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ss Code, formal or informal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4인에게 물었다. 가장 나답게 드레스 코드를 지키는 법.

FORMAL 네이비 슈트 Ringjacket by Seasoning for Seasons, 드레스 셔츠 Lunedi for Seasoning for Seasons, 캐시미어 타이 Viola Milano, U팁 옥스퍼드 슈즈 Stefano Bemer, 클래식한 손목 시계 Baume&Mercier
INFORMAL 캐멀 컬러 로브 코트 Sunnei, 헨리넥 티셔츠 Attractions, 테일러드 진 Sartoria Tramarossa, 스티치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스니커즈 Bottega Veneta, 투명한 옐로 프레임 안경 본인 소장품
김동수 시즈닝 포 시즌스 대표
음식의 맛을 내는 양념처럼 재미있는 아이템을 소개하는 시즈닝 포 시즌스를 운영하는 이다. 풍문으로만 들은 그의 패션 감각은 소문대로였다. 말쑥한 슈트를 입어도, 독특한 실루엣의 코트를 걸쳐도 그다운 노련함이 느껴진 것. “옷을 입을 때는 늘 균형을 생각해요. 도드라짐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연스럽게 흐르는 옷차림이야말로 근사한 스타일을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트를 입을 때도 클래식에 기본을 두지만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요소를 잊지 않는다. 특히 타이를 매는 방식이 신선한데, 대검과 소검 모두 딤플을 넣어 스카프처럼 매듭짓거나 대검과 소검의 길이를 나란히 하는 식이다. “전설적인 타이 장인 프랑코 미누치는 거울 앞에서 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해요. 소검을 더 길게 매거나 앞으로 빼는 등 자유롭게 스타일링하죠.” 옷에 대한 창의적 관점은 그의 사업 방식과도 맞닿는다. 발 빠르게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 차원이 다른 활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 “창의적인 편집숍으로 나아가길 바라요. 가끔은 혁신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만, 창의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죠.” 여전히 옷이 즐겁다는 그를 만나니 ‘학습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없다’는 명언이 스친다.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것이 좋아 편집숍을 찾는 이들이 시즈닝 포 시즌스를 고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FORMAL 네이비 컬러 블레이저 Cesare Attolini, 격자무늬 셔츠 Individualized Shirts, 생활 방식과 세탁법에 따라 자신만의 피트와 색으로 변하는 데님 팬츠 Resolute710 by The Last One, 카프스킨 소재의 아비뇽 슈즈 Parabola
INFORMAL 체크 패턴 코트 Stile Latino, 옥스퍼드 셔츠 Individualized Shirts, 버건디 컬러 카디건 John Smedley, 자연스러운 워싱의 데님 팬츠 Resolute710 by The Last One, 스웨이드 소재의 처커 부츠 Paraboot
요시유키 하야시 레졸루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이너
레졸루트는 일본에서 청바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시유키 하야시가 2010년 런칭한 브랜드다. 역사는 짧지만, 현재 60세인 그가 23세부터 몸담은 분야가 청바지인 만큼 그의 애정과 노하우를 집약한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 전역을 통틀어 100대 남짓 남아 있는 전통 데님 방직기 중 2대를 소유한 레졸루트는 이 기계로 청바지를 만든다. 기계 한 대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데님은 50m에 불과하고 바지 하나를 만드는 데 2.5m의 데님이 필요하니 하루에 겨우 20개밖에 생산할 수 없는 셈. 그럼에도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에 따라 꿋꿋하게 과거의 방식을 고집한다. 무엇보다 젊은 남자들조차 이 60대 어른이 입은 청바지가 ‘진짜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탁월한 스타일링 감각이 한몫한다. 청바지 한 벌로 클래식과 캐주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것. 그 자신이 레졸루트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저스트 피트를 입으면 캐주얼과 포멀한 무드를 모두 연출할 수 있죠. 옷을 입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지의 기장과 구두 형태의 매치입니다.” 레졸루트에선 허리 사이즈와 기장에 변화를 준 86개의 패턴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에게 꼭 맞는 청바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보다 더한 재미는 로 데님을 착용자의 체형과 생활 방식에 따라 길들이는 맛. “옷을 입는 데는 몸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주에 한 번씩 은빛 머리카락과 수염을 다듬고, 2주에 한 번 서핑을 즐기며 매일 3시간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한다는 그의 특별한 자기 관리 비결 역시 영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FORMAL 초크 스트라이프 패턴 슈트 Drago, 화이트 드레스 셔츠, 블루 트리밍을 가미한 포켓스퀘어 모두 본인 소장품, 옥스퍼드 슈즈와 클래식한 형태의 브리프케이스 Berluti
INFORMAL 잔잔한 체크 패턴의 재킷 Lardini, 블랙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 Teodori, 스트레이트 피트 청바지 Jacob Cohen, 은은한 그러데이션이 멋스러운 처커 부츠 Berluti, 큼직한 다이얼이 돋보이는 파네라이 PAM 233 워치 Panerai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 대표이사
으레 과학 관련 분야 종사자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덕상 대표이사를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생명공학과 관련한 바이오 의학품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여느 패션 종사자 못지않은 탁월한 안목을 자랑한다. 6~7년 전부터는 특히 슈트에 매료되면서 다양한 이탈리아 브랜드를 섭렵했다. 이탈리아의 드라고(Drago)같은 좋은 원단으로 슈트를 맞춰 입는데, 이태원에 위치한 썬테일러를 주로 찾는다. 솜씨가 탁월해 외교사절이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고. “마치 히어로가 슈트를 입었을 때 전투력이 고취되듯, 몸에 잘 맞는 좋은 슈트를 입었을 때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좋아요.” 조금 옷차림이 느슨해도 좋은 날에는 데님을 입는다. 야콥 코헨은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여러 벌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브랜드다. “피트도 피트지만 계절마다 컬러와 패턴이 변하는 탭과 바지 안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재미있어 수집하는 아이템 중 하나예요.” 그의 수집광적 면모는 다양한 브랜드의 시계, 벨루티 구두까지 아우른다. 최근에는 기타에 관심이 생겨 테일러, 마티니, 깁슨의 수제 기타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집뿐 아니라 나눔도 즐긴다. 회사 경영과 더불어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겸임교수로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최근에는 콜레라 백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네팔 등 콜레라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나라에 백신을 기부하고 있는 것. “옷을 잘 갖춰 입는 것 역시 주변의 모든 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더군요. 꼭 값비싼 것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는 여정 그 자체만으로도 패션은 즐거운 것이니까요.”

FORMAL 그레이 컬러 슬립 드레스와 빈티지한 패턴의 실크 블라우스 Fayewoo, 진주 장식 초커 네크리스 본인 소장품, 호스빗 장식의 스웨이드 샌들 Gucci
INFORMAL 라메 소재의 풀오버 스웨터와 브라운 컬러 팬츠 Fayewoo, 진녹색 펌프스 Marni, 세이블 모피 머플러 Elfee, 물방울 형태의 이어링 본인 소장품
우화정 페이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페이우에서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우화정은 동시대적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패션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옷을 만든다. 디자이너와 옷이 언뜻 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드는 옷을 그대로 닮았다. 여성스럽고 관능적이지만, 특별한 날보다는 매일 입고 싶은 페이우의 옷처럼 편안함이 녹아 있다. 평소 여성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스타일을 즐기는 그녀에게 특별한 모임이 많은 연말을 위한 룩을 물었다. “고전 영화의 배우들처럼 클래식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우아한 슬립 드레스를 입는 대신 펑키한 분위기의 패턴을 가미한 실크 셔츠를 허리춤에 둘러매는 방식처럼 말이죠.” 그녀는 룩에 포인트를 주는 큼직한 주얼리도 좋아한다. 이런 액세서리는 슬립 드레스처럼 소재가 가볍거나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템과 매치하면 클래식한 분위기를 강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여성은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 따라서도 격식 있거나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데다 패션 역시 유연한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의 품질임을 강조한다. “오래 입어도 변치 않는 좋은 소재와 봉제의 완성도가 중요해요. 좋은 옷의 조건을 충실히 갖춘 것은 패턴과 컬러가 과감해도 차분하며 묵직한 분위기를 잃지 않죠.”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가 근사해 보인 것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모든 옷이 맞춤복처럼 맞아떨어지는 늘씬한 실루엣과 곧은 자세다. “다채로운 옷을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취향만큼 실루엣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있으면 어떤 옷차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장호(인물) 헤어&메이크업 장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