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ng Women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제안하는 스타일은 그리 새롭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편안하고도 완벽한 옷은 오직 그녀만이 만들 수 있다.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
“저는 트렌드와 판타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의 말처럼, 그녀의 2016년 데뷔 컬렉션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과감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니스 뉴욕의 바이어는 그 첫번째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들어선 지 10분 만에 파격적으로 백화점의 독점 전개를 결정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의 의상은 바니스 뉴욕의 셀린느와 더 로우 사이에 진열된다. 이 일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세련된 디자인과 훌륭한 품질, 장인정신에 초점을 두고 의상을 디자인한다. 그 모든 컬렉션은 우아하고 지적인 여성을 위한 일종의 유니폼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매일 아침 두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기 전에 제게 주어지는 시간은 오직 5분이에요. 이처럼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멋져 보일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물인 여성스러운 실크 셔츠와 니랭스 스커트, 은은한 시퀸 드레스를 보고 있자면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1 포근한 소재의 니트 2 인기를 모은 니나 백
하지만 무엇보다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핵심 소재는 바로 니트! 우루과이 태생인 가브리엘라(그녀의 성은 남편이자 허스트 미디어의 창립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자 오스틴 허스트의 것을 따랐다)는 무려 6세대에 걸쳐 양 목장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자랐다. 이는 그녀가 훌륭하고 고급스러운 니트 원단을 전문가 수준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가업을 물려받아 뉴욕에 사는 지금도 우루과이에 위치한 목장을 관리하고, 이를 소재로 완성하는 가브리엘라의 컬렉션을 다시 살펴보자. 촘촘하거나 성글게, 혹은 얇거나 굵게 직조한 니트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눈에 띈다. 2016년 F/W 컬렉션 역시 큼직한 판초와 레이어링하기 좋은 니트 톱, 견고한 형태의 니트 드레스를 선보였고, 이와 함께 매치하면 좋을 미디스커트와 폴카 도트 실크 드레스, 보온성을 겸비한 다운재킷을 함께 내놓았다. 물론 단순히 ‘심플’이란 단어로 가브리엘라의 디자인을 정의하긴 어렵다. 아티스트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와 포토그래퍼 레이 존슨(Leigh Johnson)에게 영감을 얻어 반복적인 폴카 도트 패턴부터 지오메트릭 프린트를 가미하고, 목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 특유의 보헤미안적 성향 역시 발견할 수 있으니까.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제 삶의 시작점으로 저를 데려다주는 브랜드이기도 해요.” 이처럼 그녀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따른 브랜드는 단숨에 뉴욕은 물론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고급스러움과 안정적인 분위기로 가득 채운 컬렉션이라면, 굵직한 트렌드와 강렬한 실루엣에 얽매여 매 시즌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따윈 필요하지 않으니까. “이미 옷장을 채운 의상과도 자연스럽게, 또 현대적으로 어우러질 거예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훌륭한 품질 역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 2016년 F/W 컬렉션. 편집매장 무이에서 만날 수 있다.
에디터 한상은(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