는 물론, 시간과 경제적 여유까지 갖춰야 도전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로얄엔필드 히말라얀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꿔줄 바이크다. 가격표에 쓰인 495만 원이란 숫자만 봐도 호기심이 생긴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나오기 어려운 가격인데, 막상 타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래, 오토바이가 나를 모셔야지, 내가 모시고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시트고는 800mm로 앉는 순간 옛날 카시오 손목시계가 생각나는 계기반이 눈에 쏙 들어온다. 그리고 전축이 떠오르는 버튼 뭉치를 만져보면 괜히 웃음이 난다. 곳곳에 쓰인 등화류는 모두 할로겐 방식의 노란 전구가 들어갔다. 특히 동그란 헤드램프는 마치 호롱불처럼 호박색이 따듯하게 퍼진다. 무시할 게 아니다. 클래식이라 읽어야 한다.
최대출력 24.5마력을 내는 단기통 엔진은 통통거리며 귀엽고 정겨운 소리를 들려준다. 맞물린 변속기는 5단인데, 변속감이 요즘 모터사이클과는 거리가 있다. 매끄럽지 않고 턱턱 걸린다. 가속보다는 감속할 때 이런 막힌 듯한 느낌이 더 심하다. 핸들링도 정교하지 않은데, 신기한 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갖고 있는 전자 장비는 ABS뿐이다. 보통 멀티퍼포스 바이크가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ABS를 해제할 수 있게 하지만 히말라얀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ABS도 해제할 수 없다.
히말라얀이 바이크 투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줄 거라고 앞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써놓은 걸 보면 반어법 아니냐고? 아니, 히말라얀은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를 가질 수밖에 없는 바이크다. 많은 것을 요구하며 달리기보다는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달릴 때 멀티퍼포스 바이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모든 라이딩을 여행으로 바꿔주는 재주가 있다. 무엇보다 히말라얀은 라이딩하며 원초적으로 추구하는 탈것의 즐거움을 되새기게 하는 묘한 매력의 진짜 ‘오토바이’다.

SPECIFICATION
엔진 단기통 공랭 411cc
최대출력 24.5ps
가격 495만 원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이재림(프리랜서)   사진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