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의 아름다운 변주
샤넬 아이콘 2.55 백에서 시작된 여인의 로망이 11.12 백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톡톡 튀는 오렌지 컬러의 램스킨 소재 11.12 백 Chanel.
1980년대 초, 칼 라거펠트에 의해 혜성처럼 등장한 11.12 백. 영원불멸한 우아함을 지닌 11.12 백은 샤넬 여사가 고안한 아이코닉 백 2.55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이 전설적 가방의 역사는 1955년 2월 가브리엘 샤넬이 2.55 백을 세상에 공개하던 날 비로소 시작됐다. 아름다운 데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들 수 있는, 그뿐 아니라 가방 속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극도로 실용적인 가방. 이렇게 탄생한 2.55 백에는 7개의 포켓이 있는데, 용도가 제각각 다르다. 그중 특별히 만든 립스틱 전용 케이스 포켓은 샤넬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슬프면 립스틱을 더 바르고 달려들어라”라며 패배를 모르던 스타일 아이콘의 조언에서 비롯했다. 물건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겉감과 정반대인 레드 컬러의 부드러운 그로그랭 소재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1950년대만 해도 램스킨·저지·실크 소재를 사용한 백은 이색적으로 다가왔고,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점이 여성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오늘날 샤넬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패턴 퀼팅은 경마장 마부들이 조마장에서 연습하며 입은 재킷과 퀼팅 패턴 안장 깔개에서 영감을 받은 것. 11.12 백은 2.55 백에서 영감을 받은 특징과 달리 모노그램이자 독특한 시그너처인 더블 C 로고의 잠금장치가 눈에 띄는데, 칼 라거펠트가 1980년대에 착안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샤넬은 브랜드의 전설적 ‘백인백’ 기법을 사용해 2개의 백을 하나로 만든다. 하나는 백 내부를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외부를 감싼다. 2개의 백을 하나로 합친 뒤 안팎을 뒤집는다. 그런 다음 프앙 드 브리드(point de bride) 스티치로 바느질한 뒤 백을 다시 뒤집으면 완전한 하나의 백이 되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백을 우아하고 견고하게 유지해주고 백의 구조를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듯 독보적 매력으로 실용성과 독창성의 균형을 이루는 샤넬의 11.12 백은 오랜 헤리티지를 간직한 채 매시즌, 아름다운 변주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덮개를 열면 핑크 그로그랭 소재가 모습을 드러내는 다크 블루 색상의 플랩 백 Chanel.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김흥수
스타일링 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