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의 권유
단순한 쇼핑을 넘어 취향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몰링. 이제 몰링은 새로운 여가다.

1 스타필드 하남 2 파르나스몰 3 라 스트리트 4 PMQ
파코 언더힐은 저서 <몰링의 유혹>에서 몰을 이렇게 정의한다. “유통산업의 다양한 리테일링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 생활의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고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곳.”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몰링’ 시대다. 얼마 전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은 축구장 70개 크기의 웅장한 규모를 내세워 수도권 전역의 인구를 한자리에 끌어들이고 있고 새롭게 단장한 삼성역 파르나스몰, 이탈리아 거리와 광장을 재현한 판교의 라 스트리트 등 대형 몰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필드 하남의 경쟁사로 에버랜드와 야구장을 꼽았듯,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고 계속해서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차별화한 컨셉과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신생 몰의 성공 관건이다. 몰링 문화가 먼저 자리 잡은 도쿄와 홍콩에서 본보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도쿄에는 친환경 쇼핑몰로 유명한 초대형 쇼핑몰 이온 레이크 타운이 있다. 태양광 패널과 물의 흐름을 이용하는 발전 시설로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고 친환경 기획 전시 등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홍콩 쇼핑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은 PMQ는 아트 몰을 표방한다. 19세기 말 학교와 기숙사 등으로 사용하던 건물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변모했다. 레스토랑과 카페, 브랜드 숍은 물론 130개가 넘는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를 만날 수 있다. 최근 국내에 들어선 복합 쇼핑몰 역시 남다른 테마와 콘텐츠로 가득 채웠다. 스타필드 하남은 키덜트·미식가·스포츠 애호가 등으로 타깃을 세분화 한 뒤, 일렉트로마트 같은 맞춤형 테마 공간을 제공한다. 그중 워터파크와 사우나를 갖춘 아쿠아필드와 암벽등반, 자유낙하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몬스터 등 스포츠 전용 공간이 다른 몰과 비교해 가장 차별화된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가구를 비롯해 테이블웨어, 침구 등을 선보이는 메종 티시아는 여성 고객을 위한 맞춤 공간. 쿠킹 스튜디오와 도자기·가죽 공방, 전 세계 맛집이 한데 모인 잇토피아 푸드라운지 등 스타필드 하남은 하루 동안 즐기는 가족 여행 장소로 제격이다. 파르나스몰은 음악과 예술, 문화와 디자인이 공존하는 쇼핑몰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골목길처럼 아기자기하게 조성한 구조를 살려 곳곳에서 신진 아티스트가 셀러로 참여하는 플리 마켓, 작품 전시 등이 열린다. 근처 직장인이 많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야외 정원 파르나스 가든에서 직장인을 위한 문화 클래스 ‘피클’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 톨렌티노를 컨셉으로 한 판교 라 스트리트에서도 기존 몰에 없던 테마를 만날 수 있다. 길거리 오케스트라가 공연하는 중앙 공원에는 이탈리아 모자이크 장인이 만든 타워를 세웠고, 클래식한 외관이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벨 이태리에서는 이탈리아 음식 문화는 물론 유리공예까지 체험할 수 있다. 롯데는 올 연말 쇼핑몰과 마트, 시네마로 구성한 은평뉴타운 롯데몰 오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는 하남에 이어 내년에는 고양시에 새로운 스타필드의 문을 열 예정이다. 복합 쇼핑몰에서의 몰링은 이미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쇼핑과 놀이의 의미를 넘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진화하는 몰링, 이제 그 즐거움을 누릴 때다.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