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Wild, Be Sophisticated!
‘동물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느 때보다 풍성한 런웨이 속 동물들의 향연!

패션의 영역에서 ‘야생의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훌륭한 소재로 각광받았다. 캣워크를 활보하는 모델의 옷차림, 시야를 조금 넓혀 섬세한 세공을 요구하는 하이 주얼리, 하다못해 갓 태어난 아이에게 입힐 배냇저고리에서도 귀여운 사자와 앙증맞은 토끼 그림이 보인다. 뜬금없지만 고인돌을 세우던 태곳적부터 인간은 동물의 가죽을 몸에 둘렀다. 그런데 이번 F/W 시즌 유독 동물을 주제로 한 제품이 눈에 띈다. 동물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디테일을 강조하는 룩이 대거 등장하면서 동물 모티브는 장인정신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 됐다. 비즈, 엠브로이더리, 패치워크 등 룩에 활력을 더하는 장식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동물이 여지없이 등장한 것.

1 샤넬 클래식 플랩 백 2 루이 비통 쁘띠뜨 말 3 에르메스 볼리드 백 4 돌체 앤 가바나 5 지방시
구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엉이, 호랑이, 나비, 퓨마, 얼룩말 등 마치 세렝게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컬렉션을 마련했다. 이들을 표현하는 기법 또한 천차만별. 이에 맞서는 돌체 앤 가바나는 스팽글 장식을 더한 생쥐와 참새, 실제 모습에 가까운 고양이 프린트 등으로 디테일의 묘미를 선사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러플 장식 니트와 실크 팬츠에 우아한 백조를 더했고, 고양이 패턴 블라우스로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로에베도 빠질 수 없는 주역으로 페미닌한 룩과 함께 매치한 가죽 소재의 고양이 네크리스는 조나단 앤더슨의 재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귀여운 고양이는 샤넬의 반짝거리는 실크 블라우스와 클래식 플랩 백에도 등장한다. 이번 시즌 가장 주목을 끈 동물은 어쩌면 톰 브라운의 가방에 등장한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진짜 강아지를 손에 들고 다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이 백은 디자이너의 애완견을 재현한 거라고. 이 밖에도 미우 미우는 데님 재킷 위에 비즈로 플라밍고를 표현한 패치를 더했고, 생 로랑은 열대지방의 동물을 브로치로 만들어 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레오퍼드 패턴은 하이엔드 패션 월드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주제다. 올해 역시 보테가 베네타, 9월 컬렉션을 선보인 톰 포드를 통해 강력한 야성미를 발산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하우스는 지방시. 리카르도 티시는 레오퍼드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하나의 룩에 파이손 패턴을 함께 녹여내며 ‘센 언니’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루이 비통은 쁘띠뜨 말, 시티 스티머 등 메인 백 컬렉션에 이 매력적인 패턴을 아로새겼다.
동물은 남성 컬렉션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에르메스는 큼지막한 볼리드 백에 상어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더했고, 화려한 날갯짓을 자랑하는 나비는 발렌티노에 이어 알렉산더 맥퀸의 슈트와 테일러드 코트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이처럼 한층 과감하고 야생적으로 표현한 동물은 당분간 런웨이를 초원 삼아 자유를 만끽할 듯하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